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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전 공포에.. 러와 관계 끊고 서방 무기 도입 가속화

Jimie 2022. 10. 23. 14:56

우크라전 공포에.. 러와 관계 끊고 서방 무기 도입 가속화 [뉴스 인사이드]

박수찬 입력 2022. 10. 23. 13:01
 
러시아産 사용 중단
T-72·M-84전차 등 우크라軍에 제공
수호이 전투기·MI-24 헬기마저 보내
남은 무기들도 부품 수급 어려워 퇴출
서방과 군사·정치적 결속력 강화 박차
바닥난 무기고 채우자
루마니아, 바이락타르 무인기 '눈독'
폴란드 M-1A2 전차·로켓 도입 체결
슬로바키아는 핀란드서 장갑차 계약
각국 군비증강.. 무기 생산 지연 변수
폴란드, 英과 방공복합무기 MOU 체결
루마니아, 이스라엘·印尼와 국방 협력
슬로바키아도 UAE와 방산 기술 논의
 
동유럽에서 ‘국방의 탈러시아화’가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 냉전 시절부터 동유럽은 정치적 환경 변화와 무관하게 러시아산 무기를 써왔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동유럽 국가들의 이 같은 기조를 단번에 깨뜨렸다. 동유럽 국가들은 앞다퉈 러시아산 무기 사용을 중단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지원과 자국 군사력 증강, 우방국 간 결속력 강화 등을 위한 조치라는 해석이다.
우크라이나군 2S1 자주포가 러시아군에 대한 포격을 앞두고 포신을 하늘로 향한 채 대기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러시아 무기 사용 중지… 우크라이나 지원·퇴역 처리

폴란드·체코·슬로바키아를 비롯한 동유럽 국가들은 지난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잇따라 러시아산 무기 운용을 중단하고 있다. 이들 국가는 마찬가지로 러시아산 무기를 주로 사용했던 우크라이나를 돕기 위해 자국에 있는 러시아산 무기를 보내거나 러시아와의 군사 관계를 단절하는 차원에서 사용을 중단하고 있다. 동유럽 국가 군대에서 퇴역한 뒤 우크라이나로 옮겨진 러시아산 무기는 지상에서 사용하던 장비가 많다. 우크라이나군이 별도로 운용 교육을 받지 않아도 쓸 수 있어 단기간 내 전선 투입이 가능한 것들이다.

대표적인 무기가 T-72 전차다. 폴란드는 기존에 사용하던 T-72 200대 이상을 우크라이나로 보냈다. 체코는 T-72 5대를 지원했고, 북마케도니아도 수량이 확인되지 않은 T-72를 지원했다. 슬로베니아는 옛 유고슬라비아 시절에 T-72를 개량한 M-84를 우크라이나로 보냈다. 러시아산 대포와 장갑차도 지원 목록에 올라 있다. 폴란드는 2S1 122㎜ 자주포, 독일과 체코는 BMP-1 장갑차, 에스토니아는 122㎜ 견인포를 우크라이나로 보냈다. 슬로바키아는 S-300 지대공미사일 4개 포대를 넘겼다.

 

일선에서 물러날 처지였던 러시아산 군용기와 부품 등을 제공하는 사례도 눈에 띈다. 북마케도니아는 2001년 도입했던 수호이(SU)-25 전투기 4대를 우크라이나에 제공했다. 해당 기체는 북마케도니아가 2003년 매각을 시도했으나 이뤄지지 않았는데, 이번 전쟁 직후 우크라이나로 넘어갔다. 체코는 MI-24 공격헬기를 보냈다. 우크라이나는 지난 4월 “항공기 복원과 수리에 필요한 부품을 미국에서 지원받아 전투기 20대를 추가로 운용하게 됐다”고 밝혔는데, 우크라이나처럼 러시아산 전투기를 운용하는 동유럽 국가들이 지원했을 가능성이 크다.

우크라이나군이 사용중인 T-72M1R 전차가 시가지를 지나고 있다. T-72M1R은 폴란드가 러시아산 T-72 전차를 개량한 것이다. 트위터 캡쳐
우크라이나 지원 여부와 무관하게 러시아산 무기를 일선에서 제외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러시아가 서방의 전방위적 제재를 받으면서 동유럽 국가들은 러시아산 무기 부품 수급과 운영 유지에 차질을 빚었다. 여기에 러시아와의 관계를 단절하겠다는 정치적 의도가 더해지면서 러시아산 무기는 우크라이나 지원 대상에 포함되는 것과 별도로 동유럽에서 퇴출되는 모양새다.

지난달 한국항공우주산업(KAI)과 FA-50 48대 도입 계약을 체결한 폴란드는 기존에 쓰던 미그(MIG)-29, 수호이-22 전투기를 모두 퇴역시키기로 했다. 폴란드는 향후 전투기 전력을 미국산 F-35A, F-16과 한국산 FA-50으로 전환해 폴란드 공군을 미 공군 규격에 맞게 전환할 방침이다.

슬로바키아도 지난 8월 미그-29 11대의 운용을 종료했다. 야로슬라프 나드 슬로바키아 국방장관은 이 같은 미그 전투기 퇴역 결정을 밝히면서 “슬로바키아에서 러시아 기술을 사용할 가능성은 이제 없다”며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동맹국 군대와 호환되지 않고 현대화도 불가능하며 운용성과 전투능력, 신뢰도도 낮다”고 설명했다. 미그-29 퇴역에 따른 슬로바키아 영공 방어 공백은 미국산 F-16V로 메우게 된다. 다만 슬로바키아가 F-16V를 미국에서 인도받을 때까지 체코·폴란드 공군이 영공 방어를 맡는다. 루마니아도 미그-21 전투기를 내년까지만 사용할 방침이다.
◆서방 무기 도입 가속화로 군사·정치적 결속 강화 기대

동유럽에서 러시아 무기가 빠르게 퇴출되는 것과 맞물려 서방 무기 도입은 확대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초기부터 아낌없이 무기를 내준 동유럽 국가들은 텅 빈 무기고를 다시 채우는 일이 시급하다. 이를 위해 미국과 서유럽에 무기를 대량 주문하고 있다. 미국과 서유럽 규격으로 제작된 무기를 신속하게 배치, 연합 작전 효율성을 높이는 동시에 정치적 결속력을 강화하는 효과를 노리고 있다.

루마니아는 바이락타르(TB-2) 무인기 도입을 추진 중이다. 튀르키예가 개발한 바이락타르는 시리아 내전과 아르메니아-아제르바이잔 전쟁에서 지상 공격 및 정찰에 투입돼 성능을 입증했다. 우크라이나도 2019년 바이락타르를 도입해 동부 돈바스지역 등에서 사용했으며, 이번 전쟁에서도 러시아군 공격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했다.
튀르키예의 바이락타르 TB2 드론이 활주로를 이동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루마니아 공군이 쓰는 미그-21 전투기는 노르웨이군이 사용했던 미국산 중고 F-16으로 대체된다. 노르웨이에서 들여올 F-16을 현대화해 성능 개선 작업을 벌일 계획이다. 방공망 강화 차원에서 이스라엘산 ‘아이언 돔’을 도입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슬로바키아 국방부는 지난달 핀란드에서 차륜형 장갑차를 구매하는 방안을 확정했다. 2023~2027년 배치될 차륜형 장갑차 76대 중 대부분은 슬로바키아 기업이 생산한다. 체코는 미국에서 AH-1Z 공격헬기 6대와 UH-1Y 수송헬기 2대를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이밖에 F-35A 24대 도입을 위해 미국 측과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체코는 이스라엘산 헤론 무인기 구매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폴란드는 지난 2월 미국산 M-1A2 전차 250대 도입을 결정했으며, 7월에는 중고 M-1 전차 116대를 구매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군 탄약고와 보급로를 정밀타격한 미국산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HIMARS·하이마스) 500대 도입을 결정했고, AH-64E 공격헬기 96대를 실전배치할 계획이다. 한국과는 K-2 전차와 K-9 자주포, FA-50 경공격기, 천무 다연장로켓 도입 계약을 맺었다. 에스토니아와 라트비아는 하이마스 도입을 추진 중이다.

 

이 같은 조치에도 동유럽 국가들이 무기고를 빠르게 채울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미국과 서유럽 역시 자체적인 군비증강 및 우크라이나 지원 소요를 충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무기 생산에는 수개월에서 수년이 걸리는 점도 변수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동유럽을 비롯한 나토 회원국들은 방위산업체들이 신속하게 무기 생산에 투자할 수 있도록 상호 협력을 강화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일 것으로 전망된다.

 

◆“방위산업 키우고 무기도 개발시키자” … 동유럽, 서방과 방산·기술협력 줄이어

동유럽 국가들은 미국과 서유럽에서 최신 무기를 구매하는 것과 서방 국가와의 방위산업 및 기술 협력을 활발하게 벌이고 있다. 자국의 방위산업 육성과 관련 기술 발전을 위한 전략적 움직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폴란드는 지난 4일 영국과 방공복합무기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해군 함정 관련 의향서에 서명했다. 양국은 방공복합무기 MOU에 따라 대공미사일 개발에 협력할 방안을 연구하는 워킹그룹을 만들 예정이다. 구체적인 사항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양국은 지상과 해상에서 모두 사용할 수 있는 중·장거리 미사일 공동개발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31e형 호위함의 유력후보로 꼽히는 밥콕의 애로우헤드 140. 밥콕 제공
해군 함정 의향서는 영국의 방산업체인 밥콕이 생산하는 애로우헤드 140 호위함(5800t급) 3척을 폴란드가 조달하는 등 양국이 상호 협력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바실리 덴쿠 루마니아 국방장관은 지난달 이스라엘을 방문, 양국 간 국방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덴쿠 장관을 비롯한 루마니아 국방부 관계자들은 이스라엘의 핵심 방산업체인 이스라엘항공우주산업(IAI), 라파엘, 엘빗 시스템즈를 방문해 루마니아 기업과의 협력 가능성 등을 타진했다. 시모나 코조카루 루마니아 국방부 국방정책기획국제관계부장은 지난 7월 자국을 방문한 인도네시아 국방산업정책위원회(KKIP) 대표단을 만나 양국 간 방위산업 협력 방안을 협의했다.

앞서 슬로바키아 국방부와 7개 방산업체는 지난 6월 아랍에미리트(UAE) 경제사절단과 회의를 갖고 자국의 방산 기술을 소개하고 상호 협력 가능성에 대해 논의했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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