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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양 남조천 운선구곡 사인암

Jimie 2022. 9. 30. 15:38

단양 남조천 운선구곡 사인암 청련암

by 구석구석 2022. 6. 22.

 

단양을 대표하는 명승 ‘단양팔경’이야 모르는 이가 있을까만, 조선 영조 때 참판을 지낸 오대익이 설정했다는 단양 ‘운선구곡(雲仙九谷)’의 이름은 낯설다. 운선(雲仙)은 ‘구름 속의 신선’이다. 운선구곡의 아홉 굽이는 단양 대강면 남조천, 그러니까 단양 팔경의 사인암을 끼고 흘러내리는 물길을 따라 이어진다. 높이 50m의 거대한 수직석벽으로 늠름하게 서 있는 사인암은 단양팔경의 ‘제4경’이자 운선구곡의 ‘제7곡’이기도 하다.

 

사인암을 끼고 흐르는 남조천 물길의 상류에 있는 운선구곡의 도광벽(道光壁);.

팔경과 구곡은, 뭐가 다를까.

팔경의 바탕은 ‘천지 만물이 여덟 가지 괘(卦)로 이뤄졌다’는 주역이다. 주역에서 팔(八)은 우주의 현상과 자연의 이치를 나타내는 기본 원리를 담은 숫자로 본다. 팔경의 원조는 중국 동정호 인근의 빼어난 경관인 ‘소상팔경(瀟湘八景)’이다. 북송 때 그림으로 그려진 소상팔경은 관념산수 시대 아름다움의 정점이었다.

 

팔경이 주역에서 왔다면 구곡은 중국 송나라의 유학자 주자에게서 왔다. 주자가 무이산에서 노닐며 무이구곡을 노래한 뒤로 조선의 선비들은 명승마다 구곡의 이름을 붙였다. 선비들은 자연의 원리에서 모름지기 지켜야 할 도리와 법도를 읽었으니, 구곡의 자연은 선비들에게 ‘한 권의 책’이었던 셈이었다.

 

단양팔경에도, 운선구곡에도 이름을 올리고 양다리를 걸치고 있으니, 사인암은 주역과 유학에 한 발씩 넣고 있는 셈이다. 게다가 사인암에는 도교 흔적까지 깃들어 있다. 도교의 이상향은 ‘신선이 사는 곳’이다. 옛사람들은 풍광이 좋고 기암괴석이 있는 곳을 신선이 사는 곳이라 생각했고, 그런 곳에 정자를 세워 신선처럼 노니는 꿈을 꾸었다.

 

사인암은 대강면 사인암리에 위치한 선암계곡의 상, 중, 하선암과 함께 단양군 동남쪽에 있는 단양팔경 중 하나이다. 사인암은 단양 남쪽 남조천변의 푸르고 깊은 계류를 끼고 있는 높이 70m의 기암절벽이다. 사인암 앞으로 흐르는 계곡을 운선구곡이라 하여 단양팔경 중에서도 제일 빼어난 경승지로 손꼽힌다. 출처 : 시니어매일

지금은 사라지고 없지만, 그렇게 사인암에다 지은 정자가 ‘서벽정’이었다. ‘서벽(棲碧)’이란 정자 이름은, 봉황이 깃드는 오동나무를 말한다. 신선이 깃든 곳으로 안내하는 건 봉황새다. 선비들이 꿈꾸던 도교적 이상향이 바로 사인암이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주역과 유교와 도교를 넘나드는 공간. 그곳이 바로 사인암이라는 얘기다.

 

사인암 몇 발자국 뒤에는 자그마한 암자 청련암이 있다.

청련암은 원통암과 마찬가지로 나옹선사가 창건했으며, 황정산 자락에 있던 대흥사의 말사였는데, 대흥사가 폐사되고 6·25전쟁을 거치면서 사인암 곁으로 옮겨왔다. 암자는 덕절산의 산세를 병풍처럼 뒤로 둔 자리에 들어서 있다. 청련암에서 유심히 봐야 할 곳은 삼성각의 자리다. 사인암 뒤편의 바위틈에 끼인 듯이 들어서 있다. 삼성각이 들어선 자리가 바로 신선을 꿈꾸며 봉황을 불러들이려 했던 서벽정이 있던 자리라고 전해진다.

 

사인암

운선구곡으로 명명한 아홉 곳 명소는 남조천 변에 뚜렷한 글씨로 남아있지만, 그렇다고 굳이 구곡 모두를 다 둘러보려 애쓸 필요는 없겠다. 사인암 상류 쪽으로 물길을 따라 오르내리며 서애 류성룡이 북인의 탄핵을 받아 삭탈관직을 당한 뒤에 머물며 지었다는 정자에서 이름을 딴 3곡 ‘수운정(水雲亭)’과 사인암 상류에 병풍처럼 펼쳐진 석벽인 4곡 ‘도광벽(道光壁)’ 등을 둘러보는 것을 추천한다.

 

청련암

수운정은 울타리로 닫아놓은 사유지라 물 건너편에서 먼발치로 볼 수밖에 없는 게 아쉽지만, 천변에 솟은 바위벼랑에 서 있었을 정자의 모습을 마음속에서 그려볼 수 있다. 도광벽에서는 붉은 기운이 묻어나는 바위벽의 웅장한 모습과 함께 1980년대 식량증산이나 간첩 신고 따위의 표어까지 수백 년에 걸친 글씨를 볼 수 있다.

 

사인암과 청련암. 사인암 뒷벽으로 오르면 삼성각이 있다.

경관은, 이름으로 더 각별해진다. 하나하나 아홉 곳의 이름을 듣고 경관을 살피다 보면, 이름이 없어서 그냥 지나치던 경관이 구곡의 이름을 얻어 비로소 각별하게 다가온다는 것을 체감할 수 있다. 사인암의 바위에 새겨진 수많은 암각문 중에서 눈길을 끌었던 건 ‘난가장(爛柯狀)’이란 글씨였다. 난(爛)은 ‘문드러지다’라는 뜻이고, 가(柯)는 도낏자루를 말하니 ‘도낏자루 썩는 줄 모른다’는 뜻인데, 그 글씨 옆에는 장기판과 바둑판이 그려져 있다. 아마도 거기가 신선놀음을 즐기는, 신선의 공간임을 비유한 것이리라.

 

사람들의 발길이 잘 닿지 않는 깊은 산중 암자의 석굴이, 그리고 신선이 깃든 풍류의 공간인 팔경과 구곡이 우리에게 전해 주는 건, 마음의 평온과 신선놀음의 위안이다. 깊어져 가는 사회적 갈등, 그리고 타인에 대한 증오와 경계. 언제 끝날지 모르는 감염병의 창궐로 지친 우리에게 평온과 위안이야말로 가장 필요한 것이 아닐까.

 

작은 사인암이라 불리는 도광벽

■ 운선구곡(雲仙九曲)

단양군 대강면 남조천을 따라 황정리 직티리 사인암리 괴평리까지 약 십여리에 걸쳐 있는 아름다운 아홉 굽이를 일컫는 것으로, 1곡 대은담(大隱潭), 2곡 황정동(黃庭洞), 3곡 수운정(水雲亭), 4곡 연단굴(煉丹窟),5곡 도광벽(道光壁), 6곡 사선대(四仙臺), 7곡 사인암(舍人岩), 8곡 도화담(桃花潭), 9곡 운선동(雲仙洞)이 그것인데, 운선구곡은 약 250년전 조선후기 오대익 선생이 붙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삼 오대익이 교리 시절에 퇴락된 수운정을 중창하면서 수운정을 중심으로 운선구곡을 명명했다고 1955년에 단양군수를 역임한 김상현의 저서 " 단양팔경" 에 기록되어 있다.

 

운선구곡가

雲仙洞裏有仙靈{운선동리유선영} : 운선동 계곡엔 신선이 있을 것만 같구나

丹壁參差玉澗淸{단벽삼차옥간정} : 노을에 젖은 높고 낮은 절벽, 옥같이 맑은 물이여

欲識主人行近遠{욕식주인행근원} : 신선인 주인을 알고자 하나 간곳을 모르니

漁歌試聽九曲聲{어가시청구곡성} : 고기 낚는 촌부의 노래로 구곡가라 부르리

 

운선구곡 제1곡 대은담

운선구곡 제2곡 황정동. 모래속에 묻혔었는데 물길이 바뀌면서 다시 드러났다.

운선구곡 제3곡 수운정

운선구곡 제4곡 연단굴

운선구곡 제5곡 도광벽

운선구곡 제6곡 사선대. 복토로 소나무가 죽고 현재 2그루가 사선대를 지킨다.

운선구곡 제7곡 사인암

사인암에 새겨진 글씨들

운선구곡 제8곡 도화담. 도화담글자는 아직 못찾았단다. 어딘가에 묻혀 있을 듯

운선구곡 제9곡 운선동. 1~8곡까지는 오대익이 썻고 9곡은 오대익의 조카 오염이 썻다.

■ 단양 일대 전망 보려면 발길 뜸한 양방산으로


단양팔경은 관동팔경과 함께 이름값을 객관적으로 인정받는 대표적인 명승이다. 단양팔경의 여덟 곳 명소는 하선암, 중선암, 상선암, 사인암, 구담봉, 옥순봉, 도담삼봉, 석문이다. 관광지로 골라낸다면 사인암과 도담삼봉을, 트레킹 목적지로는 구담봉과 옥순봉이 으뜸이다.

 

단양에는 ‘신(新) 단양팔경’도 있다. 신 단양팔경은 단양팔경에서 빠진 지역을 배려하기 위한 정책적 작명이다. 영춘면과 가곡면, 어상천면, 적성면, 단양읍 등 단양팔경이 없는 지역에서 각각 명소를 뽑아 신 단양팔경으로 정해 ‘균형’을 맞추는 방식으로 정했다. 신 단양팔경은 죽령폭포, 칠성암, 북벽, 구봉팔문, 금수산, 온달산성, 일광굴, 고수동굴이다.

 

요즘 단양에서 단양팔경과 신 단양팔경을 뛰어넘는 인기를 누리는 곳이 상진대교와 단양읍 일대를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대인 만천하스카이워크와 단양역 건너편 강변 단애에 길을 매달아 만든 단양강 잔도다.

조망명소로 만천하스카이워크 개관 이후 관광객의 발길이 뜸해진 양방산 패러글라이딩 활공장을 추천한다. 양방산 전망대가 해발 664m라 만천하스카이워크보다 훨씬 더 조망의 스케일이 크다. 다만 활공장까지 가는 길이 좁고 가팔라 운전에 주의해야 한다.

 

/ 문화일보 2020 박경일 전임기자 / 운선구곡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