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iting Articles

특활비를 ‘주머닛돈’처럼

Jimie 2020. 11. 23. 08:25

‘윤석열 특활비' 트집 잡더니...추미애 심복, 간부들에 돈봉투 [단독]

이정구 기자 류재민 기자

입력 2020.11.21 05:00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지난 10월 1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무부 국정감사에 앞서 고기영(왼쪽) 차관, 심재철(가운데) 검찰국장과 대화를 하는 모습. /이덕훈 기자

 

심재철 법무부 검찰국장이 지난 10월 검찰 간부 20여명에게 1인당 50만원씩, 약 1000만원 격려금을 현찰로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의 특활비와 관련해 “주머닛돈처럼 사용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지난 6일 대검 감찰부에 감찰을 지시했으나, 오히려 법무부가 특활비를 ‘주머닛돈’처럼 사용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10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심 검찰국장은 지난달 14일 법무연수원 용인분원을 찾아 ’2021년 신임 검사 역량평가'에 면접위원으로 참여한 일선 차장·부장검사들과 오찬을 할 계획이었다. 그런데 당일 검찰국은 오찬 일정을 취소하고 대신 면접위원 20여명에게 격려금을 50만원씩 지급했다. 이날은 용인분원에 근무하던 한동훈 검사장을 충북 진천본원으로 보내는 ‘원포인트 좌천 인사’가 단행된 날이었다. 해당 격려금은 일반적으로 지급되는 출장비나 면접위원 수당과는 무관한 별도의 ‘금일봉’이었다고 한다. 봉투에는 ‘심재철’ ‘수사활동지원’이라고 적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심 국장은 추 장관 취임 후 검사장으로 승진해 핵심 요직인 대검 반부패부장을 거쳐 법무부 검찰국장에 임명된 대표적인 친여(親與) 성향 검사로 꼽힌다. 지난 1월 반부패부장 시절 ‘유재수 감찰 무마’ 사건과 관련해 ‘조국 (전 장관) 무혐의’를 주장했다가, 대검 간부 상갓집에서 후배 검사로부터 “당신이 검사냐”는 항의를 받기도 했다.

 

심재철 법무부 검찰국장이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법무부, 대법원, 감사원 등에 대한 종합국정감사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국회사진기자단

이번 격려금이 과거 이영렬 검사장 돈봉투 사건을 연상케 한다는 이야기도 있다. 2017년 4월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과 특별수사본부 소속 검사, 안태근 당시 검찰국장과 검찰국 간부는 서울 서초동에서 함께 저녁 식사를 했는데 이 자리에서 안 국장은 특수본 검사들에게 70만~100만원씩, 이 지검장은 검찰국 과장들에게 100만원씩 격려금을 지급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이 지검장은 격려금이라고 했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그해 5월 ‘엄정히 조사하라’며 감찰을 지시했고, 법무부·대검 합동 감찰 결과에 따라 이 지검장은 면직(免職)됐고 김영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이후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됐고, 면직처분 취소소송에서도 승소한 이 지검장은 지난해 검찰 복직 후 하루 만에 사표를 냈다.

 

검찰 내부에서는 심 국장이 현찰로 격려금을 지급한 것에 대해 “부당한 특활비 사용 사례일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검찰국에 근무했던 한 검찰 간부는 “인사 업무인 면접과 관련해 특활비를 줬다면 명백히 부적절한 예산 집행”이라고 말했다.

 

기획재정부 지침에 따르면 특활비 사용 범위는 ‘기밀 유지를 위한 정보 및 사건 수사, 이에 준하는 국정 수행’으로 한정된다. 신임 검사 면접은 법무부 검찰국이 주관하는 ‘인사’ 업무에 해당하기 때문에 심 국장이 특활비 예산으로 격려금을 줬다면 지침 위반 가능성이 크다. 법무부 검찰국의 특활비에 대한 지적은 국회 법사위에서도 제기됐다. 지난 9일 법사위 의원들이 대검을 방문해 법무부와 대검 특활비 내역을 검증했는데, 이후 국민의힘 법사위원들은 “인사·예산을 담당하는 법무부 검찰국에 10억여원의 특활비가 지급됐다”며 “‘정보 수집 및 범죄 수사'와 직접 관련이 없는 법무장관이 주머닛돈처럼 썼다면 횡령, 국고 손실 등을 따져볼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16일 법사위 전체회의에서도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이 ‘검찰국 특활비 사용이 적절한지’ 질문하자, 심 국장은 “인사 관련 문제는 다 비밀이 필요한 거고, 검사 인사라는 게 다 수사하고 관련된 업무들”이라며 애매모호하게 답변했다.

 

검찰 내부에서는 “신임 검사 면접이 기밀을 요하는 ‘수사·정보’ 업무냐”는 지적과 “심 국장이 법무부 예산으로 생색 내기 격려금을 지급한 것”이라는 말이 나왔다. 한 검찰 간부는 “그간 여러 번 신임 검사 면접위원으로 참여했지만 공식 수당 외에 격려금을 받아본 적은 한 차례도 없다”고 했다. 심 국장과 법무부 대변인은 ‘법무연수원 격려금의 출처’에 관한 본지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내가 하면 적법, 남이 하면 위법? 추미애 특활비는 ‘내적남불’

양은경 기자

입력 2020.11.22 15:20

 

추미애 장관(왼쪽)과 윤석열 검찰총장(오른쪽)

 

심재철 법무부 검찰국장이 검찰 간부들에게 1000여만원의 현찰을 특활비로 지급한 것과 관련, 추미애 장관과 법무부가 내놓은 입장을 두고 검찰 내부에서는 “사실상 특활비 사용을 인정한 셈”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그런데도 추 장관이 윤 총장의 특활비 사용을 문제삼을 뜻을 비치자 ‘내적남불’(내가 하면 적법, 상대방이 하면 불법)식 행태라는 비판이 나온다.

심 국장은 지난 10월 ’2021년 신임 검사 역량평가' 에 면접위원으로 참여한 차장·부장검사 24명에게 1인당 50만원씩 돈봉투에 넣어 지급했다. 봉투에는 심국장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그러자 법무부는 21일 “통상의 예산 절차와 방법에 따라 정상적으로 집행한 것”이라고는 입장을 냈다. 그러면서 “일선 청 복귀 후 수사업무 지원 및 보안이 요구되는 신임 검사 선발 업무 수행 지원을 위해 용도를 명백히 적시해 사용했다”고 했다.

 

이는 법무부가 사실상 해당 돈의 출처가 특활비임을 인정하면서, ‘용도 위반’논란을 의식해 내놓은 변명이라는 해석이 우세하다. 기재부 예산 지침에 따르면 특활비 사용 범위는 ‘기밀 유지를 위한 정보 및 사건 수사, 이에 준하는 국정 수행’으로 한정돼 있어 심 국장이 특활비 예산으로 격려금을 줬다면 지침 위반 가능성이 크다. 법무부 검찰국은 수사가 아닌 인사를 담당하는 곳으로, 검찰국장이 검사 면접위원에게 준 돈은 수사 내지 정보활동과 무관하기 때문이다. 한 검사는 “법무부 변명은 일선 청에서 수사업무를 할 검사의 선발업무에 지급했으니 결국 ‘수사 지원 업무’ 라는 억지 논리”라고 했다.

◇ ‘위법 ' 논란 검찰국이 윤 총장 특활비 감독?

추 장관은 같은 날 페이스북에 ”검찰국장은 장관 심복이 아니다”면서 “검찰국은 일선의 예산을 지도감독하는 업무를 담당하는 부서로서 수령자는 특수활동비 목적에 사용해야 하고 그것은 사후 회계와 점검 대상”이라고 했다. 심 국장의 특활비 지급에 대한 ‘위법’논란에도 불구하고 윤 총장의 특활비를 감찰하겠다는 것이다. 앞서 추 장관은 지난 5일 국회에서 “윤 총장이 94억원의 대검 특활비를 ‘주머닛돈’처럼 사용하고 있다”며 다음날 감찰을 지시했다.

 

그러나 법무부가 특활비 일부를 용도에 맞지 않게 사용한 정황이 드러난 이상 감찰 주체로서 정당성을 상실했다는 말이 나온다. 특히 추 장관이 ‘검찰국은 일선의 예산을 지도감독하는 담당 부서’라며 이 문제의 감독 주체로 검찰국을 꼽은 것은 설득력이 없다는 지적이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특활비 사용을 두고 ‘위법’논란에 휩싸인 검찰국이 현재로서는 ‘부정 사용’이 드러난 게 없는 윤 총장을 감찰한다고 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고 했다.

◇ 김근식 “秋 논리라면 한동훈도 윤석열 측근 아냐”

추 장관이 “법무부는 장관의 사조직이 아니고, 직제상 보직자인 검찰국장은 장관 심복이 아니다”고 한 것 스스로 발목을 잡는 대응이라는 말이 나온다.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페이스북에서 “추 장관 논리라면 한동훈 검사장도 윤 총장 ‘측근’이 아니다”고 했다. “검찰은 총장의 사조직이 아니고 직제상 보직자인 반부패부장은 검찰총장 측근이 아니다”는 것이다. 그는 그러면서 “왜 채널 A 사건에서는 총장 측근이 연루됐다는 이유로 총장의 수사지휘권까지 배제했냐”고 했다. 지난 7월 추 장관은 윤 총장 측근인 한 검사장이 이 사건에 연루돼 있다는 이유로 윤 총장이 이 사건 보고와 지휘에 완전히 손을 떼라는 수사지휘권을 발동했었다. 하지만 검찰은 한 검사장을 기소하지도 못했고,이동재 전 채널 A기자 사건 공소장에도 ‘공범’으로 적시하지 못했다.

 

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21일 페이스북에서 “대한민국 법무부의 표어는 내적남불, 내가 하면 적법, 니가 하면 불법”이라고 했다.그는 “법무부는 추미애의 사조직으로 전락한 지 오래라는 것은 만인이 다 아는 사실”이라며 “자기 인사청문회 준비팀에 있었고 취임 후에 온갖 충성을 바치다가 후배검사에게 ‘너도 검사냐’는 소리까지 들은 사람도 심복 축에 끼지 못한다면 대체 추미애의 심복들은 얼마나 극성스러울지 (모르겠다)”고 썼다.

 

‘돈봉투 만찬’ 감찰 지시했던 文대통령… ‘심재철 돈봉투’도 감찰할까

표태준 기자

입력 2020.11.22 15:13

 

작년 12월 추미애 당시 법무장관 후보자(오른쪽)와 인사청문회준비단 소속 심재철 당시 서울남부지검 1차장검사(현 검찰국장)가 서울남부준법지원센터에 마련된 준비 사무실로 출근을 하고 있다.

 

심재철 법무부 검찰국장이 특활비를 이용해 ‘돈봉투 격려금’을 뿌렸다는 의혹이 제기되며,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직접 감찰을 지시했던 ‘돈봉투 만찬’ 사건이 주목받고 있다. 문 대통령이 그때와 유사한 이번 사건에 대해서도 같은 기준을 적용할지 법조계 이목이 쏠린다.

◇”文 대통령, 돈봉투 문제에 매우 단호하게 감찰 지시”라던 靑

문 대통령은 2017년 5월 17일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과 안태근 법무부 검찰국장 간 이른바 ‘돈봉투 만찬’에 대한 감찰을 지시했다. 법무부와 대검 직원 22명이 투입된 대규모 합동감찰반이 꾸려졌다. 당시 청와대는 “사안이 불거진 뒤 검찰이 내놓은 해명이 부적절해 보인다는 지적이 제기됐고, 대통령께서 매우 단호하게 (감찰을) 말씀하셨다”는 입장을 밝혔다.

‘돈봉투 만찬’은 2017년 4월 이영렬 당시 서울중앙지검장과 특별수사본부 소속 검사, 안태근 당시 검찰국장과 검찰국 간부가 서울 서초동에서 함께 저녁 식사를 하며 이 자리에서 안 국장은 특수본 검사들에게 70만~100만원씩, 이 지검장은 검찰국 과장들에게 100만원씩 격려금을 지급한 사건이다. “정치검찰을 개혁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던 문 대통령은 취임하고 7일 만에 이 사건에 대해 공개 감찰을 지시했다.

 

당시 감찰반은 감찰 착수 20일 만에 이 전 지검장과 안 전 국장에 대한 면직 징계와 이 전 지검장에 대한 수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감찰 결과 발표 뒤 이 전 지검장은 김영란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았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식대가 김영란법상 처벌 예외에 해당하고 격려금 액수가 각각 100만원을 초과하지 않아 처벌 대상이 아니라며 이 전 지검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2심도 음식물과 현금 모두를 청탁금지법 예외 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무죄를 선고했고 대법원은 2018년 10월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이 전 지검장은 법무부를 상대로 낸 면직처분 취소소송에서도 복직 판결을 얻어냈으나, 복직 이튿날 사표를 제출하고 변호사로 개업했다. 안 전 국장도 소송 끝에 지난 2월 대법원에서 면직 취소 판결을 받아내 복직했지만, 사표를 내고 법무부를 떠났다.

 

결국 이 사건은 문 대통령이 전 정권에서 임명된 검찰 간부들에 대해 감찰 지시를 내려 ‘찍어내기’ 수사를 한 것이라는 논란을 불러왔다.

◇”돈봉투 만찬과 달라” 선긋기 나선 법무부… 검사들 “다를 것 전혀 없어”

법조계에서는 “정치 검찰을 개혁하겠다던 이번 정부에서도 결국 일선 검사들 환심을 사려 같은 일을 반복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심재철 법무부 검찰국장은 지난 10월 ’2021년 신임 검사 역량평가'에 면접위원으로 참여한 차장·부장검사 24명에게 1인당 50만원씩을 격려금 명목으로 자기 이름이 적힌 돈봉투에 넣어 지급했다.

 

하지만 법무부는 이런 지적에 대해 21일 “검찰국장이 예산 집행 현장에 간 것도 아니고, (돈을) 직접 지급한 사실도 없어 ‘돈봉투 만찬’과 빗대어 비교하는 것은 왜곡”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이를 두고 검찰 내부에서는 “법무부가 정확한 당시 상황을 제대로 밝히지 않는다”는 얘기가 나온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심 검찰국장은 지난달 14일 직접 법무연수원 용인분원을 찾아 면접위원 24명을 불러모아 오찬을 할 계획이었다. 그런데 당일 심 검찰국장이 오찬 일정을 취소하고 대신 직원을 통해 격려금 50만원이 든 돈봉투를 지급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날은 용인분원에 근무하던 한동훈 검사장을 충북 진천본원으로 보내는 ‘원포인트 좌천 인사’가 단행된 날이었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심 검찰국장이 사정이 생겨 오찬을 취소하지 않았다면 ‘돈봉투 만찬’ 사건과 다를 것이 전혀 없다”며 “2017년과 같은 기준을 적용한다면 심 검찰국장 역시 ‘정치 검사’이고, 대통령이 감찰을 내려야 할 사안”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