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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단히 무례한 짓

Jimie 2022. 10. 6. 21:17

대단히 무례한 짓 [신동욱 앵커의 시선]

https://www.youtube.com/watch?v=ypnc2W_zdE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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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화전 근처에 세우면 안 되지요"

행차 길에 불법주차를 하려는 왕에게 초등학생들이 바른말을 합니다. 왕은 '감히 무례하다'는 듯 바라만 보고, 신하가 나서 역정을 냅니다.

"어느 안전이라고!"

사극에 자주 등장하는 말 '안~전(案前)'이 '안전(安全)'과 음이 같다는 데 착안한 공익광고입니다. '안전'은 '존귀한 사람이 앉아 있는 자리의 앞'을 뜻합니다.

높으신 분을 모시는 사람들이 "여기가 어느 안전이라고 감히 입을 놀리느냐"고 대신 호통칠 때 쓰던 표현입니다. 왕이 아무리 불쾌해도 손수 '무엄하다'고 꾸짖으면 아무래도 채신머리가 없어 보이기 때문이지요. '얻다 대고'라는 말에서 '얻다'는 '어디에다'의 줄임말입니다.

"야! 얻다 대고 반말이야!"

다툴 때 한쪽에서 이 말을 들고 나오면 그때부터 이성적인 대화는 물건너가고 드잡이질만 남게 됩니다.

"(문재인 전) 대통령께서는 '감사원의 서면조사가 대단히 무례한 짓이다'라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서해 이대준씨 피살사건과 관련한 감사원 서면조사를 거부하며 했다는 말에서는 '어디서 감히'라는 어감이 느껴집니다. 민주당이 "전직 대통령에 대한 모욕"이라며 격하게 비난하고 나선 것도 '감히 어느 안전에서'라는 왕조시대 어휘를 떠올리게 합니다.

그런데 따져보면 감사원이 그리 무엄하게 굴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감사원이 퇴임 대통령에게 서면조사를 통보했던 사례는 네 건입니다. 그중에 노태우, 김영삼 전 대통령은 답변서를 제출했습니다.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은 거부했습니다만, "무례하다"고 준엄하게 꾸짖었다는 얘기는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감사원은 오는 14일 감사 종료를 앞두고 감사원법 제50조에 따라 질문서를 보내려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반면 이재명 대표는 "유신 공포정치가 연상된다"고 했고, 민주당은 감사원을 직권남용으로 고발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우리 국민이 참혹하게 살해된 경위와 진실을 밝히는 일은, 국가가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는 책무입니다. 이대준씨가 북한군에 발견됐다는 첩보가 입수된 뒤 숨지기까지는 여섯 시간의 간극이 존재합니다. 그 사이 문재인 정부와 문 전 대통령이 어떤 조치를 취했는지는 진실 규명에 핵심적인 열쇠입니다.

물론 전직 대통령을 조사하는 일은 정치적으로 대단히 예민한 일입니다. 감사원이 좀 더 신중했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미 여러 전직 대통령에 대해 엄정한 사법적 정의를 실현한 역사를 갖고 있습니다. 그 역사를 존중한다면 무례하다는 반응이 나올 순 없을 겁니다.

옛말에 "군자는 스스로를 낮춰도 백성이 공경하여 높인다"고 했습니다. "대단히 무례하다"는 문 전 대통령을 향해 이대준씨 유족이 한 말을 다시 들어봅니다.

"무례하다는 표현 자체가 국민 위에, 법 위에 군림하겠다는 거밖에 안 되는 거거든요"

10월 4일 앵커의 시선은 '대단히 무례한 짓'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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