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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식 민주주의의 생동감’’

Jimie 2021. 4. 6. 16:37

‘중국식 민주주의’ [이종섭의 베이징 리포트]

경향신문 |입력2021.04.06 13:53 |

 

[경향신문]



‘중국식 민주주의의 생동감’

지난달 29일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에 실린 평론의 제목이다. 인민일보는 평론에서 “코로나19 같은 전 지구적 도전은 민주주의의 실질적이고 효과적인 실현 형식에 대한 고민을 촉발했다”며 “중국식 민주주의가 보여주는 왕성한 생명력이 국제사회에서 날로 중요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중국식 민주주의’라는 단어가 눈길을 끈 건 지난달 18일(현지시간) 미국 알래스카에서 열린 미·중 고위급 회담 때문이다. 당시 양제츠 중국 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원은 “미국에는 미국식 민주주의가 있고, 중국에는 중국식 민주주의가 있다”는 말로 신장·홍콩·대만 문제 등에 대한 미국의 공격을 맞받았다. 양 정치국원은 또 “대부분 국가는 미국의 가치를 국제 가치로 인정하지 않는다”면서 “중국의 인권과 민주주의에 대해 왈가왈부해선 안된다”고 목소리를 키웠다.

지난달 18일(현지시간) 미국 알래스카 앵커리지에서 미·중 고위급 회담이 열리고 있다. 앵커리지|AP연합뉴스


민주주의와 인권 문제로 비판을 받을 때마다 중국이 ‘절대적 기준은 없다’며 내정에 간섭하지 말라고 맞받아 온 건 새삼스런 일이 아니다. 이런 인식에는 그들의 정치 체제에 대한 확신과 자신감이 깔려 있다. 그것은 중국의 정치 시스템이 유지되는 밑바탕이기도 하다. 중국의 체제에 대한 자신감은 한발 더 나아가 우월감으로 바뀌고 있다. 인민일보는 “서방 일부 국가의 민주적 실천에서 인민들은 투표권만 있지 광범위하게 참여할 권리가 없기 때문에 투표할 때만 깨어나고 투표한 후에는 휴면기에 접어든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런 형식적 민주주의는 한계가 분명하기 때문에 중국식 민주주의는 서구 민주주의의 결함을 극복하고 인민의 근본 이익을 지키는 가장 광범위하고 유용한 민주주의”라고 주장했다.

역설적이게도 지난해 미국이 ‘중국 바이러스’라고 공격했던 코로나19는 중국의 체제 우월감을 강화시키는 계기가 됐다. 중국 국무원은 최근 발간한 ‘2020년 미국 인권침해 보고서’에서 세계에서 가장 많은 사망자가 발생한 미국의 코로나19 대응 실패를 가장 큰 인권 침해 사례로 지적했다. 지난해 미국 대선 과정에서 발생한 선거 불복 움직임과 의사당 폭동 사태는 중국이 대내외적으로 체제 안정성과 우월성을 과시하는 수단이 됐다. 나라마다 독특한 정치·사회 환경이 존재한다는 중국의 항변은 일견 수긍이 가는 부분도 있다. ‘미국식 가치’가 항상 정답이 될 순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서구식 민주주의에 익숙한 이들에게 ‘중국식 민주주의’라는 개념은 다소 생경하다. 인민일보는 “여러 사람의 일을 여럿이 상의해 사회 전체 염원과 요구의 최대 공약수를 찾는 것이 인민민주주의의 요체”라는 시진핑(習近平) 공산당 총서기의 말로 ‘중국식 민주주의’를 설명한다. 그러면서 모든 법안과 정책이 일사천리로 처리돼 ‘고무도장’이라 불려 온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를 민주주의의 생생한 현장으로 묘사했다. 이방인의 눈에는 그 민주주의의 실체가 여전히 모호하다. 서구식 민주주의는 결점까지도 비교적 투명하게 드러난다. 어떤 체제나 제도든 완벽한 것은 없다. 쉽게 우열을 논할 문제도 아니다. 다만 ‘중국식 민주주의’의 우월성을 내세우려면 적어도 체제의 투명성을 높이는 노력이 먼저 필요하지 않을까. 예컨데 언론의 자유 같은 것에서부터 시작해서 말이다.

베이징|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