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시론-이현종 논설위원 | 게재 일자 : 2020년 11월 16일(月) |
文과 秋 ‘지킬 앤 하이드’인가
문화일보 이현종 논설위원
하나의 몸에 다른 自我 담겨
尹 임기 끝까지 지키라는 文
몰아내기 나선 秋와 결국 한 몸
울산사건·월성원전 文 겨냥
윤건영 ‘檢, 선 넘지 말라’경고
무능 넘어 邪惡한 내로남불
소설과 뮤지컬로 잘 알려진 ‘지킬 박사와 하이드’는 인간 내면에 숨겨진 서로 다른 자아의 심리적 단면을 잘 보여준다. 젊은 의사 지킬 박사는 인간의 본성을 나눌 수 있는 약물을 실험할 대상을 찾지 못하자 자신에게 투약한다. 평소에는 명망이 있는 지킬 박사의 모습을 하다가 또 다른 자아인 악인(惡人) 하이드로 변신하는 모습을 통해 숨겨진 선과 악을 분리하고자 했다.
지금 문재인 대통령과 추미애 법무부 장관,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 등이 보여주는 모습이 지킬 박사와 하이드를 연상시킨다. 추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갈등이 온 정국을 뒤덮을 정도로 심각한 지경에 이르고 있는데도 문 대통령은 가타부타 말이 없다. 윤 총장은 최근 국회 국정감사에서 지난 4·15총선에서 여당 압승 뒤 여권의 사퇴 압박이 있었을 때 문 대통령이 믿을 수 있는 사람을 통해 2년 임기를 끝까지 마무리해 달라는 입장을 전달한 바 있다고 공개했다. 그러나 윤 총장에 대한 추 장관의 사퇴 압박은 더 집요하고 광범위했다. 수사지휘권만 3차례 발동했고 가족 관련한 4개 사건에 대해 감찰을 지시했다. 측근들을 모두 좌천 보냈고, 그래도 불안했던지 최근에는 대검의 특활비를 윤 총장이 ‘주머니 쌈짓돈’처럼 쓰고 있다고 감찰을 지시했다. 한동훈 검사장을 압박하기 위해선 반헌법적이고 자신들의 주장과도 모순되는 ‘휴대전화 강제 비밀번호해제법’까지 발의하겠다고 한다.
정치권에서 점잖기로 소문난 정세균 국무총리, 정성호 국회 예결위원장도 추 장관의 안하무인격 언행과 적반하장을 경고하고 있는데도 멈추지 않는다. 야당은 문 대통령을 향해 추 장관을 경질하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묵묵부답이다. 정말 추 장관은 문 대통령의 뜻과 다르게 행동하는 것일까. 아무리 여당 대표를 지내고 5선 의원 출신의 장관이라고 하지만 대통령의 뜻을 어길 수 없다. 문 대통령 지지그룹의 추 장관 옹호 움직임만 봐도 짐작할 수 있다. 지킬 박사와 하이드처럼 다른 모습일 뿐 결국 한 몸인데 국민이 다른 사람처럼 느낄 뿐이다.
지금 두 전직 대통령이 구치소에 수감된 상황에 임기 1년6개월 남짓밖에 남지 않은 문 대통령에게 최대 고민거리는 퇴임 이후일 것이다. 그런데 대통령의 30년 지기를 울산시장에 당선시키기 위해 청와대가 조직적으로 선거에 개입한 의혹이 있는 ‘울산시장선거 개입 사건’, 대통령의 “가동중단은 언제 결정되느냐” 한마디에 산업통상자원부, 한국수력원자력이 일사불란하게 경제성 조작과 은폐·자료 삭제에 나섰던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조작 사건’은 문 대통령의 밤잠을 설치게 만드는 일이다.
급기야 문 대통령의 마음을 가장 잘 읽는다고 해서 복심(腹心)이라는 별명이 붙은 윤건영 의원은 13일 검찰을 향해 “분명 경고한다. 선 넘지 마라”고 밝혔다. 대통령의 공약 사항을 감사·수사하는 게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를 부정”한다는 게 윤 의원의 주장이다. 대통령 공약은 치외법권이라는 황당한 발상이다. 그렇다면 이명박 전 대통령의 4대강 공약은 왜 그렇게 반대하는가. “살아 있는 권력에도 과감히 수사하라”고 했던 문 대통령의 언급은 지킬 박사였고, “경고한다”는 윤 의원의 발언은 문 대통령의 또 다른 자아인 하이드인 것이다.
국회 연설에서 문 대통령은 야당을 향해 ‘협치(協治)’를 거듭 강조했고, 취임사에서는 자신을 반대했던 사람들도 존중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국회에 나온 노영민 비서실장은 보수단체 집회 주최자를 향해 “살인자”라고 했다. 대통령을 가장 측근에서 보좌하는 비서실장이 대한민국 국민을 향해 “살인자”라고 고함치고 야당 의원을 가짜뉴스의 진원지로 지목하는 모습이야말로 문 정권의 또 다른 자아의 단면이다.
문 대통령이 추 장관을 경질하지 못하는 것은 자신의 속마음을 가장 잘 구현하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아마 곧 있을 개각에서도 추 장관은 유임시킬 가능성이 크다. 검찰의 권한을 축소하고 인권 보호를 하기 위해 검찰 개혁을 하겠다고 하면서, 되레 검찰에 권한을 더 주고 인권을 침해할 휴대전화 강제 비밀번호해제법을 만들겠다는 추 장관의 모순된 행태를 보면 문 대통령의 속뜻이 그대로 읽힌다. 무능을 넘어 내로남불의 사악(邪惡)한 반민주적 본성 그 자체다.
'The Citing Articles' 카테고리의 다른 글
추미애의‘윤석열 감찰’ (0) | 2020.11.19 |
---|---|
총장실 두드린 2명의 평검사 (0) | 2020.11.19 |
공무원 피살 때 잠잔 대통령 (0) | 2020.11.18 |
피고인 정진웅이 (0) | 2020.11.17 |
몰상식의 상징&더러운 성질 (0) | 2020.11.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