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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조의 노래 (Crossing the Bar)/알프레드 테니슨

Jimie 2022. 10. 9. 13:42

백조의 노래 (Crossing the Bar)/알프레드 테니슨

 

해는 지고 저녁 별 반짝이는데

날 부르는 맑은 음성 들려오누나

나 바다 향해 머나먼 길 떠날 적에는

속세의 신음소리 없길 바라네

 

​움직여도 잠자는 듯 고요한 바다

소리거품 일기에는 너무 그득해

끝없는 깊음에서 솟아난 물결

다시금 본향 찾아 돌아갈 적에

 

​황혼에 들려오는 저녁 종소리

그 뒤에 밀려오는 어두움이여

떠나가는 내 배의 닻을 올릴 때

이별의 슬픔일랑 없길 바라네

​시간과 공간의 한계를 넘어

파도는 나를 멀리 싣고 갈지나

나 주님(my Pilot) 뵈오리 직접 뵈오리

하늘나라 그 항구에 다다랐을 때

 

 

Sunset and evening star,

And one clear call for me!

 

And may here be no moaning of the bar,

When I put out to sea

 

​But such a tide as moving seems asleep,

Too full for sound and foam,

When that which drew from out the boundless deep

Turns again home

 

​Twilight and evening bell,

And after that the dark!

 

And may there be no sadness of farewell,

When I embark

​For tho' from out our bourne of Time and Place

 

The flood may bear me far,

I hope to see my Pilot face to face

When I have cross the bar

 

<김동길 교수의 해설 >

 

마지막 노래를 백조의 노래(Swan Song)라고 부릅니다. 노래를 못하는

백조는 죽기 전에 꼭 한 번 노래를 부른다는 전설이다 .

이 시의 3절은 '황혼에 들려오는 저녁 종소리, 그 뒤에 밀려오는 어둠이여(Twilight and evening bell, And after that the dark)!

 

​인생의 황혼 려말 이색의 시

“석양에 홀로 서서 갈 곳 몰라 하노라”라고 그 심정도 이와 비슷한 것이다

조선 중종때 정암 조광조의 시

외로운 나룻배 석양빛에 쓸쓸 하구나 ㅡ

 

​블레이크(William Blake)라는 영국 시인이 노래했듯이, 사랑을 고백하려 애쓰지 마오. 사랑이란 말로는 안 되는 것을(Never seek to tell thy love, Love that never told can be) 멀리 있는 사람들은 마음으로밖에는 사랑할 수 없지만. 가까이 있는 이들은 조금씩이라도 사랑하려 힘씁니다. 황혼이 되어 저녁 종소리가 내 귀에도 들려옵니다. 어둠이 밀려오기 전에 나는 조금씩 사랑하며 살아가렵니다. 빛이 아직도 있는 동안에 조금씩이라도 사랑을 해야겠습니다.

 

​이 시를 쓴 알프레드 테니슨(1809-1892)은 19세기 영국 빅토리아 시대의 유명한 시인입니다. 그는 1809년 8월 6일 링컨셔 서머비 마을에서 목사 아들로 태어났습니다. 그 집안은 너무도 가난하여 열두 남매를 다 교육할 여유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테니슨은 일곱 살 어린 나이로 외가에 의탁 되어, 그곳에 있는 루우드 초급 중학교에 다니며 온갖 서러움을 겪었다고 합니다. 어린 시절에 그가 숭배한 영웅은 바이런(Byron)이었습니다. 그가 15세 때 바이런이 죽었다는 소식이 영국을 떠들썩하게 했을 때 그는 깊은 충격을 받았고, 집 근처 숲 에 들어가 바위에다 ‘바이런이 세상을 떠나다’라는 글을 새겼다고 전하여지고 있습니다.

 

​그는 타고난 시인으로, 여덟 살 때부터 시를 쓰기 시작했고, 열 살 때에는 포우프(Pope)를 모방한 시를 여러 편 썼습니다. 18세 때 케임브리지의 트리니티 칼리지에 입학하기 몇 달 전에 그의 형 찰스 Charles와 함께 102편의 시가 실린『형제시집』 Poems by two brothers을 펴냈습니다. 1830년에『서정시집』 Poems, Chiefly Lyrical 을 펴냈지만, 좋은 평가를 얻지 못했습니다. 그 뒤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깊이 사귀었던 친구 핼럼(Arthur Hallam)의 죽음으로 약 10년간 그는 침묵을 지켰습니다.

 

​1842년에 펴낸 『시집』 Poems 은 그 지위를 확고하게 해주었고, 1850년에 내놓은 『애도시』 In Memoriam, A. H. H.는 대성공을 거두어 사랑하던 셀우드와 결혼할 수 있었고, 워즈워드를 계승하여 계관시인이 되었습니다. 1855년에 『모오드』 Maud, 1859년에 『어가집』 Idylls of the King, 1864년에 『이노크 아아든』 Enoch Arden, 1875년에 극작품 『메어리 여왕』 Queen Mary, 1876년에 『해롤드』 Harold, 1884년에 『베케트』 Becket 등을 내놓았습니다. 1883년에 남작 작위를 받았고, 1892년 10월 6일에 운명하여 웨스트민스터 사원에 안장되었습니다.

 

​그는 ‘언어의 발견자’ 또는 영국 시인 중에서 ‘음감이 가장 예민한 시인’으로 평하여지고 있을 정도로 언어 구사에 능했습니다. 그는 시의 형식과 기교면에 각별한 관심을 기울인 세심한 예술가였습니다. 그러나 어떤 때는 형식에 대한 집념이 지나쳐서 인공적이고 장식적인 매너리즘에 빠진다는 비판을 받기도 하였습니다. 시인으로서 테니슨의 놀라운 특징은 대중을 끝까지 사로잡았다는 사실입니다.

 

​여기 소개하는 이 시는 테니슨 나이 팔십이 넘은 때 지은 것으로 최후 작품이라 할 수 없지만. 그의 “백조의 노래(swan song)”라 해도 조금도 지나칠 것은 없을 것입니다. 그가 이 시를 시선집 맨 끝에 실어달라고 요청한 것도 그 때문일 것입니다. 이제 자기가 건너지 않으면 안 될 이 세상과 영원한 세계의 접경에 서서 멀리 영원의 세계를 바라다보며 거기를 그리면서 읊은 시입니다. 모래톱은 큰 강이나 항구 어귀에 있는 모래펄로 죽음과 미래와 경계를 뜻하고 있습니다.

 

​해저물면 날이 어둡듯이 이제 인생의 황혼은 뉘엿뉘엿 지고 있습니다. 그때 서쪽 하늘에 저녁 별(신)이 나타나 맑은 목소리로 그를 부릅니다. 해질 무렵 서녘 하늘에 돋는 저녁별은 이튿날 동틀 무렵 다시 동녘 하늘로 그 모습을 드러냅니다. 따라서 이 별은 죽음 저 너머에 있는 내생 또는 영혼불멸을 상징하고 있습니다. 실로 경건한 믿음의 시인인 테니슨은 죽음 앞에 서서 이별의 흐느낌이나 나뉨의 설움보다 저녁(죽음)이 지나 동틀 녘에 다시 그 모습을 드러낼 샛별을 그 영안으로 바라다보며 오히려 그곳을 애모하며 황홀한 감정에 젖어듭니다.

 

​우리 동요 ‘반달’에서 보듯이 시인은 푸른 하늘에 반짝이는 샛별을 등대 삼아 인생이라는 쪽배를 끝없이 크고 깊은 바다에 띄우고 때와 곳의 한계를 넘어 미지의 나라로 노를 저어가려 합니다. 이 세상과 나뉘는 아픔이 없는 것도 아니요. 사랑하는 가족과 친지들을 뒤에 남기고 홀로 멀고 먼 미지의 나라로 떠나는 이별의 흐느낌이 없는 것도 아니지만 영원한 하늘나라를 바라볼 때 그런 애가는 부질없고 눈물은 너무 짠 소금 냄새만 날 뿐입니다.

 

​그래서 그는 자신이 배에 오르는 날 이별의 슬픔이 없게 해 달라고 기도합니다. 다만 시인은 그렇게도 오랫동안 떠나 낯선 땅에서 살아오다가 이제 그렇게도 그립던 고향을 향해 떠나는 배를 탈 때 설레는 가슴을 달랠 길이 없었고, 오로지 그 입술은 타고 흐르는 기도는 고요한 바다와 그 순풍으로 고향에 안전히 이르게 해 달라는 것입니다. 또한 물길 잡이 선장 되시는 주님께서 부서지기 쉽고 떠돌기 쉬운 쪽배를 인도해 주시기를 바라는 그 애타는 열망은 참으로 옷깃을 여미게 합니다. 이 마지막 백조의 노래는 실로 아름답고 경건합니다.

 

이렇게 장문의 연설은 사실상 한번가면 다시 못오기 때문에

장문의 연설이 아름다운 것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