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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 영웅 모독, 추모에 정치없다" 현역 사관생도 청원글

Jimie 2021. 3. 27. 19:46

"서해 영웅 모독, 추모에 정치없다" 현역 사관생도 청원글

중앙일보  |입력2021.03.27 17:20 |수정 2021.03.27 17:59 |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26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 해군 2함대사령부 천자봉함·노적봉함에서 열린 제6회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을 마치고 퇴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관학교 4학년 생도라고 밝힌 한 청원인이 청와대 국민청원에 글을 올려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 한때 정치인 참석을 불허한 것에 대해 “이러한 논란이 일어났다는 것 자체가 비상식적이며 영웅과 유가족에 대한 극도의 무례”라며 지적했다.

이 청원인은 27일 국민청원 게시판에 ‘현역 대한민국 사관생도가 우국충정으로 대통령님께 고언을 올린다’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그는 “국가에 목숨을 바친 자들을 기리는 추모 행사와 정치적 논란을 엮는 것 자체가 전사자들과 유가족에 대한 모독”이라며 “조국에 목숨 바친 고귀한 영웅들을 기리는 국가적 추모 행사에 여야가 어디 있으며 정치, 이념이 어찌 있을 수 있단 말인가”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서해수호의 날이 어떤 날인가. 천안함 폭침, 제2연평해전, 연평도 포격에서 북한의 도발에 맞서 대한민국을 지키다 전사한 용사들을 추모하고 대한민국에 사랑하는 아들과 남편을 바친 유가족들을 위로하는, 일년에 단 하루뿐인 날”이라고 설명했다.

 

현역 대한민국 사관생도가 우국충정으로 대통령님께 고언을 올립니다.

청원기간

21-03-26 ~ 21-04-25

안녕하십니까 대통령님. 저는 현재 사관학교에 재학중이며 곧 장교로서 임관을 앞둔 4학년 사관생도입니다. 젊은 생도의 패기와 우국충정의 심정으로 대통령님께 글을 올리니 부디 고언으로 받아들여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저는 며칠 전 믿을 수 없는 뉴스를 접하고 말았습니다. 바로 국방부에서 천안함 폭침 11주기 ‘서해수호의 날’ 추모식에 유승민, 하태경 의원의 참석을 정치적 중립을 이유로 거부했다는 뉴스였습니다.
서해수호의 날이 어떤 날입니까? 천안함 폭침, 제2연평해전, 연평도 포격에서 북한의 도발에 맞서 대한민국을 지키다 전사한 용사들을 추모하고 대한민국에 사랑하는 아들과 남편을 바친 유가족들을 위로하는, 일년에 단 하루뿐인 날입니다. 조국에 목숨 바친 고귀한 영웅들을 기리는 국가적 추모 행사에 여야가 어디 있으며 정치, 이념이 어찌 있을 수 있단 말입니까. 제가 감히 추론컨대, 국방부의 의도는 행사에 참석하는 정치인의 대부분이 야당 정치인이므로 참석 여부에 따른 정치적 논란이 제기될 수 있으니 이를 사전 차단하려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참석하는 사람에게 무슨 죄가 있습니까? 이들이 왜 참여를 거부당해야 한단 말입니까. 이들에게는 추모식에 참석해 전사자들을 기릴 수 있는 권리조차 없단 말입니까. 야당 정치인들도 정치인이기 이전에 대한민국 국민이며 이들이 추모행사에 참여해 영웅을 기리는 것은 지극히 정상적인 일이며 또한 당연한 권리입니다. 그런데 그저 선거를 앞두었다는 이유로, 정치적 논란이 제기될 수 있다는 이유로 이들의 참여를 막는 것은 제 모든 상식을 동원해도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많은 국민들은 추모식에 참석하고 싶어도 바쁜 생업으로 인해 참석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국민의 대표라 할 수 있는 국회의원들과 정치인이 참석해 아직 국가가 영웅을 잊지 않았다는 것을 호국영령과 유가족분들께 보여드린다면 이것은 장려해야 할 일이지 막아야 할 일이 아닙니다. 2020 서해 수호의날 행사에도 대통령님께서 참석하셔서 유가족들을 위로하지 않으셨습니까. 국가가 앞장서서 국가에 목숨 바친 영웅들을 추모하는 행사를 전국적으로 알리고 많은 국민들에게 동참을 요구해도 유가족들의 한을 다 풀지 못할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 국방부의 행태는 유가족들을 두번 죽이는 것이나 다름이 없습니다. 저는 국방부에 묻고 싶습니다. 과연 다음 선거가 6월 현충일 전이라 해도 정치인들의 참석을 제한할 것 입니까? 과연 앞으로도 선거가 서해수호의날 추모식 전에 열린다면 계속해서 정치인들의 참석을 제한할 것 입니까? 정치적 논란은 정치권이 아닌 국방부에서 만들고 있습니다. 국가에 목숨을 바친 자들을 기리는 추모행사와 정치적 논란을 엮는 것 자체가 전사자들과 유가족에 대한 모독입니다. 다행히 국방부가 지침을 변경했지만 이러한 논란이 일어났다는 것 자체가 비상식이며 영웅과 유가족에 대한 극도의 무례입니다.
2019년 연초 정경두 前 장관이 북한의 도발에 대해 "앞으로 잘 될 수 있는 차원에서 일부 우리가 이해를 하면서 미래를 위해 나가야 될 부분이 있다"고 논란의 발언을 했을 때 2학년 생도였던 저는 망연자실 했었습니다. 북한과 대적하고 있는 국가의 국방부장관의 언행으로는 절대 적절치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앞뒤 맥락을 자른 언론의 편집때문에 오해가 있었을 거라 이해하고 혼자 방에서 눈물을 흘리며 분을 삭였습니다. 前 정부의 탄핵부터 시작해 제가 지키고자 하는 자랑스러운 조국 대한민국이 사분오열되었을 때도 정치적 이유 하나하나에 부화뇌동하지 않고 제 자리를 지키며 조국 수호의 본분을 다하면 된다고 믿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소식을 접하고 나서는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추모행사에 국민의 참석을 막는 국방부라니요. 많은 국민들이 볼 수 있는 이 곳에 글을 올리는 것이 옳은 것인가 하는 고민을 수십 수백번 했지만 제가 옳다고 하는 일을 행하겠습니다.
군인에게는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누군가는 이 곳에 이러한 글을 올리는 것이 정치적 중립을 위반한 것이라 할 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국가가 나서 전사자들을 추모하고 유가족을 위로해야 하며 그것은 어떠한 이유로도 방해되어서는 안된다고 간언하는 것이 정치적 중립을 위반하는 것이라면 백번이고 천번이고 위반하겠습니다. 또한 어떠한 처분도 달게 받겠습니다.
절대 다시는 이런 일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대통령님께 청원합니다. 제가 속한 조국 대한민국, 그리고 군이 부끄럽지 않게 해주십시오. 저희 사관생도들은 정진하고 또 정진해 국가에 충성하고 국민에 헌신하는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군의 간성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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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원인은 또 “제가 감히 추론컨대, 국방부의 의도는 행사에 참석하는 정치인의 대부분이 야당 정치인이므로 참석 여부에 따른 정치적 논란이 제기될 수 있으니 이를 사전 차단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이어 “야당 정치인들도 정치인이기 이전에 대한민국 국민이며 이들이 추모행사에 참여해 영웅을 기리는 것은 지극히 정상적인 일이며 또한 당연한 권리”라면서 “그런데 그저 선거를 앞두었다는 이유로, 정치적 논란이 제기될 수 있다는 이유로 이들의 참여를 막는 것은 제 모든 상식을 동원해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아울러 청원인은 “국가가 나서 전사자들을 추모하고 유가족을 위로해야 하며 그것은 어떠한 이유로도 방해되어서는 안 된다고 간언하는 것이 정치적 중립을 위반하는 것이라면 백 번이고 천 번이고 위반하겠다”며 “또한 어떠한 처분도 달게 받겠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절대 다시는 이런 일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대통령님께 청원한다”며 “제가 속한 조국 대한민국, 그리고 군이 부끄럽지 않게 해주십시오. 저희 사관생도들은 정진하고 또 정진해 국가에 충성하고 국민에 헌신하는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군의 간성이 되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국방부는 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 하태경 의원의 서해수호의 날 행사 참석을 요청한 것과 관련, ‘4·7 재보선이 임박한 시점이라 행사가 열리는 부대에 방문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다 행사 하루 전인 25일 오후 국회 국방위·정무위 의원들에게 ‘카톡 초청장’을 발송해 이들을 초청했다. 정부가 주관하는 중요 행사의 초대장을 행사 하루 전에, 그것도 공식 문서나 인편이 아닌 카카오톡 메시지로 보낸 전례는 극히 드물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유승민 국민의힘 공동선대위원장, 당직자들이 26일 서해수호의 날을 맞아 국립대전현충원 천안함46용사묘역을 찾아 참배하고 있다.김성태/2021.03.26.

 

이에 하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천안함 추모행사로 정부가 장난치고 있다”며 “나라를 위해 희생되신 분들을 추모하는 행사에 국방위원마저 겨우 참석을 허가받아야 하는 현실이 화가 나고 안타깝다”고 비판했다.

한영혜 기자 han.younghye@joongang.co.kr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오후 경기 평택 소재 해군 제2함대 사령부에서 열린 제6회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 참석, 기념사를 하고 있다. 2021.3.26/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