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tory from Me

꽃보다 호작질

Jimie 2020. 7. 27. 08:56

꽃보다 호작질.

좋아요 추천 5   조회 299   20.06.29 05:28 댓글 39

 

*호작질(손장난)은 경상도 방언으로 "(명) 쓸데없는 장난, 일을 망침, 이리저리 들쑤셔 놓음"을 뜻하는데, 내 고향은 '호닥질'이었다.

 

 

소승(小生)이 어릴적 시골은 해마다 봄이 오면 보리고개 넘으며 찢어지게 가난했던 시절인지라

대부분의 주거환경은 비 맞지 않을 정도의 초라한 초가집들이었고 먹는 것은 보잘 것 없었고 의복은 형편없이 남루하였다.

 

평소에는 맨발로 지내다가 설.추석 명절이나 닥아오면 양말 한켤레 얻어신는 것이 시골아이들에겐 기다려지는 연중 주요 행사의 하나였었다.

 

내의란 것도 몇년을 입었나, 팔꿈치 빵꾸나고 너덜너덜 닳아빠진 거지발싸개 보다 못한...

 

긴 기인 겨울밤

가끔 엄마가 내복을 벗으라면 홀딱 벗어 던지고 알몸이 된다.

오돌돌돌 겨울밤의 찬 공기가 갈비뼈 앙상한 비쩍 마른 알몸을 에워싼다..

이불을 뒤집어 쓴다.

 

엄마는 내복을 뒤집어 바람에 일렁이는 석유등잔 호롱불에 이리 저리 비추며 내복 봉합선의 구석 구석을 정밀 수색한다.

 

이따금 터지는 소리가 겨울밤 정적을 가늘게 깬다.

탁~! 딱~...!

터지는 소리...

 

아이는 이불로 알몸을 감은채 엄마의 살생 장면을 구경도 하며 호롱불에 맺히는 그을음을 긁어내며 호작질을 한다.

 

그 때마다 엄마가 하는 말은 한결같았다.

"아서라, 불로 호작질하면 자다가 오줌 싼단다"

 

엄마의 예언은 백발백중 오차없이 명중이다.

그런 날 밤엔 아이는 영락없이 쌌다.

 

나는 아마도 어릴 때 부터 호작질을 심하게 했었던가 본다.

밤이면 밤마다 개근하는 오줌싸개였으니까.

 

'아래에 가져온 꽃그림'은 아이가 먼 훗날 노느니 염불하면서 호작질한 결과물들이다.

 

성년이 되어서 '오줌싸개는 영양부족 등으로 인한 야뇨증'임을 알았다.

 

어디 이런 걸 자랑질이라고 하는 사람이야 세상에 있겠나만!

부끄러운 줄은 알아야지.ㅎ~

 

나무관세음~~~...

 

 

"증상이 병적인 호작질"

 

아침마다 로즈메리(미질향,迷迭香)를 손가락으로 문질러 맡아보는 냄새~

세상은 상큼하고 상쾌하다.

 

 

 

 

 

 

호구나 틈만 보이면 꽂고 심고... 안 말려지는 호작질.

 

현관을 출입할 제면 언제나 반가운 인사,,, 꽃보다 예쁜~다육이들.

 

Careless Love (1961) - CONNIE FRANC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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