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ean Arts

보리밭에 달 뜨면 애기하나 먹고

Jimie 2022. 12. 30. 16:48

2022년 11 16일 오후 03:40

 
 
해와 하늘 빚이
문둥이는 서러워
보리밭에 달 뜨면
애기하나 먹고
꽃처럼 붉은 울음
밤새워 울었다. 
 
미당 서정주 시인의 초기 작품이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詩이면서 내 삶의
회초리 같은 詩이기도 하다. 
 
문둥병은 하늘이 내린 천형같은 병이다.
그러므로 인간의 힘으로 고쳐질 수도 없는 병이었다. 그런데도 문둥이들은 그 병을 고치고자 하는 절박한 마음 때문에 달이 훤히 뜨는 밤이면 마을로 내려와 갓난 아이를 훔쳐서 간을 빼먹는 짓을 했다. 전생에 죄를 많이 지어서 천형을 받고 태어난 인간이 또다시 씻을 수 없는 죄를 보탠 거다. 
 
애기 간을 빼먹고 나서야 문둥병에는 아무 효험이 없고 죄만 하나 더 늘었다는 자괴감에 밤새워 꽃처럼 붉은 울음(피를 토하듯이 격렬하게 우는 울음)을 울었다. 詩人은 우리 인간들도 세상에 태어난 그 자체가 천형이라고 생각한 듯 하다.
그 천형을 받고 태어난 인간이 세상을 살아가는 자체가 죄라고 생각한 거다. 
 
그래서 나는 이왕 어쩔수 없이 세상에 태어났지만 최소한 애기 간을 빼먹는 죄는 범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면서 살고 있다. 
 
그런 서정주 시인이 초심을 잃고 일제에 부역을 하고 또 박정희에 의한 구테타 행위를 찬양하는 詩를 쓰는 행위를 해서 잘 먹고 잘 사는 바람에 시인이 대한민국 문학계에 끼친 공로에 비해서 저평가를 받는거 같다. 1960년대 중반 박정희 구테타를 찬양하는 詩를 쓴 공로로 구라파(유럽) 여행을 갔다 온 적이 있었다. 그때 애제자겸 손아랫 동서인 김관식 시인을 집으로 불러서 술자리를 하면서 그걸 자랑했나보다. 우리의 김관식 시인이 그냥 넘어 갔을리가 만무하다. 
 
역쉬~기대대로 김관식 시인은 형님은 좋겠슈~ 라고 빈정거리면서 비판했나보다.  
서정주 시인은 막걸리 마시던 주전자로 김관식 시인을 얼마나 심하게 때렸는지 주전자가 다 찌그러졌다고 한다. 그러더니 아들을 불러 저 놈을 당장 대문밖에 내다 버리라고 호통을 쳤다고 한다.

그러더니 "그래도 저놈이 바른 말을 하는 놈이라서 밉지가 않다"고 중얼거렸다고 한다. 
 
아마도 서정주시인 자신도 속으로는 자신의 그런 행위가 심히 부끄러워하고 있는데 그걸 김관식 시인이 송곳같이 찌르니 옳은 소리인지 알면서도 그리 화를 낸 것을 보면 그런 행위를 한 자기 자신한테 스스로 화를 낸 것이 아닌가 싶다. 
 
그래서 나는 미당 서정주 시인이 친일을 했든, 군사정부에 부역을 했든. 밉지는 않다. 다만 내 양심상 좋아하지는 못 할 뿐이다. 
 
 by.아뽈리네르
 
 
 
 

문둥이----------서정주

해와 하늘 빛이

문둥이는 서러워

보리밭에 달뜨면

애기 하나 먹고

꽃처럼 붉은 울음을 밤새 울었다

 

서정주 시인의 '문둥이'라는 작품은 우리가 어린 시절 수도없이 자주 들었던 얘기, 문둥이가 보리밭에서 아이를 잡아 먹는다는 소재를 모티브로 깔고 있습니다. 민가에서 전해져 내려오는 속설에 따르면 사람의 간을 먹어야면 문둥병이 나을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에 당시의 의학 기술로써는 치료가 아예 불가능했던 문둥병이었기에 나병 환자들은 사람의 간만이 유일한 약이 될수 있다고 믿어 의심치 않았고 결국 사람들의 눈에 잘 띄지 않는 보리밭 깊숙이 들어가서 아이를 잡아 먹는다는 소문이 당시 전국적으로 쫘악 퍼져 있었습니다.

사실 경상도에선 아주 반가운 사람을 오랜만에 다시 만나면 "아이고 이 문디야 어디 갔다 이제 왔노" 혹은 섬유업종을 통해서 경험했던 매우 다급하고 힘든 납기를 계속 쪼거나, 아주 골치 아픈 해결이 정말 어려운것을 지속적으로 계속 요청하면 대구 공장 사람들은 "이 문디 자슥 잘 알겠고, 니 조금만 있어봐래"라고 하는 말을 종종 듣게 됩니다. 그렇게 전국적으로 경상도 사람들을 가리켜 보리문디라고 계속 부르고 있습니다.

 

그런데 보리문디라고 불렸던 이유가 역사적으로 경상도는 곡창지대가 적고 쌀보다는 보리를 주식으로 많이 먹고 항상 가난에 시달렸기 때문에 다른 도에 비하면 풍토병 환자와 문둥병 환자가 유독 많이 발생했기 때문이라는 얘기를 합니다. 이른바 보리를 주식으로 먹고사는 가난한 경상도 사람을 조롱하고 폄훼하는 의미로 유통 되었고, 아주 적대적인 감정을 갖고있는 어느 누군가 이런식의 부정적인 뉘앙스를 강하게 풍기는듯한 보리문디라는 욕을 하면 자연히 강한 거부감부터 일으키게 됩니다.

 

하지만, 현실에서 실상은 그렇지 않고 오히려 더욱 친밀감을 나타낼때 우리는 이런 말을 쓰게 됩니다. 지금도 경상도 사람들은 가끔 "이 문디야, 문디 자슥, 문디 같은 놈"이란 말을 종종 쓰고 있는데 결코 남을 비하하고 조롱하는 말이 아니고 정말 반갑고 정다운 친구들끼리 사용합니다.

 

사실 못난 사람들끼리 보기만 해도 정겹고 반가운 사람을 만날때 이처럼 위악적인 말을 자주 하는것은 우리네 한민족의 매우 오래된 고유한 습속입니다. 예로부터 민간의 전통으로 내려오는 습관, 곱고 좋은것에는 호사다마라고 하여 잡귀가 시기를 해서 괴롭힌다는 믿음이 있습니다.

 

남보다 잘생긴것은 귀신이 시기 질투하고 반드시 해를 입힌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일부러 못생겼다고 말함으로써 귀신의 해코치를 피하고자 하였습니다. 예로써 아주 잘 생긴 귀여운 아기를 보고 어른들은 "그놈 참 밉상이구나"라고 하는 표현을 예사로 합니다. 이는 잘 생겼다고 말하면 귀신이 시기 질투하여 아기에게 해를 입힐까 염려했던 우리네 한민족의 고유한 습속에서 생겨난 자연스런 표현입니다.

 

못생겼고 밉다고 말해야지만 잡귀와 병마가 달라붙지 않을것이고 아무일 없이 건강하게 잘 자라나기를 바랬기 때문에 또한 아기의 무병장수를 간절히 기원하기 위해서 일부러 이름을 천하게 지은것도 바로 그러한 이유입니다. 지금까지도 시골의 노인들은 아이들 이름을 지을때 아주 천한 이름 개똥이, 도야지라고 함부로 불러 무병 장수를 기원합니다. 이는 역설적으로 이름이 더럽고 천하기 때문에 무서운 잡귀가 달라 붙거나 가까이 오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 때문입니다.

 

이렇게 매우 오래된 자연스런 습관 때문에 경상도에서 특히 대구지방 사람들은 아주 반갑고 정겨운 사람을 만나게 되면 역으로 '이 문디 자슥', '보리 문둥이'라고 천하게 부르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