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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지 내몰리는 푸틴.. 러 경제붕괴 조짐 '국내 반전여론 고조'

Jimie 2022. 2. 28. 04:15

궁지 내몰리는 푸틴.. 러 경제붕괴 조짐 '국내 반전여론 고조'

신창호 입력 2022. 02. 28. 04:04

 

루블화 가치 사상 최저·물가 폭등
일부 신흥재벌도 '반푸틴' 전선에

호주 멜버른에서 27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를 규탄하는 시위 참가자가 우크라이나 국민을 구하자는 내용의 팻말을 들고 거리를 행진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러시아 루블화의 가치는 26일(현지시간) 달러당 84루블까지 폭락해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달 초 74루블에서 12% 이상 떨어진 것이다. 물론 그 원인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의해 결정된 우크라이나 전쟁 때문이다.

루블화의 폭락은 곧바로 러시아 내 소비자물가 폭등으로 현실화되기 시작했다.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 등 주요 대도시에선 생활필수품 사재기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상품 가격이 매일 폭등하자 미리 사둬야 한다는 시민들이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어서다. 침공으로 생사의 갈림길에 놓인 우크라이나인들이 아니라 러시아 정부 당국과 관영 언론의 ‘승전 임박’ 선전과 뉴스를 듣고 있는 러시아인들이 사재기에 나서는 상황 자체가 아이러니다.

 

미국과 서방 신용평가기관들이 러시아의 신용도를 정크본드 수준으로 내리자 러시아에 진출한 자본은 광속으로 발을 빼고 있다. 주적이 된 미국·서방 자본뿐 아니라 친러시아 국가와 산유국 자본도 탈출 대열에 속속 합류하는 모양새다.

 

외국산 상품 수입선이 끊긴 소상공인들은 가게 문을 닫고 있다. 지금 물건을 파는 것보다 팔지 않는 게 더 유리해서다. 상점 영업 중단은 대도시뿐 아니라 중소도시 농촌지역 등을 가리지 않고 있다.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러시아 침공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커다란 우크라이나 국기를 함께 들고 있는 모습. EPA연합뉴스


러시아 중앙은행은 전쟁 이전보다 무려 74배나 많아진 내국인들의 루블화·외화 교환 요구를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푸틴이 쏘아올린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1주일도 안돼 러시아는 사상 최악의 경제붕괴 상황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러시아 주요 도시 곳곳에서 반푸틴 반전 시위가 대규모로 벌어지면서 경제뿐 아니라 정치적 위기도 표면화되고 있다”고 전했다.

 

푸틴 대통령은 당초 우크라이나 전쟁을 2주 내에 끝낸다는 전격작전 계획을 짠 것으로 알려졌다. 빠른 시간 안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정부를 제거하고 친러시아 정권을 세운다는 게 골자였다. 그래야 미국·서방과의 전후 협상으로 경제위기와 여론분열 상황을 해소할 타개책을 마련할 수 있다는 판단이었다.

 

그러나 그의 계산은 며칠 만에 틀린 것으로 판명되고 있다. 큰 효과가 없는 것처럼 보였던 서방의 제재가 러시아 전체를 경제붕괴 상황으로 몰아넣고 있기 때문이다.

 

NYT는 “사분오열됐던 러시아 야권이 이번 전쟁으로 되레 뭉쳐 강력한 반전 여론을 형성하고 있다”면서 “여기에 일부 서구지향적인 올리가르히(러시아 신흥재벌)마저 반푸틴 전선에 가담하면서 푸틴 대통령은 내정 위기로 내몰릴 개연성이 다분하다”고 전했다.

 

신창호 선임기자 proco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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