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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코드는 잊어라" 인천~LA 5시간이면 날아간다…초음속 여행시대 속도

Jimie 2021. 7. 9. 08:17

"콩코드는 잊어라" 인천~LA 5시간이면 날아간다…초음속 여행시대 속도

콩코드 퇴출 18년만에
美스타트업 3사 도전장

  • 이재철 기자
  • 입력 : 2021.07.08 17:07:17 수정 : 2021.07.08 20:50:17

"예전의 콩코드는 잊어주세요. 새 초음속 여객기는 작아도 저렴하고 친환경적인 여행을 선사합니다."

지난 20여 년간 글로벌 항공산업은 빠르기보다 크기에 치중한 싸움이었다. 한때 유럽에서 잠깐 출현했다가 사라진 비운의 초음속 여객기 '콩코드' 때문이다. 승객을 더 빨리 목적지에 이동시키려고 기체 크기를 줄이고 훨씬 많은 연료를 썼던 탓에 다른 여객기보다 수익성이 현저히 떨어졌다.

그러나 이름도 생소한 신생 기업들이 다가오는 우주여행 시대에 앞서 첨단 기술로 무장한 채 초음속 여객기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에어리온 슈퍼소닉·스파이크 에어로스페이스·붐 슈퍼소닉 등 미국 스타트업 '3총사'가 그 주인공이다.

 


민첩성을 무기로 하는 이 작은 거인들은 저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 록히드마틴, 보잉, GE항공 등 거대 기업·연구기관과의 협력 관계 속에서 콩코드와는 완전히 다른 21세기형 초음속 여객기를 개발 중이다. 이른바 꼬리(스타트업)가 몸통(대기업)을 흔들며 항공산업에서 새로운 속도 경쟁을 추동하고 있는 것이다.

 

 

◆ '콩코드 실패'에서 얻은 혁신

2003년 10월 수익성 악화로 퇴출당한 브리티시항공의 초음속 여객기 `콩코드`. [AP = 연합뉴스]

 

현재 일반 여객기의 비행 속도는 시속 800~1000㎞ 수준이다. 초음속은 음속(시속 1224㎞)을 넘어서는 것으로, 통상 항공기 속도가 마하 1.2(시속 1469㎞)를 충족할 때 '초음속 여객기'라는 타이틀이 부여된다.

불과 18년 전까지 유럽과 미국을 잇는 대서양 구간에 이 초음속 여객기가 오갔다. 영국과 프랑스가 합작해 만든 콩코드기다. 그러나 순항 속도 마하 2(시속 2448㎞)를 자랑하는 이 여객기는 지나치게 비싼 항공료와 낮은 연비, 과도한 엔진 소음, 환경오염 문제 등으로 2003년 시장에서 퇴출됐다.

이 중에서도 가장 큰 문제는 음속을 돌파하는 과정에서 '쿵' 하고 지축을 뒤흔드는 소리를 내는 '소닉붐'이었다. 항공 당국 규제로 콩코드기는 지상이 아닌 해상 운행 때에만 초음속을 가동할 수 있었고, 속도를 내기 위해 장착한 별도의 추력장치가 '기름 먹는 하마' 역할을 했다.

반면 공기역학과 무게를 고려해 기체 크기를 줄이다 보니 탑승 인원이 100명 내외였다. 일반 여객기 대비 5배 안팎의 항공유를 더 먹는 이 초음속 여객기의 난제를 풀기 위해 신생 개발사들은 소재와 공기역학, 엔진 등 3대 부문에서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동체를 과거 알루미늄 소재가 아닌 탄소 복합 소재로 바꿔 기체 무게를 줄이고 날개 디자인을 개량해 소닉붐 충격파가 최대한 날개 아래가 아닌 위로 향하도록 날개 디자인을 개량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 유나이티드항공 8년 뒤 상업 운행



3개 업체 중 여객기 상용화에 가장 근접한 업체는 붐 슈퍼소닉이다. 이 업체는 평균 항속 마하 1.7(시속 2080㎞)을 구현하는 초음속 여객기 '오버추어'를 2029년부터 상업 운행하는 계획을 구체화하고 있다. 이곳 창업자인 블레이크 숄 최고경영자(CEO)는 초음속 여객기 개발 시장에서 이른바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와 같은 존재감을 빛내고 있다.

그는 미국 카네기멜런대 출신으로 아마존에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활약하다가 콩코드를 잇는 제2의 초음속 여객기를 만들겠다는 어린 시절 꿈을 실현하기 위해 2014년 붐 슈퍼소닉을 창업했다. 그는 다수 매체와 인터뷰에서 "초음속 여객기 시장이 보편화하면 모든 글로벌 노선을 4시간 안에 주파하게 된다"며 "이 4시간 이내 여행을 100달러만 내면 즐길 수 있는 시대를 만드는 것이 붐 슈퍼소닉의 궁극적인 목표"라고 강조했다. 붐 슈퍼소닉은 최근 미국 대표 항공사인 유나이티드항공에 15대를 공급하는 잭팟을 터뜨렸다. 유나이티드항공은 콩코드 이후 새롭게 글로벌 여객 시장에 출현하게 되는 이 기종을 2029년부터 상업 가동한다는 구상이다. 일본항공도 붐 슈퍼소닉에 거액을 투자해 사전 구매 옵션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파이크 에어로스페이스는 영국에서 홍콩까지 1만㎞의 장거리 노선을 논스톱으로 날 수 있는 마하 1.6(시속 1958㎞), 탑승객 12~18명 규모의 장거리 노선용 초음속 여객기(스파이크 S-512)를 개발하고 있다. 소닉붐을 최소화하는 공기역학 디자인을 위해 동체에 모든 창문을 없애는 대신 기내에 디스플레이 화면을 설치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승객 88명을 태울 수 있는 오버추어보다 현저히 작은 동체에서 알 수 있듯이 세계 갑부와 대기업 수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 미사일보다 빠른 여객기 개발도



현재 진행형인 초음속 여객기 개발 경쟁에서 산업계가 가장 주목하는 회사는 단연 에어리온 슈퍼소닉이다. 이 회사는 경쟁 업체들을 압도하는 마하 4.3(시속 5263㎞)의 세상에서 가장 빠른 여객기(에어리온 AS3)를 개발 중이다. 이는 미국의 함대공 미사일인 SM-6(마하 3.5)보다 빠른 수준이다. 미국, 러시아, 중국이 마하 5(시속 6120㎞) 이상 극초음속 미사일 등 첨단 무기체계 개발에 힘쓰는 가운데 여객기 중에서는 가장 도전적인 목표다.

 

 

이 회사는 먼저 마하 1.4 속도로 최장 1만㎞를 날 수 있는 초음속 여객기(에어리온 AS2) 운행을 2025년부터 시작한 뒤 개량형으로 동체 크기를 키워 최대 50명을 태우고 5000㎞를 날 수 있는 AS3를 완성한다는 구상이다. 개량형 모델을 만드는 과정에서 직면하는 거대한 기술적 한계를 돌파하기 위해 회사는 NASA 랭글리 연구센터, GE항공, 사프랑 등 항공 부문 최고의 기술 기업·연구소와 손을 잡았다.

각 사가 개발 중인 초음속 여객기의 성능과 고객 타깃이 다르지만 동일한 고민거리가 있다. 바로 빠르게 진화하는 기술 혁신의 속도를 각종 항공 관련 규제가 수용할지 여부다. 기술 혁신으로 완화된 소닉붐을 규제기관들이 수용하지 않을 경우 옛 콩코드 사례처럼 해상 구간에서만 제한적으로 초음속 가동을 할 수밖에 없다.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국제민간항공기구(ICAO)가 요구하고 있는 '지속가능한 연료(SAF)' 부담도 크다. 항공 업계는 식물 등에서 추출한 바이오 연료를 기존 항공유에 배합해 점진적으로 탄소배출량을 감축해야 한다.

[이재철 기자]
매일경제 & 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