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iting Articles

공정을 외친, 위선의 퇴장

Jimie 2021. 3. 30. 03:09

공정을 외친, 위선의 퇴장

김상조 靑 실장, 목돈 없어 전셋값 올렸다더니 통장엔 14억원
文대통령, 부동산 논란 하루만에 경질...후임에 이호승 임명

조선일보 김아진 기자 노석조 기자

입력 2021.03.30 00:59 | 수정 2021.03.30 00:59

 

대통령비서실 김상조 전 정책실장이 2021년 3월 29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퇴임 인사를 하고 연단에서 내려오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을 경질했다. 김 실장 자신이 주도했던 ‘임대차 3법’(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상한제·전월세신고제) 시행 이틀 전인 작년 7월 서울 청담동 아파트 전셋값을 8억5000만원에서 9억7000만원으로 14.1%(1억2000만원) 올려 받은 사실이 알려지자 하루 만에 교체를 결정한 것이다. 임대차법은 세입자 보호를 명분으로 전세금 인상 폭을 5%로 제한하도록 했다.

 

김 실장은 임대차법 부작용으로 전세난이 일어나자 작년 말 “불편하더라도 조금만 기다려달라”고 국민의 이해를 구했다. 또 계속해서 “집값이 안정될 것”이라고 했다. 그랬던 김 실장이 법 시행 직전 발 빠르게 전세금을 올려 받은 사실이 드러나자 민심은 “재벌 저격수라더니 세입자 저격수” “내로남불과 위선의 끝판왕”이라며 폭발했다.

 

김 실장은 살고 있는 서울 성동구 금호동 아파트 전세 가격이 올라 어쩔 수 없었다고 해명했지만, 예금 14억7300만원을 보유하는 등 자금 여력이 충분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김 실장의 청담동 아파트 전세 재계약 시점도 논란이다. 전세 만료일이 지난해 8월이었는데 재계약을 이보다 약 한 달 앞서 7월 29일에 했기 때문이다. 임대차 3법 시행 전에 재계약을 하기 위해 한 달 정도 앞당겨 돈을 올려 받은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문 대통령은 이날 김 전 실장 후임 정책실장에 이호승 전 경제수석을 임명했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 과거 발언들

 

국민의힘은 논평에서 “위선도 이런 위선이 없다”며 “자신을 ‘재벌 저격수’라고 하더니 ‘세입자 저격수’였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김 실장 경질 이후 청와대에서 열린 반부패정책협의회에서 LH 사태를 언급하면서 “부동산 부패의 구조적·근본적 해결까지 나아가야 한다”며 부동산 적폐 청산을 재차 강조했지만, 김 실장 문제를 사과하지는 않았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지난 28일 저녁 전세값 대폭 인상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자 사의를 표명했고, 문재인 대통령은 29일 사실상 김 실장을 경질했다. 이 정부 청와대에서는 다주택 처분을 거부하고 그만둔 김조원 전 민정수석의 ‘직보다 집’, 김의겸 전 대변인의 흑석동 투기 의혹 등이 불거진 바 있다. 이에 여권에서조차 작년 12월 김 실장이 사의를 표명했을 당시 문 대통령이 코로나 재난지원금 등을 이유로 경질하지 않은 것에 대한 지적이 나왔다.

 

김 실장이 임대차법 시행 직전인 작년 7월 자신이 보유한 청담동 한신오페라하우스2차 아파트(120.22㎡) 임대 보증금을 8억5000만원에서 9억7000만원으로 14.12%(1억2000만원)나 올렸다는 사실이 알려진 뒤 청와대는 적극 해명했지만 오히려 논란을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토부 실거래가 공개 시스템 등에 따르면, 김 실장이 세 들어 사는 금호동 아파트의 전세 보증금은 5억원에서 5억5000만원으로 약 5000만원(10%)만 인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김 실장의 해명대로라면 청담동 집값도 5000만원만 올리면 되지만, 김 실장은 여기에 7000만원을 더해 1억2000만원을 더 받은 것이다.

 

김 실장의 과거 발언도 논란이 됐다. 그는 자신의 임대차 계약을 모두 갱신한 시점인 지난해 8월 방송에서 ‘임대차 3법 시행으로 시장이 불안정해졌다’는 지적을 받자 “정부가 정책적 노력을 일관되게 하면 전월세 시장도 안정될 것”이라고 했다. ‘부동산에 대한 청와대의 인식과 현장의 민심에 거리가 있는 것 아니냐’는 물음에는 “국민이 갖는 불안과 우려를 (청와대에서) 어찌 모를 수가 있겠냐”며 “다만 그런 시장의 불안한 기대를 그대로 수용하는 것은 가뜩이나 불안한 시장을 더 불안정하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고 했다. 김 실장은 지난해 11월 방송 인터뷰에서도 “6·7·8월 정부 부동산 대책으로 매매 시장 안정세는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고 했다.

 

김 실장은 그간 청렴한 이미지로 알려져 왔다. 참여연대에서 시민 단체 활동을 했고, 진보적 경제학자로 경제 민주화와 ‘재벌 개혁'의 상징 같은 존재였다. 2017년 6월 공정거래위원장 후보로 국회 청문회에 참석할 때는 30년 이상 됐다는 낡고 해진 가죽 가방을 들고 와 주목받았다. 그러나 이날 김 실장이 사퇴하자 온라인에선 “문재인 정권의 위선 쇼였다”는 글들이 올라왔다. ’88만원 세대’ 저자인 경제학자 우석훈 박사는 페이스북에서 김 실장에게 “삼성 주주총회장에서 고함치던 영웅으로 세상에 나와서 양아치로 집으로 돌아가는 것, 이게 뭔 우스운 꼴인가”라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 김경협 의원은 “임대차 3법을 반대하던 자들이 문제의 본질을 교묘하게 왜곡한다”며 책임을 야당에 돌렸다. 김 의원은 “임대차 3법이 통과되기 직전에 임대료를 대폭 올렸다면 임대차 3법 탓인가? 아니면 임대차 3법 통과가 늦어졌기 때문인가”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