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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재조사 역풍에…軍진상위, 회의 30분만에 “철회”

Jimie 2021. 4. 2. 18:20

천안함 재조사 역풍에…軍진상위, 회의 30분만에 “철회”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 박효목 기자 입력 2021-04-02 17:22수정 2021-04-02 17:53

 

대전=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대통령 직속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진상위)가 2일 천안함 피격사건을 재조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천안함 민군합동조사단(합조단) 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좌초설을 계속 제기한 신상철 씨의 진정을 지난해 12월 수행해 재조사 개시를 결정했다가 여론의 역풍을 맞자 이를 뒤집은 것이다.

진상위는 이날 보도자료에서 “2010년 3월 26일 발생한 천안함 진정사건에 대해 위원회 전체회의 결과 7인 위원이 모두 참석해 만장일치로 ‘각하’ 결정했다”고 밝혔다. 각하 결정은 오전 11시 회의 개시 후 30분 만에 ‘속전속결’로 이뤄졌다. 앞서 이인람 위원장은 전날(1일) 전사자 유족 등을 면담한 뒤 “사안의 성격상 최대한 신속하게 각하할 수 있는지 등에 대해 결정할 예정”이라면서 긴급회의 개최를 예고한 바 있다.

진상위는 각하 이유에 대해 “진정인(신 씨)이 천안함 사고를 목격했거나 목격한 사람에게 그 사실을 직접 전해들은 자에 해당한다고 볼만한 사정이 보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2월부터 1일까지 진상위는 신 씨가 진정인 요건에 해당된다고 판단해 재조사를 결정했다는 입장을 고수한 바 있다. 진상위 관계자는 판단의 번복 경위에 대해 “구체적 내용은 확인해줄수 없다”면서 “위원들이 유족 면담 등의 결과를 두루 고려한 게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군 안팎에선 유족과 생존 장병의 거센 반발, 비난 여론 확산 등 파장이 커지자 진상위가 ‘백기’를 든 것으로 보고 있다. 진상위의 재조사 결정을 접한 유족들은 즉각 철회와 사과를 요구했고, 전준영 천안함생존자 예비역 전우회장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나라가 미쳤다. ”에 휘발유 뿌리고 청와대 앞에서 죽고 싶은 심정“이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인터넷에도 진상위와 정부를 비판하는 댓글이 줄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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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상위의 이례적인 신속 각하 결정을 두고서 청와대의 의중이 반영됐다는 관측도 나온다. 4·7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이번 사태가 정치적 역풍으로 번지자 청와대가 진화에 나선게 아니냐는 것이다.

 

청와대는 이날 브리핑에서 ”위원회 결정 과정에는 청와대가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면서도 ”대통령은 지난달 26일 서해 수호의 날 기념식에서 당시 장병들에게 위로와 함께 깊은 경위를 표했다. 이것이 대통령의 진심“이라고 했다. 이어 ”문재인 대통령은 당시 함장 장병들에 대한 보답을 한 치도 잊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성우 천안함 46용사 유족회장(60)은 ”각하 결정은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애초에 아무런 자격이 없는 사람의 진정을 받아들인 것이 문제“라며 ”진정이 접수된 때부터 지난해 말 조사 개시를 결정하게 된 과정을 소상히 밝히고 위원회 차원에서 유가족과 생존 장병들에게 사과 성명을 발표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이 두 번 다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공식적으로 ‘천안함 폭침은 명백히 북한의 소행’이라고 밝혀주길 바란다“고 요구했다.

천안함 생존 병사 안재근 씨(30)는 ”대통령이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 참석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겪는 생존 장병들을 돕겠다‘고 말한 지 며칠 지나지 않아 위원회의 재조사 소식을 듣게 돼 배신감을 느꼈고 먼저 간 전우들에게 죄책감까지 들었다“고 말했다. 안 씨는 ”아직도 매년 3월 26일이 다가오면 PTSD 증상이 심해지는데, 이런 일까지 겹쳐 평소보다 강한 안정제와 수면제를 먹어야 했다. 다른 장병들도 서로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고 했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