가수 백년설(白年雪) . '나그네 설움'과 '번지 없는 주막' 수년 전 여름, ‘친일인명사전’에 수록된 명단 발표로 온 나라의 여론이 뒤숭숭하던 때에 나는 벗들과 더불어 경북 성주군 성주읍 예산리의 백년설 선생 생가를 찾아본 적이 있습니다. 그날따라 유난히 높은 습도에 등과 가슴은 땀으로 흥건했습니다. 백년설 생가로 들어가는 입구에는 어떤 표지판조차 없었고, 엊그제 내린 비로 좁은 골목은 질척거렸습니다. 대문 앞에 서서 바라보는 생가의 광경은 영광과 오욕, 좌절과 허무의식으로 일관되었던 가수 백년설의 삶을 고스란히 들여다보는 듯 쓸쓸하고 적막하였습니다. 아주 사람이 살지 않는 것은 아니었으나 전혀 인기척이 없었고, 오로지 한 쪽 모퉁이에 묶인 강아지 한 마리가 악을 써서 낯선 방문객의 발길에 경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