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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다 논객 ‘左은산 右삼호’··· 39세 동갑의 애아빠, 애엄마

Jimie 2021. 3. 11. 17:35

사이다 논객 ‘左은산 右삼호’··· 39세 동갑의 애아빠, 애엄마

시무 7조 ‘조은산’ 과 주부 블로거 ‘삼호어묵’

김미리 기자

입력 2020.09.05 03:00

 

'좌은산 우삼호'로 불리는 닮은꼴 논객. "똥 기저귀 가는 애 아빠"라 밝힌 '조은산'(왼쪽)과 "마트 가면 천원 아끼려고 국산 두부냐 중국산 두부냐 햄릿 뺨치게 고민한다"는 '삼호어묵'. /일러스트=안병현

 

최근 정부 실정에 촌철살인 과시하는 닮은꼴 두 논객이 화제다. 청와대 청원 ‘시무 7조’로 신드롬 일으킨 진인(塵人) 조은산과 네이버 카페 ‘부동산 스터디’에 ‘정부가 집값을 안 잡는 이유’ 시리즈를 올려 화제 모은 주부 블로거 ‘삼호어묵’이 주인공. 각자 밝힌 바로는 39세 동갑이다. 여기에 범상찮은 필력, 어린애 기르는 부모 등 여러 면에서 닮은 데칼코마니다.

 

이들을 좌청룡 우백호에 빗댄 ‘좌은산 우삼호’란 말까지 등장했다. 이와 관련, 두 사람에게 서면 질의를 했다. 회신은 삼호어묵에게서만 왔다.

◇39세 동갑, 애 키우는 엄마 아빠

두 사람은 쏟아지는 관심에도 구체적 신상을 밝히지 않았다. 인터뷰도 최대한 자제하고 있다. 둘의 가장 큰 공통점은 동갑내기 엄마 아빠란 점. 조은산은 “보잘것없는 밥벌레이자 내세울 것 없는 평범한 39세 애 아빠”, 삼호어묵은 “부동산 정책에 화나서 밥하다 말고 뛰쳐나온 39세 평범한 애 엄마”라고 자신을 밝혔다.

 

날카로운 글에도 생활 밀착형 비유, 어린애 키우는 부모의 농반진반 신세 한탄이 빠지지 않는다. 가령 조은산은 “큰놈은 등짝에 들러붙어 저의 머리털을 뽑아대고 딸자식은 변기에 손을 넣어 지(제) 똥을 움켜쥐니 도저히 이웃님들의 글에 일일이 답을 할 수 없다”고 너스레 떤다. 삼호어묵의 자기소개는 이렇다. “마트 가면 천원 더 비싼 국산 두부냐 중국산 두부냐 두부 코너 앞에서 햄릿 뺨치게 고민하고, 명품 백 하나 못 사고 에코 백 들고 다니면서 한 푼 두 푼 열심히 모아서 한 1억~2억쯤 종잣돈 만들었는데 적폐, 투기꾼으로 몰린 주부.”

 

비슷한 톤 때문에 초기엔 동일인 아니냐는 의심도 있었다. 삼호어묵은 기자와 나눈 서면 대화에서 “조은산님이 청와대에 ‘다치킨자 규제론’ 청원을 올렸을 때부터 제가 쓴 게 아니냐는 문의를 오조 오억 번 받았다. 나이가 같다 보니 이래저래 비슷한 면이 많은 듯하다. 괜히 혼자 동지애 품고 있다”고 했다. 그는 “저는 솔직히 ‘졸보’라 그래도 선은 안 넘으려고 노력하는데 그분은 김모 장관 추모 장관한테 붕어니 개니 말한다. 저보다 더 용감하다. 감방 동지가 생긴 듯해 기쁘고 든든할 뿐”이라며 시종일관 유머를 놓지 않았다.

 

이들과 동갑인 직장인 박모(39)씨는 “백일 된 아이 아빠인데, 똥 기저귀 버리러 가야 하기 때문에 댓글을 일일이 못 단다는 조은산 글 보니 내 얘기 같았다”며 “고상한 학자, 연구원이 젠체하며 현학적으로 쓴 글은 공감이 안 되는데 일상에서 부딪히는 얘기가 곁들여지니 와 닿는다”고 했다. 그는 “우리 또래가 81~82년생 마흔 언저리로, 어린애들 한둘 키우며 내 집 마련 위해 한창 아등바등 살 때다. 직장에서도 X세대 꼰대와 Z세대 밀레니얼 사이 낀 세대로 고민이 많다”며 “두 사람 글에 그런 세대적 감수성이 은연중에 묻어 있는 것 같아 감정이입하게 된다”고 했다.

 

◇‘노잼‘은 싫다

공통 특기는 풍자, 해학, 패러디 자유자재 오가는 필력. 정부 비판 글에도 웃음 한 스푼 잃지 않는다. 삼호어묵은 “뭐든 ‘노잼(재미 없음)’이면 안 보는 게 요즘 사람들”이라며 “조은산님 글은 젊은 층이 좋아하는 유머와 노년층이 좋아할 만한 엄숙함을 동시에 갖고 있고, 저는 부동산이라는 많은 사람이 관심 가지는 코드를 딱 잡아서 재미있게 말해 반응이 좋은 것 같다”고 했다. 삼호어묵이란 필명은 밥하다가 눈에 띈 어묵 봉지에서 땄다고 한다.

 

문체는 결이 다르다. 삼호어묵은 재기 발랄 수다체, 조은산은 묵직한 의고체(擬古體·예스러운 표현이나 문체). 이 때문에 삼호어묵에겐 “가볍다”, 조은산에겐 “고루하다”는 평도 따른다. 댓글 보면 삼호어묵은 상대적으로 20~40대 젊은 층, 조은산은 50~70대 중·장년층 호응이 크다.

 

‘모든 관계는 말투에서 시작된다’의 저자 김범준 작가는 “조은산은 사람들의 가려운 부분을 잘 포착해 편하면서도 고풍스러운 문체로 마음을 숙연하게 하는 재주가 있다”고 했다. 삼호어묵에 대해선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지역 보수화를 두려워해서 공급 확대에 소홀함’이라고 못 박아버리며 ‘정부는 님들이 집 가지는 것을 굉장히 싫어해요’라고 자극적으로 말한다. 논리적으로 합당한지는 논외로 하더라도, 명쾌하게 요약하고 근거를 알기 쉽게 쓴다. 최근 정부가 대화와 교감의 창을 닫고 지극히 자기애적인 언어를 쓰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라고 했다.

◇개룡녀·개룡남

사람들의 공감 사는 또 하나의 포인트. 둘 다 어려운 시절을 보냈다는 자기 고백이다. 삼호어묵은 “없는 집안에서 태어나 중학교 땐 온 가족이 컨테이너에 살았고, 고등학교 땐 부모님 하시던 가게 단칸방에 살았다. 부모에게 물려받은 거 없이 열심히 살았다”고 했다. 조은산도 “전역 후에 시작한 막일로 밑천을 벌고 그 돈으로 공부를 시작해 스물일곱 살 끄트머리에 먹고살 만한 직장의 입사 시험에 합격했다”고 말했다.

 

부산 출신으로 서울에서 전세살이 하는 강모(여·39)씨는 “처지 비슷한 개룡남(개천에서 용된 남자), 개룡녀 동년배가 썼다는 생각에 관심이 갔다”며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이지만 부동산 정책은 답답했는데, 글을 읽으니 찬물로 샤워한 듯 정신이 번쩍 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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