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고생해서 작업반장 된 아빠, 마지막 작업 날이었는데...”
실종자 가족들 현장 천막서 눈물
이틀째 수색도 성과 없이 끝나
”현대산업개발에 책임물어야”
붕괴사고 이틀째인 12일 광주 서구 화정동 현대아이파크 신축 아파트 공사현장이 날이 밝으면서 처참한 모습을 드러냈다. 외벽과 함께 가운데 구조물이 무너져 구멍이 뚫렸다./2022.1.12./김영근
광주 아파트 외벽 붕괴 사고 이틀째인 12일 사고현장에선 실종자 수색과 구조 작업이 벌어졌지만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전날 건물 추가 붕괴 우려에 따라 중단된 수색작업은 이날 오전 11시20분 재개되었다. 소방당국은 구조견 6마리와 구조견을 지도하는 대원을 현장에 투입, 건물 내·외부를 탐지했다. 안전상의 위험에 따라 별도의 수색대원을 오전에는 투입하지 못했다. 이어 오후 3시40분 구조대원 25명을 건물 내부에 진입케 하여 수색을 벌였다.
문희준 광주서부소방서장은 이날 수색을 마치고, 사고 현장 대책본부에서 “구조대원을 투입하여 1층부터 38층까지 육안으로 수색을 한 결과, 상층부는 붕괴되어 있었고, 실질적으로 수색을 하기에는 어려웠다”고 밝혔다. 구조대원들은 13일 다시 지하1~4층, 지상 1~38층을 다시 수색할 예정이다. 이날 구조견이 26층에서 28층 사이에서 약한 이상반응을 감지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대원들은 낭떠러지 등 위험한 위치여서 접근할 수 없었다고 한다. 실종자들의 생존반응은 없었다. 문 서장은 “내일 오전 다시 수색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광주광역시 서구 화정동 사고 현장 대책본부에 나온 실종자 가족들은 “구조작업을 빨리 재개해달라”고 촉구했다. 이용섭 광주시장은 “안전검검팀의 의견을 받아들여 인명구조견 6명과 대원을 투입했다”고 밝혔다. 전문가 등을 포함한 점검팀이 먼저 건물 내·외부 상황을 점검하고 난 다음이었다.
실종자 가족들은 영하의 차가운 날씨에 사고 현장 임시 천막 안에서 뜬눈으로 밤을 새우며 ‘기적의 생환’을 빌었다. 소방당국은 전날 오후 8시쯤 추가 붕괴 우려를 우려해 수색을 중단했지만, 가족들은 발걸음을 뗄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아버지가 실종됐다는 20대 딸은 “20년 동안 창호 작업을 하며 작업반장까지 오른 아버지”라며 “사고 당일을 끝으로 다음 날 다른 현장으로 자리를 옮긴다는 말을 들었는데…”라고 눈시울을 붉혔다. 아버지가 실종됐다는 20대 아들은 “처음 사고 소식을 들었을 땐 아버지가 실종되셨을 줄은 몰랐는데 퇴근 시간이 되도 안 오시니 걱정이 돼 현장으로 달려왔다”며 “하루빨리 아버지를 보고 싶다는 마음뿐”이라고 했다. 매형이 실종됐다는 40대 남성은 “대한민국이 어제(11일) 또 6명을 버렸다. 골든타임 다 놓쳤는데 이제 와서 시늉만 하면 뭐하냐”며 “실종자들은 저 안에서 벌벌 떨고 있을 텐데 어떻게 발걸음을 떼겠냐”고 하소연했다.
사고 이틀째를 넘어서면서 수색구조작업이 장기화하는 것이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현장 수색에 나서려면 붕괴되어 적체된 콘크리트 더미를 제거해야 하는데, 그에 앞서 붕괴 우려가 있는 타워크레인을 해체해야 하기 때문이다.
광주시재난안전대책본부는 이와 관련, “오는 16일 무렵 타워크레인을 해체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사고발생 이틀째인 이날부터 타워크레인 지지와 보강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이 작업이 끝나면 현장에서 해체장비를 활용하여 크레인을 해체한다는 계획이다. 타워크레인은 높이가 140m에 달하는 데다 중간부분이 휘어져 있는 상태이다.
이번 사고는 공기(工期)를 단축하기 위해 콘크리트가 제대로 양생(養生)되지도 않은 가운데 무리하게 콘크리트를 타설한 데 원인이 있는 인재(人災)라는 점이 드러나고 있다. 사고가 발생하자 광주경찰청은 즉각 수사팀을 편성하고 이틀째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경찰은 현장소장 등을 불러 사고원인에 대한 조사를 벌였다.
이번 사고는 39층 옥상에서 콘크리트를 타설하는 도중 38∼23층 양쪽 외벽 등이 붕괴하면서 발생했다. 콘크리트 타설을 위한 거푸집(갱폼)이 무너지고 타워크레인 지지대가 손상되었다. 겨울철에는 콘크리트가 잘 마르게 해야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열풍 작업도 한다. 그런데, 제대로 양생되지 못한 하층부가 갱폼의 무게를 지탱하지 못하고 아래층들도 무너졌을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벽식 구조 대신 기둥이나 벽을 최소화한 무량판구조도 붕괴 원인으로 작용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광주시는 이날 지역에서 건축·건설 중인 현대산업개발의 모든 공사를 중지하라고 명령했다. 공사중지 대상 사업장은 사고현장을 포함하여 세 곳이다. 지난해 6월 공사중 건물 붕괴로 시민 17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광주학동4구역 재개발현장은 이미 공사가 중지된 상태이다. 학동4구역도 현대산업개발이 공사중이었다.
한편 광주에서는 지난해 발생한 학동 재개발 구역 건물붕괴사고 이후 현대산업개발이 시공을 맡은 현장에서 사고가 발생하자 격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학동참사 시민대책위원회는 성명을 통해 “이번 사고 역시 안전은 도외시한 채 공사 기간을 단축하려고 무리하게 시공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본질적으로 학동 참사가 되풀이됐다”고 주장했다. 대책위는 “경찰은 부실 수사 오명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이용섭 시장은 페이스북에서 “언제까지 이런 어처구니없는 건설 현장의 참사가 반복돼 시민 생명과 안전이 위협받아야 하는지 분노스럽다”고 비판했다. 이 시장은 앞서 “철저하게 사고 원인을 조사해 모든 법적, 행정적 책임을 엄정하게 묻겠다”고 발표했다. 정당들도 가세했다. 민주당·국민의힘·정의당 광주시당도 “현대산업개발이 응당한 책임을 져야 한다”며 “최종 공사 책임자인 시공사의 감독·안전 관리 소홀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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