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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망디 전쟁 같은 전환점” 백신 트럭이

Jimie 2020. 12. 14. 02:30

“노르망디 전쟁 같은 전환점” 백신 트럭이 美전역으로 출발했다

14일부터 의료진과 요양원 거주자 등에게 접종 시작

조선일보 뉴욕=정시행 특파원

입력 2020.12.13 20:41

 

“노르망디 전쟁 같은 전환점” 백신 트럭이 美전역으로 출발했다

 

 

미국 국민 3억3000만 명을 대상으로 한 첫 코로나 백신 접종이 14일(현지 시각) 시작될 예정인 가운데 화이자 백신을 미 전역 636곳에 배송하는 백신 수송 작전이 13일 본격 시작됐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번 백신 수송에 대해 “미국 역사상 가장 복잡한 물류 임무”라고 했다.

 

백악관의 코로나 백신 개발 프로그램 ‘초고속 작전’의 최고 운영 책임자 구스타프 퍼나 육군 대장은 12일 브리핑에서 “미국과 연합군이 1944년 프랑스 노르망디 상륙작전을 펼쳤던 디데이(D-day)는 제2차 세계대전의 중대한 전환점이었다. 그것은 전쟁 종말의 시작이었다”며 “오늘 (코로나와의 전쟁에서) 우리가 서있는 지점이 바로 그곳”이라고 말했다. 코로나로 30만여 명이 사망한 미국에서 펼쳐진 첫 백신 수송은 실제 군사작전을 방불케 했다.

 

미시간과 위스콘신의 화이자 백신 공장에선 12일 새벽 대기 중이던 총 290만회 접종분의 백신 포장이 시작됐다. 전날 밤 미 식품의약국(FDA)에서 백신 긴급 사용 승인이 떨어지자마자 화이자는 물론 보건 당국 인력과 군이 동원됐다.

이어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백신 접종 권고 결정 등 남은 행정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미 양대 물류 업체 페덱스와 UPS는 항공기와 호송 차량이 붙은 전용 트레일러 트럭 등을 인근에 대기시켰다. 항공기와 트럭들은 13일 오전 백신을 싣고 전국 50주 636곳의 물류 허브를 향해 일제히 출발했다.

 

화이자 백신은 유통과 보관에 영하 70도 초저온을 유지해야 한다. 백신을 담은 상자는 일정 온도 유지를 위해 하루에 두 번 이상 열어보면 안 된다. 일단 상온에 꺼낸 뒤 6시간 내 접종하지 못할 경우엔 폐기해야 한다. 이런 극도의 민감성 때문에 운송 과정에 특수 컨테이너와 드라이아이스가 동원된다. 백신을 담은 특수 컨테이너마다 위치와 온도 등을 실시간으로 파악해 물류업체 본부로 전송하는 위성항법장치(GPS) 겸 첨단 센서가 부착됐다. UPS는 매일 1만㎏ 이상의 드라이아이스를 만들어 각지에 따로 배송키로 했다. 미 CDC는 백신을 14일엔 145곳으로 운송하고, 15일엔 425곳, 16일엔 66곳에 도착하도록 계획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백신은 약병 1개당 5회 접종분이 담긴다. 이 약병 195개가 피자 박스처럼 생긴 넓고 네모난 트레이에 들어간다. 이 트레이 5개를 컨테이너에 담고 드라이아이스를 채운다. 컨테이너 하나에 약 5000회 접종분이 들어가는 것이다.

미국 뉴욕의 마운트 시나이 퀸스 병원의 한 약사가 9일(현지 시각) 미 제약사 화이자의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보관할 극저온 저장고를 공개하고 있다. 화이자 백신은 효과와 안전성을 유지하기 위해선 영하 70도에서 운송·보관돼야 한다. 한번 해동된 뒤엔 냉장고(영상 2~8도)에서 닷새까지 보관할 수 있고, 상온에 꺼내면 6시간 내 접종해야 한다./AP 연합뉴스

 

뉴욕과 LA, 필라델피아, 휴스턴 등 각 도시 주요 병원에선 백신 접종에 필요한 주사기와 알코올솜, 일회용 장갑 수천~수만 세트씩을 미리 준비해놓고, 보건 당국 관계자의 참관 아래 초저온 저장고의 상태를 점검하느라 여념이 없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병원들은 백신의 최우선순위 접종 대상인 의사·간호사와 병원 청소부·요리사 등 직원들의 수요를 파악해 접종 스케줄을 분(分) 단위로 계획하고 있다고 한다. 접종 계획을 허술하게 세웠다간 아까운 백신을 내다버려야 하기 때문이다. 의료진이 백신을 맞고 몸살·발열 등 부작용을 보일 경우 근무에서 며칠 제외해야 하기 때문에 인력 배치도 고려해야 한다.

 

화이자는 이달 말까지 2500만 회분을, 그리고 17일 이후 FDA의 백신 긴급 사용 승인을 받게 되는 모더나는 2000만 회분을 미국에 공급한다는 목표다. 이 물량은 1순위 접종 대상인 필수 의료진 2100만 명과 요양원 장기 거주자 300만 명에게 돌아간다. 내년 1월부턴 의료계 이외의 필수 인력, 즉 관공서와 학교, 항공·교통·식품 등 필수 업종 근로자 8700만명이 2순위로 접종받게 되며, 3월부턴 기저질환자와 65세 이상 등이 3순위로 접종받을 전망이다. 미 당국은 제약사 총 6곳과 최대 30억 회 접종분의 백신을 구매할 수 있는 계약을 체결해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