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줄고 흰머리 늘었네···이재용이 취재진 따돌리고 간 곳
- 중앙일보
- 김경진
- 입력2021.08.13 15:57최종수정2021.08.13 17:06
수감 생활 207일 만에 13일 가석방으로 출소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눈에 띄게 수척해진 모습이었다. 수감 전보다 체중이 13㎏가량 줄었다고 한다. 흰 머리카락도 늘었다.
이 부회장은 출소 직후 “국민 여러분께 너무 큰 걱정을 끼쳐드렸다. 정말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어 “저에 대한 걱정과 비난, 큰 기대를 잘 듣고 있다.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3일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가석방으로 출소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한 뒤 고개를 숙이고 있다. 이 부회장은 지난 1월 국정농단 사건으로 실형을 선고 받아 재수감된 지 207일 만에 석방됐다. 김상선 기자
서초 사옥 직행해 사장단 미팅
이 부회장의 첫 행선지는 삼성전자 서초 사옥이었다. 일정이 철저히 비밀에 부쳐진 탓에 사옥을 방문하는 모습은 언론에 공개되지 않았다. 이후 주요 경영진과의 미팅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최대한 드러나지 않게 시급한 사안을 챙기겠다는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취업 제한에 대한 논란이 크지만, 시급한 업무를 챙기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서 이른바 ‘정중동(靜中動)’ 행보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법무부는 지난 2월 이 부회장에서 취업 제한을 통보했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에 따라 5억원 이상 횡령‧배임의 범죄를 저지르면 형 집행 종료‧정지 후 5년간 관련 기업에 취업할 수 없다.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의 등기임원이 될 수 없을 뿐 아니라, 해외 출장에도 제약이 따른다.
이를 해소하려면 이 부회장 측이 법무부에 취업 제한 예외 승인 신청을 해야 한다. 다만, 이 부회장이 법무부에 취업 제한 예외 승인 신청을 할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삼성 서초 사옥 전경. 연합뉴스
취업 제한 논란 속 경영복귀 의지 드러내
박범계 장관은 지난 9일 브리핑에서 “이번 가석방에는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국가적 경제 상황과 글로벌 경제 환경에 대한 고려 차원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대상에 포함됐다”고 밝혔다. 재계에서도 취업 제한 조치를 풀어줘야 한다는 건의가 잇따랐다.
하지만 경제개혁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전자의 상근부회장(미등기임원)에서 비상근 부회장(미등기임원)으로 근무 형태만 변경했을 뿐 여전히 삼성전자의 임원으로 있으면서 법무부의 취업 제한 통보에 응하지 않고 있다”며 비판했다.
━
삼성전자 주가 급락, 흔들리는 ‘초격차’…과제 첩첩
삼성전자 최근 4년 실적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이런 상황에서 이 부회장이 첫 행보로 서초 사옥을 방문한 건 그만큼 삼성을 둘러싼 시급한 현안이 많다는 뜻을 강조하려는 의미로 읽힌다. 당초 재계에선 이 부회장이 한남동 자택으로 가거나 고 이건희 회장이 안장된 경기도 수원 가족 선영을 찾을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사면초가’ 상태다. 이 부회장이 출소한 이날도 '반도체 고점론' 속 외국인들의 투매가 이어지며 삼성전자 주가는 급락했다.
단순한 경기 사이클의 문제를 넘어 글로벌 ‘초격차’ 경쟁력이 흔들리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미국 마이크론은 삼성에 앞서 4세대(1a) D램 양산에 나섰고, 지난해 11월엔 업계 최초로 176단 낸드플래시를 공개했다. 앞서 SK하이닉스는 삼성보다 앞선 2019년 말 128단 낸드플래시 첫 양산에 들어갔다. 파운드리에서도 세계 1위인 대만 TSMC와 격차가 더 벌어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5월 170억 달러(약 19조5000억원)를 들여 미국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을 짓겠다고 발표했지만 4개월째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스마트폰 시장에선 중국의 추격이 거세다. 시장조사업체인 카운터포인트리서치·카날리스 등에 따르면 올 2분기 삼성전자의 세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18~19%였다. 애플을 제치고 2위에 오른 샤오미와 격차는 2%포인트에 불과하다.
이경묵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이 부회장은 국가적 경제 상황과 글로벌 경제 환경이라는 가석방의 ‘취지’와 보호 관찰·취업 제한이라는 ‘처분’이 위배되는 상황에 부닥쳐있다”며 “여러 가지 제약이 있는 상황이지만 국민 경제 기여라는 취지에 무게를 두고 총수 차원에서의 의사 결정과 투자를 우선순위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김경진 기자 kjink@joongang.co.kr
'The Citing Articles' 카테고리의 다른 글
"조국 아들 포함 고교생 서울대 인턴한 적 없다"…조국 "기억해달라" (0) | 2021.08.13 |
---|---|
흰머리 늘고 수척해진 이재용 서초사옥부터 달려갔다 (0) | 2021.08.13 |
중국 공산당에 장악된 홍콩…인구 9만명 급감·예금 1조원 유출 (0) | 2021.08.13 |
이재용, 207일 만에 가석방 출소… “국민께 정말 죄송, 열심히 하겠다” (0) | 2021.08.13 |
박범계 겨눈 한동훈 "언제부터 장관이 구체적 수사지휘했나" (0) | 2021.08.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