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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 조사·수사 함께하란 文 이해불가" 합조단

Jimie 2021. 3. 10. 10:41

"LH 조사·수사 함께하란 文 이해불가" 합조단 내부서도 비판

[중앙일보] 입력 2021.03.10 05:00 수정 2021.03.10 09:48

 

3월 8일 문재인 대통령. 뉴스1

 

“조사와 수사를 함께 하라는 대통령 지시를 이해할 수 없어요. 조사가 수사를 방해할 수 있어 걱정입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내부 비밀을 활용한 3기 신도시 땅 투기 의혹과 관련해 익명을 요구한 정부합동조사단 관계자가 이같이 청와대의 조사·수사 병행 방침을 비판했다. 8일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다. 당일 문 대통령이 “조사와 수사를 함께하고, 조사단은 조사 결과를 그때그때 경찰 국가수사본부에 넘겨라”라고 지시한 데 따른 반응이다.

“수사만으로 빨리 증거 확보해야”

LH 합동조사단 관계자는 “조사 없이 수사만으로 강력하고 빠르게 최대한 많은 증거를 확보하는 게 시급하다”고 말했다. 조사와 수사를 병행하면 특정 의혹의 경우 조사가 진행되고 수사가 뒤따르는데, 이 과정에서 증거가 훼손될 가능성이 크다는 이야기다. 이 관계자는 “범죄를 저지른 사람이 한 번 조사를 받으면 자신이 수사 대상이라는 인지를 하게 되고, 수사가 들어오기 전에 증거를 오염시키거나 없앨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미 증거 훼손의 조짐이 포착된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LH와 국토부 직원 중 41명은 이날까지 조사단에 개인정보 이용동의서를 제출하지 않거나 제출을 거부했다.

조사단 관계자는 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최근 제시한 대안에 전적으로 동의한다”고 했다. 윤 전 총장도 최근 중앙일보에 “조사 없이 즉각적이고 대대적인 수사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윤 전 총장은 2005년 2기 신도시 비리와 관련 검찰 주도로 검·경합동수사본부가 구성됐을 당시 의정부지검 고양지청 검사로서 유사 사건(파주 운정지구 투기 의혹)을 수사한 경험이 있다.

4일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 임현동 기자

 

朴 정부로 조사 확대엔 “정치적 의도 의심”

최창원 정부합동조사단장이 “조사 범위를 박근혜 정부 기간까지 확대하겠다”고 발표한 데 대해서도 비판이 나왔다.

조사단 관계자는 “조사 초기부터 범위를 지나치게 넓히면 안 된다”며 “증거인멸 가능성이 작은 현 정부 기간 의혹부터 철저히 수사한 후 범위를 확대하는 게 맞다”고 지적했다.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게 아닌지 의심된다면서다.

법조계에서도 정부의 LH 의혹 조사·수사 병행 방침에 쓴소리가 나오고 있다. 검·경 수사권 조정의 영향으로 검찰보다 중대범죄 수사 경험이 적은 경찰(국가수사본부)이 이번 수사를 주도하는 점과 관련해 부실 수사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대표적이다. 이를 의식한 문 대통령이 “검찰은 수사 노하우와 기법을 공유하고 수사 방향을 잡기 위한 논의 등에서 경찰과 긴밀히 협의해달라”고 주문했지만 검찰 반응은 회의적이다.

한 검찰 간부는 “수사권 조정으로 검찰이 경찰 수사를 지휘할 수 없는 상황에서 어떤 방식으로 도움을 주라는 것인지 막연하다”며 “현실적으로 경찰이 신청하는 영장을 검토하는 정도로만 수사에 관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 수사 부실 우려…“검사 파견도 한계”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전문성을 갖춘 검사들을 국수본에 파견하는 방법도 적극적으로 검토해볼 만하다”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이미현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파견된 검사는 수사에 일부 도움을 줄 수 있겠지만, 기소 단계에서 문제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정작 기소 여부는 파견 검사가 아닌 검찰청의 다른 검사가 결정해야 할 텐데, 그럴 경우 엄청난 분량의 수사 자료를 문서로만 파악해야 하는 탓에 시간이 지나치게 오래 걸리고 사건을 제대로 파악하기 어렵다는 게 이 교수의 지적이다. 기소 이후에도 공소 유지에 실패해 유죄가 나와야 할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할 위험이 있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남구준 국수본부장을 불러 직접 지휘하는 모양새를 보인 걸 두고는 불법 논란도 제기된다. 판사 출신인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은 “국무총리가 무슨 자격으로 중립적 수사기관에 대해 수사 지휘를 하는가”라며 “불법”이라고 강조했다.

9일 정세균 국무총리. 뉴스1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의 조직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제14조와 제16조에 따르면 국수본은 국수본부장의 지휘·감독을 받아야 한다. 중립적 수사를 위해 경찰청장도 간섭할 수 없다. 물론 국민의 재산 등에 중대한 위험을 초래하는 긴급하고 중요한 수사의 경우 경찰청장이 지휘할 수 있다. LH 의혹 수사가 이 조건에 해당한다면 정 총리는 경찰청장을 통해 수사 지휘를 해야 하지만, 국수본부장을 직접 지휘해 입법 취지를 위배했다는 게 김 의원의 주장이다. 더욱이 정 총리는 민주당 소속 정치인이라 국수본에 대한 중립성 침해 정도가 심각하다는 지적이다. 이 밖에 정부합동조사단에 잠재적 수사 대상인 국토교통부가 포함된 점을 두고 ‘셀프 조사’ 비판도 제기된다.

검찰 수사관 “이번 수사는 망했다”

자신을 검찰 수사관이라고 주장하는 인물은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애플리케이션인 블라인드에 “이번 수사는 망했다”며 “검찰에는 이런 수사 하고 싶어하는 검사랑 수사관들 너무 많은데 (검찰이 수사에서 배제돼) 안타깝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김민중 기자 kim.minjoong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