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tory from Me

안녕이란 말은~

Jimie 2020. 7. 26. 07:49

// 안녕이란 말은 하지 않을게요.//

 

좋아요 추천 4 조회 198 20.06.27 09:18 댓글 22

 

 

2010년 10월 10일 아침나절이다.

 

"Hello, Jim,,,, Lucie here."

(짐 안녕...나 루시야)

*짐(Jim)은 재임스(James)의 약칭으로 나의 종교이름.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목소리,

13년전 헤어진 나의 이웃자매 루시의 음성인지라 , 그녀임을 알고 반가워 한다.

청력에 문제가 있는 나는 여전히 귀는 사슴귀처럼 쫑긋 세우고 있다.

 

"Jhon passed away a month ago,he was very sick."

(죤이 한달전 하늘로 갔어.많이 아팠어.)

"What a surprise ! Lucie, I can't find any word to say so sad."

(뭐라고 루시 ! 너무 슬퍼서 아무 말도 못하겠어.)

 

루시의 남편, 죤은 나에게 잊을 수 없는 추억을 남겨준 한없이 순박한 사람이다.

 

1996년 여름무렵 나는

어느 이역 산가에 들어 드넓은 농장(목장)의 사슴농부가 된다.

 

그야말로 일년내내 찾아 오는 이 아무도 없는 절해고도, 천하 적막강산...

워낙에 한적하고 인적도 없는 산간인지라 2~4km 떨어져 있는 이웃은 이웃 사촌이 아니라 바로 이웃 형제가 된다.

그것은 산가(山家)의 숙명.

 

나의 이웃 형제자매

죤 마터만(John Materman)과 루시 마터만(Lucie Materman)은 다취(Dutch:네델란드인)부부다.

.

은퇴하여서도 작은 전원(Life -style Block)에서 쉬지 않고 움직이며

취미로 여러 종류의 가축을 길러 육류도 우유도 자급하고 채소도 자급하면서 사는...

 

그들은 네넬란드 출신으로 인도니지아( 옛 네델란드 식민지)에 참전했다가 제2차 세계대전 종전후 평화의 땅을 찾아 평화로운 섬나라로 이주한 사람으로 근검 절약 성실의 사표처럼 생활하는 모습을 보여 주는 사람들이다.

 

그도 그럴 것이 새 땅에 닿았을 때는 수중에 단돈 십달러가 남았더라 하였으니 그들이 생존을 위하여 어떻게 살아야 했는지는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었으며 사는 그 모습이 바로 그 증명서였다.

 

한국인에게 최초로 알려진 서양인은 다취사람 하멜이라는 둥 월드컵 한국축구감독이었던 다취사람 히딩크 모르는 한국인은 한 사람도 없다는 둥 네델란드와의 인연을 굳이 들먹이면서 선택의 여지도 없는 귀한 이웃인지라 금세 십년지기를 뛰어 넘는 친숙한 이웃이 된다.

 

3년지기쯤 되었을 때다.

그의 소파에 앉아 차 한잔 나누던 그 어느날도 여느때 처럼 이런 저런 얘기... 그는 어려웠던 그의 한 시절을 더듬어 본다.

 

"짐, 1960년대 초, 산림일을 했는데 한국에 목재를 보냈어.연락이 끊겼어.돈을 받지 못했지"

"죤, 미안해. 내가 사과할게.그 때는 후진하고 가난한 나라에 그런 사람들 가끔 있었어."

"아냐, 사람들은 각각 달라.그냥 얘기야.네가 사과할 일은 아니야."

 

무공해 인간 죤에게 사기친 코리안, 그는 누구인가 ...

 

그를 대할 때마다, 그와 더 친숙해질수록,그를  생각할 때마다 떨칠 수 없는 미안함이 나의 원죄처럼 자리 잡았다.

그가 이승을 떠나고 없는 지금 이 순간마저도...

 

이방인의 생활이 얼마나 고달프고 힘들고 외로운 것인지 절절히 체험한 그인지라 절해고도 산가로 굴러든 나에게 세심한 배려와 관심과 도움을 주려고 그야말로 아이 다루듯 나를 아껴주고 사랑해준(TLC;Tender Loving Care) 죤!

 

13년전 농장을 떠나올 때 이웃 형제자매에게 작별을 하러 들렀다.

이건 가다가 중간에 쉬면서 마실 음료, 이것은 점심, 이건 저녁...

정성들여 요모조모 챙겨 한보따리 안겨주던 순박한 인정, 아름다운 사람들.

 

일년에 서너차례 통화하면 그곳의 소식을 알려주던 이역땅 내고향 내 형제...

그 때마다 언제 다니러 올거냐고 잊지 않고 물어주던 죤.

 

루시는 설명한다.

그곳 지역신문에는 부고를 공지했지만 멀리 떨어져 있는 너(Jim)는 습득하지 못 했을 것이라며 놀라지 말라고...말문을 연다.

죤이 창고에서 넘어져 병원에 입원하였고 고생하다가 한달전 하늘나라로 갔다고...

그의 무덤은 옛날 나의 농장 부근에 새로 생긴 묘원이 있는데 그곳에 안치했다고...

향년 87세~

 

이역 나그네, 이 아침 나절,

하늘 나라로 마지막 편지를 띄운다.

글썽이는 눈물이 설웁게 떨어지는 나의 찻잔에...

나의 빈 하늘에 하염없이 상념을 날려 보낸다 ...

 

//친애하는 죤,

 

세상 때 묻지 않은 무공해 인간만이 지니는

무공해 인정이 무엇인지 알려주신 당신을 무척 존경하고 사모합니다.

 

내가 고독한 산가에 들어 절해고도 은둔의 시절에

당신께서 남겨주신 한없이 아름다운 추억들은

나 죽는 날까지 고이 간직될 것인즉, 한없이 감사하고 난 행복할 것입니다.

 

죤,우리 다시 만날 때까지 하늘 나라에서 평화롭게 쉬어요.

 

우리 만날거니까

안녕이란 말은 하지 않을게요.

 

~짐으로부터~//

 

 

Song for Liverty(자유의 송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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