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iting Articles

“국방부가 서해 영웅 모독...추모행사와 정치 엮어” 현역 생도 靑 청원

Jimie 2021. 3. 27. 16:21

“국방부가 서해 영웅 모독...추모행사와 정치 엮어” 현역 생도 靑 청원

조선일보  |입력2021.03.27 13:21 |

 

자신을 사관학교 4학년 생도라고 밝힌 청원인의 청와대 국민청원이 화제가 되고 있다.

청원인은 지난 26일 제6회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 국방부가 정치인 참석을 한때 불허했던 데 대해 “국가에 목숨을 바친 자들을 기리는 추모 행사와 정치적 논란을 엮는 것 자체가 전사자들과 유가족에 대한 모독”이라고 주장했다.

청원인은 ‘현역 대한민국 사관생도가 우국충정으로 대통령님께 고언을 올린다’는 글에서 이같이 밝히고 “이러한 논란이 일어났다는 것 자체가 비상식적이며 영웅과 유가족에 대한 극도의 무례”라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8년 3월 6일 육군사관학교 제74기 졸업 및 임관식이 열린 서울 노원구 육사 화랑연병장에서 신임장교들에게 소위 계급장을 수여 후 이동하고 있다./조선일보DB


청원인은 “서해수호의 날이 어떤 날이냐?”며 “천안함 폭침, 제2연평해전, 연평도 포격에서 북한의 도발에 맞서 대한민국을 지키다 전사한 용사들을 추모하고 대한민국에 사랑하는 아들과 남편을 바친 유가족들을 위로하는, 일년에 단 하루뿐인 날”이라고 했다. 이어 “조국에 목숨 바친 고귀한 영웅들을 기리는 국가적 추모 행사에 여야가 어디 있으며 정치, 이념이 어찌 있을 수 있단 말이냐”고 했다.

국민의힘 유승민 공동선대위원장이 서해수호의 날인 26일 오전 대전시 유성구 갑동 국립대전현충원 천안함 46용사 묘역에서 헌화하고 있다./연합뉴스


이어 “감히 추론컨대, 국방부의 의도는 행사에 참석하는 정치인의 대부분이 야당 정치인이므로 참석 여부에 따른 정치적 논란이 제기될 수 있으니 이를 사전 차단하려는 것으로 보인다”며 “야당 정치인들도 정치인이기 이전에 대한민국 국민이며 이들이 추모 행사에 참여해 영웅을 기리는 것은 지극히 정상적인 일이며 또한 당연한 권리”라고 했다.

청원인은 “저는 국방부에 묻고 싶다”며 “과연 다음 선거가 6월 현충일 전이라 해도 정치인들의 참석을 제한할 것이냐. 과연 앞으로도 선거가 서해수호의날 추모식 전에 열린다면 계속해서 정치인들의 참석을 제한할 것이냐”고 했다. “정치적 논란은 정치권이 아닌 국방부에서 만들고 있다”고도 했다.

실제 국방부는 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 하태경 의원의 행사 참석 요청에 대해 ‘4·7 재보선이 임박한 시점이라 행사가 열리는 부대에 방문할 수 없다'는 입장을 수차례 밝혔다. 그런데 행사 전날인 25일 오후 국회 국방위·정무위 의원들에게 ‘카톡 초청장'을 발송했다. 정치권 등에선 ‘대통령이 참석하는 국가 중대 행사인데, 도대체 기준이 있기는 한 것이냐’ 등 비판이 나왔다.

지난해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열린 '서해 수호의 날' 기념식에서 분향하려는 문재인 대통령에게 다가간 고 민평기 상사 어머니 윤청자(78)씨를 영부인 김정숙 여사가 바라보고 있다./연합뉴스


청원인이 실제 사관생도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또 청원에서 자신의 소속이 육·해·공 사관학교인지, 육군 3사관학교인지, 또는 간호사관학교인지에 대해서도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나 청와대 국민청원은 본인 실명 인증과 연동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 등 로그인을 거쳐 작성할 수 있는 만큼, 청와대에서 청원인의 신원을 확인할 가능성도 있다. 청와대와 국방부가 현행 군인복무기본법에 명시된 ‘정치 운동 금지'(제33조) 위반 여부를 조사할 수도 있다.

이와 관련 청원인은 “국가가 나서 전사자들을 추모하고 유가족을 위로해야 하며 그것은 어떠한 이유로도 방해되어서는 안 된다고 간언하는 것이 정치적 중립을 위반하는 것이라면 백 번이고 천 번이고 위반하겠다”며 “또한 어떠한 처분도 달게 받겠다”고 했다.

청원인은 “절대 다시는 이런 일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대통령님께 청원한다”며 “제가 속한 조국 대한민국, 그리고 군이 부끄럽지 않게 해주십시오. 저희 사관생도들은 정진하고 또 정진해 국가에 충성하고 국민에 헌신하는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군의 간성이 되겠습니다”라고 했다.

고(故) 민평기 상사의 어머니 윤청자씨가 아들의 묘 앞에서 눈물을 쏟고 있다. 민 상사는 2010년 3월 26일 북한의 천안함 폭침 때 전사했다./조선일보DB


[원선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