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송해요”“죄송합니다”···극단선택 간호공무원은 사과만했다[이슈픽]
- 서울신문
- 입력2021.05.27 00:50
유족은 이씨가 동료들과 나눈 카카오톡 메시지를 일부 공개했다. 연합뉴스
“샘들께 먼저 의논하는 게 맞는 건데 제가 진짜 마음이 고되서 그런 생각을 못 했네요”
“네. ○○○ 죄송합니다. 마음이 힘들어서 판단력이 없었습니다”
“더이상 실망시켜드리지 않도록 해나가겠습니다”
극단적인 선택을 한 간호공무원 이모(33)씨의 생전 카톡 내용이다.
26일 부산 남부경찰서, 전국공무원노조 부산지역본부에 따르면, 지난 23일 오전 8시 12분쯤 부산 동구보건소 간호직 공무원 이모씨가 자택에서 극단적 선택을 했다.
이날 이씨의 유족은 이씨가 동료들과 나눈 카카오톡 메시지를 일부 공개했다. 이씨는 사망 직전인 지난 22일 직장 동료들에 자신의 심정을 전했다. 대부분 “죄송하다”, “실망시키지 않겠다” 등의 내용이 담긴 카톡이다.
유족은 이씨가 해당 보건소로부터 업무를 과다하게 부여받는 등 격무에 시달리다 우울증 증세로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에 이르렀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씨는 지난 18일부터 확진자가 나와 코호트 격리에 들어간 부산 한 병원을 관리했다.
유족 “해당 병원 관리 담당 아니었으나 압박 때문에 떠맡은 것으로 보인다”
유족은 당초 이씨가 해당 병원에 대한 관리 담당이 아니었으나 상부 지시 등 압박 때문에 떠맡은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이씨 유족은 “고인이 동료들과 대화를 나눈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을 보면, 보건소 직원들은 차례를 정해 순서대로 코호트 병원을 담당한다”며 “그러나 고인이 일을 잘한다는 이유로 순서가 아닌데도 업무를 떠맡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실제 22일 오전 보건소 직원 등과 나눈 카카오톡 대화록을 보면 이씨는 업무에 대해 많은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보인다.
이씨는 동료 2명과 대화를 하면서 “어제 오전에 (코호트 격리된) A병원을 다녀와서 넘 마음에 부담이 되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정말 멘붕이 와서 B님과 의논했고, 저는 주도적으로 현장에서 대응하기에 자신이 없다고 말씀드렸더니 몇가지 방안이 있었는데 결론적으로 C선생님과 D주무님이 같이 맡아 하기로 했다”고 적었다.
해당 보건소 간부는 “코호트 격리를 처음 맡았고, 원래 담당해야 하는 순서가 아니었는데 하다보니 힘들고 그만하고 싶은 마음이 들 수는 있다”면서 “중간에 못하겠다고 하면 자기 입장에서는 책임감이 없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고 생각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씨의 유족은 이씨가 동료들과 나눈 카카오톡 메시지를 일부 공개했다. 연합뉴스
이씨는 포털에 우울 관련 단어를 검색하고, 일을 그만두는 내용의 글도 수차례 찾아본 것으로 나타났다.
유족에 따르면 이씨는 불안장애, 공황장애, 두통, 치매, 정신과, 우울증 등의 단어를 찾아보기도 했다. 공무원 면직, 질병 휴직 등을 문의하는 게시글을 여러 번 살펴보기도 했다.
이씨는 7년차 간호직 공무원으로, 동구보건소에서 근무한 지 5년째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족들은 본래 3일장을 치르려 했으나 이씨의 사망 원인 파악을 위해 5일장으로 연장한 상태다.
“코로나19가 장기화, 고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전국공무원노조 부산지역본부 측은 이씨 사망에 대한 입장을 표명할 예정이다.
노조 관계자는 “업무 과다와 스스로 일을 해내지 못하면 어쩌나하는 책임감에 마음의 병이 생겨 극단적 선택을 한 것 같다”며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현장에서 일하는 간호직 공무원이 고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일이 더 재발하지 않도록 현장의 어려움과 함께 인력충원, 휴식 시간 확보 등 문제를 건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경찰은 유족, 목격자를 상대로 정확한 사망 경위 등을 수사 중이다.
한편 최형욱 동구청장은 “평소 의욕이 넘치고 일을 잘하는 직원이라 동료로부터 신뢰도 많이 받았다”며 “고충을 미리 소통하지 못한 것이 아쉽다”고 안타까워 했다.
김채현 기자 chkim@seoul.co.kr
[단독] "극단선택 간호공무원, 밤새 뇌출혈·두통 검색했다"
[중앙일보] 입력 2021.05.27 05:00
[중앙포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격무를 호소하던 부산 한 보건소 직원이 지난 23일 극단적 선택을 하기 전 밤새 포털사이트에서 자살·뇌출혈·두통 등 단어를 검색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유가족 “심적으로 힘들어했다”
동료 “백신업무 등 거의 못 쉬어”
부산공무원노조 관계자는 26일 중앙일보와 전화 인터뷰에서 “간호직 공무원인 A씨(33)는 지난 22일 오후 8시 지친 모습으로 퇴근한 후 잠을 청하지 못하고 밤새 인터넷을 하며 시간 보냈다”며 “포털사이트에 11층 아파트, 뇌출혈, 두통, 최연소 7급 공무원 극단적 선택 등을 검색했다”고 말했다.
A씨는 다음날 오전 8시쯤 남편이 잠자던 안방에서 나와 부엌 쪽 다용도실 창문을 통해 투신했다. 이에 대해 유가족은 “A씨가 업무 가중으로 인한 급성 우울증으로 극단적 선택을 했다”며 업무상 재해라고 주장하고 있다.
유가족에 따르면 A씨는 지난 18일 코로나 19 확진자가 발생해 코호트 격리에 들어간 부산 한 병원을 맡게 됐다. A씨는 코호트 병원 담당 순번이 아니었는데 상관의 지시에 따라 일을 맡았다는 게 유가족의 주장이다.
A씨 유가족은 “고인이 해당 병원 담당자라는 이유로 코호트 병원 담당을 맡는 과정에서 심적으로 굉장히 힘들어했다”고 말했다.
공무원노조 “코로나 격무 호소…인력 충원”
A씨는 코호트 격리 병원을 담당한 지 사흘째인 지난 20일 “일이 너무 많고 힘들다”며 업무 분장을 요구했다. 이에 보건소 측은 시간제 공무원 직원 2명을 배치했지만 A씨는 계속 격무를 호소했다고 한다. A씨는 토요일인 지난 22일에도 출근을 주저하다 결국 집을 나선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해당 보건소 관계자는 “A씨가 코호트 병원 담당 순번은 아니었지만, 해당 병원을 이전부터 A씨가 담당해왔다”며 “이 병원을 제일 잘 아는 A씨가 코호트 격리 업무를 맡는 게 효율적인 것 같아 A씨를 배정했다”고 해명했다.
그는 또 “우리 보건소의 정규 간호직 공무원은 50여명에 불과한 데다 기존 고유업무에 선별진료소 파견, 역학조사 등에 동원되면서 다들 1년 넘게 격무에 시달리고 있다”며 “최근에는 백신 접종 업무에도 동원되면서 한 달 동안 쉬는 날이 거의 없었다”고 했다.
부산공무원노조는 오는 6월 1일 진상조사단을 꾸리고 A씨의 사망 원인을 조사할 계획이다. 부산공무원노조 관계자는 “코로나19 장기화로 격무에 시달리는 공무원 가운데 우울증을 호소하는 이들이 많다”며 “정부가 인력 충원은 안 해주고 주먹구구식으로 과중한 업무를 떠맡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노조 관계자는 또 “A씨가 사망하게 된 원인을 제대로 조사하고, 인력 충원 등 대책 마련을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이은지 기자 lee.eunji2@joongang.co.kr
'The Citing Articles' 카테고리의 다른 글
청문회 파행…김용민 “국민의힘 책임” vs 조수진 “與 일부러 도발” (0) | 2021.05.27 |
---|---|
진중권, 김남국은 멍청해도 착하지만 김용민은 멍청한데 사악해? (0) | 2021.05.27 |
이성윤에 반기든 이성윤 최측근, 중앙지검 반부패1부장 사표 (0) | 2021.05.27 |
경찰, 처음부터 이용구가 누구인지 알고 덮었다 (0) | 2021.05.27 |
이게 뭐하자는 건가… 文 정부 '중국인에 한국 국적' 개정안 편파 공청회 (0) | 2021.05.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