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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검찰이 부동산 부패 주범? 추미애 막말에 숨은 속내는…

Jimie 2021. 3. 28. 03:37

윤석열 검찰이 부동산 부패 주범? 추미애 막말에 숨은 속내는…

[아무튼, 주말]
[서민의 문파타파]
文정권 ‘최고 법무 장관’ 되려는 그들의 경쟁이 시작됐다

서민 단국대 기생충학과 교수·'한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나라' 공동저자

입력 2021.03.27 03:00 | 수정 2021.03.27 03:00

 

그래픽=김현국

 

“윤 전 총장은 윤석열 패밀리의 엘시티 연루 의혹에 대해 어떤 입장이냐?” “부동산 부패 조장한 건 윤석열의 검찰이다.” “한마디로 정치군인 같은 정치검찰이 탄생했다. 촛불 시민이 세운 나라에서 무소불위의 권한을 휘둘렀던 검찰총장이 정치에 뛰어든다는 것은 아이러니다.”

 

한동안 침묵을 지키며 국민을 편안하게 해줬던 추미애 전 장관이 특기인 막말 활동을 개시했다. 그 대상은 윤석열 전 총장. 지난 1년간 그렇게 괴롭혀 놓고도 분이 덜 풀린 모양이다. 그런데 그녀의 말을 듣다 보면 살짝 현기증이 느껴진다. 원래 추 전 장관이 말을 조리 있게 하는 분은 아니었지만, 요즘 말들은 조리의 차원을 넘어 황당 그 자체다.

 

예컨대 3월 18일 라디오에서 한 “윤석열 전 총장에 대해 관심이 없다”는 발언을 보라. 우리나라에서 윤석열에게 관심이 가장 많은 이가 누구냐고 물으면 다들 추미애를 지목할 텐데, 이 무슨 해괴한 소리란 말인가. “윤 전 총장은 야당과 언론이 키운 것”이란 발언은 그 하이라이트다. 추미애가 공격할 때마다 윤석열 지지율이 올랐던 건 온 국민이 다 아는 사실인데, 왜 저런 말을 할까. 추 전 장관이 자신의 공을 남에게 돌리는 타입이 아니라는 점에서, 우리는 다음을 알 수 있다. 추미애가 지금 초조해하고 있으며, 그 결과 아무 말이나 막 던지고 있다는 것을.

 

추미애는 왜 초조한 것일까? 일각에서는 총장직에서 물러난 뒤 윤석열이 대선 지지율 1위를 달리는 것에 불안감을 느낀 것이라고 말한다. 일리 있는 지적이다. 이러다 윤석열이 대통령이 되기라도 하면, 자신은 도쿄 아파트를 사서 망명해야 할지도 모르니 말이다. 그런데 여기에는 맹점이 있다. 추미애가 공격을 개시한 지 십여 일이 지난 3월 22일, TBS 등이 시행한 여론조사 결과 윤석열이 39.1%의 지지율로 이재명 지사(21.7%)를 큰 폭으로 따돌리며 1위를 차지했다. 이는 지난 조사 때보다 1.9% 올라간 수치로, 많은 이가 추미애의 공격 덕이라 여긴다. 그래서 다음 가설이 나온다. 추미애가 윤석열 공격으로 존재감을 키워, 결국 대선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것. “제가 쓸모 있다면 나설 수 있다”는 추 장관의 발언도 이를 뒷받침한다.

 

하지만 난 다음과 같은 이유로 추미애의 대선 출마는 어렵다고 본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실패로 여성 대통령에 대한 인식이 그리 좋지 않으며, 그간 추미애가 보여준 강성 이미지는 중도층이 등을 돌리게 만들었다. 게다가 삼보일배를 통해 속죄했다고는 하지만, 추미애가 문재인 정권의 정신적 뿌리인 노무현 전 대통령을 탄핵할 때 맹활약한 것도 부담일 수 있다.

 

그렇다면 추미애는 지금 왜 이러는 것일까? 내가 볼 때 그녀의 목표는 역대 최고의 법무장관이 되는 것이다. 황당해 보이겠지만, 설명을 들어보시라. 문재인 정권에서는 모든 국민이 이름을 알 정도로 ‘위대한' 법무장관이 셋이나 탄생했다. 초대 법무장관인 박상기는 존재감이 없었지만, 그 뒤를 이은 조국-추미애-박범계는 ‘어떻게 이런 분들이 한 정권에서 장관을 할 수 있냐’는 감탄이 나올 만한 분들. 역대 최고의 법무장관도 이중에서 선정되는 게 타당하다. 다만 여기서 조국은 제외하는 게 좋겠다. 능력만큼은 가장 뛰어난 분이고, 소셜미디어 활동까지 합치면 따라올 이가 없지만, 아쉽게도 재임 기간이 너무 짧았다. 결국 최고 법무장관 타이틀은 추미애와 박범계의 대결로 압축될 수 있겠다.

 

얼핏 보기엔 싱거운 대결로 보이기도 한다. 임기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박범계에 비해 추미애가 작년 한 해 동안 보여준 능력은 상상을 초월했으니까. 하지만 이 점을 상기해야 한다. 법무장관의 주된 임무는 정권에 맞서는 검사들을 박해하고 옷을 벗게 하는 것. 추미애가 1년여 동안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한 것과 달리 박 장관은 부임하자마자 윤석열을 사퇴시키는 데 성공했다. 다른 해석도 가능하다. ‘추미애가 윤석열을 거의 쫓아내다시피 했고, 박범계는 숟가락만 얹은 것’이라고. 추미애가 막말을 재개한 것은 바로 이 점을 강조하기 위함일 것이다. 하지만 진짜 그렇게 믿는다면 이건 착각이다. 윤석열의 가족을 건드리고, 측근을 죄다 좌천시켰으며, 수사 지휘와 직무 배제로 인간적 모욕을 주는 등 추미애가 구사한 조폭식 전략은 윤석열에게서 절대 굴복하지 말자는 투쟁심만 불러일으켰고, 결국 사퇴시키는 데 실패하지 않았던가? 반면 박 장관은 윤 총장이 가장 아끼는 검찰 조직을 무력화하겠다고 엄포를 놓음으로써 윤 총장 스스로 물러나게 만들었다. 상대가 가장 중요시하는 게 뭔지 제대로 파악한 박범계의 승리였다.

 

대화 스킬에서도 박범계는 추미애와 비교가 안 된다. 추미애 아들의 휴가 미복귀 의혹과 관련된 야당 의원들 공세를 기억하는가? 당시 추 장관은 금방 거짓말로 드러날 발언을 27차례나 했고, 이후에도 이를 반성하기는커녕 “27번 윽박질렀겠죠”라고 비아냥댔다. 그 밖에도 추미애는 “소설 쓰고 있네” “대답하고 싶지 않다”처럼 안하무인의 태도로 일관하다 같은 당인 정성호 위원장에게서 “좀 정도껏 하십시오”라는 말을 듣기까지 했다. 그 강경 일변도의 언행이 문재인 정권 지지율에 악영향을 미친 것은 물론이다.

 

반면 박범계는 ‘부드러움의 미학’이 뭔지를 제대로 보여줬는데, 불리한 질문에는 아예 입을 닫거나 고개만 살짝 끄덕이는 신공은 선생님께 혼날 것을 두려워하는 청소년들이 배워 봄 직하다. 특히 민정수석의 사표로 귀결된 이른바 ‘검찰 인사의 문 대통령 패싱 의혹’을 다룬 법사위원회에서 박 장관이 보여준 29번의 침묵은 보는 이들의 혀를 내두르게 만든 명장면이었다. 요즘 전 국민이 분노해 마지않는 LH 부동산 투기 의혹에는 무관심으로 일관하더니, 난데없이 정치자금 수수로 대법원에서 전원 일치 유죄 판결을 받은 한명숙 전 총리의 구명 운동에 나서기도 했다. “6000쪽에 이르는 감찰 기록을 가져왔고, 직접 기록을 볼까 한다”고 천진난만하게 말하는 그에게 사람들은 대꾸할 말을 잃는다. 구글 프로필에 163㎝라고 나와 있지만 실제로는 그보다 더 작다는 주장이 있는 박 장관. 하지만 취임 50일 남짓 지난 이 시점에서 더 이상 그의 키를 얘기하는 이는 없다. 정권이 맡긴 일들을 불도저처럼 해치우는 박범계, 어쩌면 그는 대한민국 최고의 법무장관을 넘어, 그 이름처럼 ‘범세계적인’ 법무장관이 될지도 모른다. 결론을 내자. 추미애, 당신은 졌다. 이제 그만하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