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원 불법출금 증거 너무나 명백" 수사 막힌 검사의 증언 [法ON]
입력 2022.01.13 05:00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출국을 불법으로 막으려 했다는 의혹 수사를 무마하려던 혐의로 기소된 이성윤 서울고검장이 1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뉴스1
2019년 봄, 정확히는 4~6월 수원지검 안양지청 형사3부(당시 장준희 부장검사)는 한 사건을 수사하게 됩니다. 별장 성 접대 의혹으로 대검찰청 과거사진상조사단의 조사 대상이었던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2019년 3월 23일 새벽 출국을 시도했는데, 이때 법무부 내부 시스템을 통해 김 전 차관의 출국금지 여부를 조회한 공익법무관 2명을 수사해달라는 법무부의 의뢰에 따른 것이었습니다. 법무부의 출국금지 정보가 김 전 차관에게 샌 것이 아니냐는 의심이 이 수사의 출발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수사팀은 당시 대검 진상조사단에 파견됐던 이규원 검사가 가짜 사건번호가 적힌 허위 공문으로 김 전 차관을 불법적으로 긴급 출금했다는 혐의를 인지하게 됩니다. 새로운 사건을 인지한 것이죠. 그러나 당시 수사팀은 법무부 출입국본부 소속 실무진만 조사한 채 이규원 검사에 대한 수사를 중단해야 했습니다. '윗선'의 개입으로 수사가 무마됐다는 게 당시 수사팀 소속 검사들의 일관된 진술입니다.
그 '윗선'으로 지목돼 재판에 넘겨진 이가 바로 당시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이었던 이성윤 서울고검장입니다. 지난해 10월엔 당시 수사팀장이자 공익신고자로 이 사건을 세상에 알린 장준희 인천지검 중요경제범죄조사단 부장검사가, 지난해 12월엔 사건의 주임검사였던 윤원일 검사가 증인으로 출석해 그 당시 상황을 진술했습니다. 1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김선일 부장) 심리로 열린 이 고검장의 3차 공판에는 당시 수사팀 소속이었던 최모 전 검사가 증인으로 출석해 당시 보고 들었던 이야기를 상세히 털어놓았습니다.
수사팀 검사 "소환조사 없이 기소 가능할 정도로 증거 수집"
당시 수사팀은 2019년 6월 19일 이규원 검사의 비위 관련 보고서를 대검에 보고했다고 합니다. 이와 관련해 최 전 검사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당시 보고서에 적힌 혐의보다 더 많은 혐의를 포착한 상태였습니다. 수사된 내용만으로도 이 검사를 소환조사 없이 기소가 가능할 정도로 증거가 수집된 상황이었거든요. 너무 명백한 증거가 수집돼 있기 때문에 수사를 멈추면 수사팀의 직무유기이고, 어떤 압박을 받더라고 수사를 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판단했습니다."
하지만 이후 상황은 수사팀의 예상과 달랐습니다. 지난 공판에서 윤원일 검사의 증언에 따르면 대검에 보고서를 보내고 이틀 뒤 장준희 부장을 통해 수사를 중단하라는 의사를 전달받았다고 합니다. 장 부장은 당시 윤 검사에게 “대검에서 (수사)하지 말라는데?”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최 전 검사는 이와 관련해 “당시 윤 검사로부터 ‘지휘부가 현직 검사를 수사해야 하는 상황과 사회적 분위기 등을 이유로 수사 자체를 부담스러워하는 상황’이라는 얘기를 들었다”며 “다만 윤 검사도 외압이 있어도 수사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했고, 수사가 멈추면 직무유기란 생각도 하고 있었다”고 진술했습니다.
그는 또 “특별수사는 수사가 어느 정도 진행되면 매일 조사를 해야 하는데, 보고서 작성 얼마 후 갑자기 수사가 멈춘 느낌이었다”며 “김 전 차관 사건 수사를 하지 않고 일반 미제 사건을 정리하는 상태가 됐다. 그 이후 수사들은 약간 위에서 못하게 하는데도 강행했던 느낌이 좀 있다”고 말했습니다.
최 전 검사는 당시 불법 출금 수사가 정권의 눈치를 많이 볼 수밖에 없는 사건이었다고 이야기하기도 했습니다. 그는 "죄명 자체도 법률 전문가가 아니면 이해하기 어렵고 호의적인 여론을 받을 수 있는 수사가 아니지만, 검사 입장에선 법치주의를 수호하기 위해 당연히 해야 하는 수사라고 생각했다"며 "정권의 눈치를 많이 볼 수밖에 없는 사건이라서 아마 윗선에서 여러 가지 압박으로 못하게 될 수 있다는 현실적인 부담이 있었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지난해 11월 11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뇌물수수' 관련 파기환송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며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핵심 증인' 당시 안양지청장 3월 출석
이날 재판부는 검찰의 신청을 받아들여 이 사건의 핵심 증인으로 꼽히는 이현철 전 안양지청장(현 서울북부지검 부장검사)을 증인으로 채택했습니다. 이 부장검사는 3월 16일과 30일 두 차례 공판에 출석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검찰은 이날 이 부장검사를 두고 "제일 중요한 증인 중 한 명"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 부장검사는 수사팀의 보고를 대검에 전달하고 대검의 지시를 다시 수사팀에 전달했던만큼 증인 신문에서는 실제 이성윤 고검장이 안양지청에 부당한 지시를 했는지를 두고 공방이 벌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장준희 부장검사는 지난 공판에서 "안양지청장(이 부장검사)이 '대검찰청이 보고받지 않은 것으로 할 테니 보고하지 말라고 했다'고 말했다"고 증언한 바 있습니다.
다음 재판도 중앙일보 [法ON]에서 상세히 전달해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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