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대통령에게 바란다]최중경 한미협회장
미국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패권주의로 치닫는 중국을 견제하는 전략(Contain China)을 수립하고 중국과 대립각을 세울 때 안미경중(安美經中)이라는 구호, 즉 ‘안보는 미국과 협조하고 경제는 중국과 협조한다’는 얘기가 무슨 묘수풀이나 되는 양 각종 보고서와 언론에 회자됐다.
한국 정부가 최강 군사대국이나 채택할 수 있는 ‘전략적 모호성(Strategic Ambiguity)’을 내세우고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줄타기하며 애매한 태도를 보이자 당시 부통령이었던 조 바이든 대통령은 서울에 와 “미국 반대편에 서지 말라(It’s not a good bet to bet against the US)”고 경고했다. 당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문제를 두고 중국과의 갈등이 고조되자 롯데 등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이 어려움을 겪고 한류에도 제동이 걸렸다. 미국도 놓치고 중국도 놓치는 악수를 둔 것이다.
군주론을 쓴 마키아벨리는 이미 500년 전에 “애매한 중립은 파멸을 부른다”고 경고했다. 최근 미중 갈등 구조가 깊어지면서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받는 상황으로 몰리는 한국은 생존과 번영을 위한 현명한 선택을 해야 한다. 그런데 미국의 반도체 공급망 재편 구상과 그에 따른 실행 계획을 보면 우리에게 과연 여러 개의 선택지가 허용되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
기존의 반도체 공급망에 참여한 나라들의 면모를 보면 반도체 산업이 본궤도에 진입하기 시작한 1970년대 기준으로 볼 때 미국의 최우방국들로 구성돼 있다. 설계는 미국이 하고, 주요 생산 장비는 일본과 네덜란드가 공급하고, 생산은 한국과 대만이 담당하는 구조로 공급망이 만들어져 있다. 21세기 들어 대만과 한국의 반도체 공장이 중국에 진출하면서 이런 미국의 최초 구상이 차질을 빚기 시작했다. 게다가 중국이 반도체 굴기를 선언하면서 반도체산업 발전을 위한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하고 극초음속 미사일을 개발하게 되자 위협을 느낀 미국의 입장에 변화가 생겼다. 정밀 유도무기의 핵심 부품인 반도체의 설계부터 생산에 이르기까지 자기 완성형 공급망을 미국 영토 안에 확보하고, 반도체 공급망에서 중국을 제외하는 것이 중국의 군사적 도전을 견제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판단에 이른 것이다. 한국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미국에 공장 건설을 요청받은 이유이다.
인공지능(AI), 로봇, 인식기술, 바이오 등 미래 첨단산업은 모두 안보와 직결된 분야다. 그러니 중국이 미국의 안보를 위협하는 한 이들 분야에서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는 것은 이해가 간다. 다른 분야에서도 경제와 안보를 완전히 분리하기는 어렵지만 특히 첨단산업 분야에서 안보와 경제가 동행하고 있다는 인식을 분명히 해야 한다. 그래야 우리의 입장을 정리하기 쉬워진다. 한 가지 강조하고 싶은 것은 가장 중요한 경제성장 정책은 전쟁억지력을 갖춘 튼튼한 안보라는 사실이다. 좋은 경제정책을 써서 기업이 성장하고 일자리가 늘어나도 전쟁이 일어나 교통, 통신, 에너지 등 기반시설이 붕괴되고 생산시설이 파괴된다면 경제 자체가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세계에서 군사적 긴장도가 가장 높은 지역의 하나인 한반도에 사는 우리에게는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 없다. 한국 경제는 현재 수출을 주도하는 대규모 장치산업의 국제경쟁력을 높이는 노력과 함께 첨단산업으로의 이행을 질서 있게 추진해야 지속가능한 경제를 만들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한미동맹을 견고히 하여 튼튼한 안보를 유지하고 미국이 새로 그리는 국가 간 첨단산업 협력 네트워크에서 의미 있는 위상을 확보해야 한다.
새 정부는 선거 과정에서 공약한 대로 무너진 한미동맹을 복원하고 강화하는 데 적극 나서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한미 연합 군사훈련에 소극적이었고 전임 로버트 에이브럼스 한미연합사령관 겸 주한미군사령관의 재임 중 미 국방부가 제안한 새로운 한미 연합 군사작전계획의 채택도 미루면서 한미 군사 공조체제의 퇴행을 불렀다. 미국의 새로운 동아시아태평양 방위전략 구상에도 적극적인 참여를 거부하고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하여 미국이 신뢰할 수 없는 파트너로 전락했다. 새 정부는 출범 후 가급적 빠른 시일 안에 한미 정상회담을 열고 한미동맹 정상화를 위한 구체적이고 실행 가능한 로드맵을 제시하여 미국의 신뢰를 회복하고 한미동맹에 대한 미국의 전폭적인 지지를 재확인해야 한다. 새 정부는 변화된 한미동맹 정책에 대한 미국의 확고한 신뢰와 한미동맹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를 바탕으로 미국이 주도하는 글로벌 공급망 재편 계획의 실행 과정에서 주요 파트너로서 참여하고 긴밀하게 협조해 한국 경제의 탄탄한 미래를 열 수 있어야 한다. 새 정부의 활약에 큰 기대를 건다.
최중경 한미협회장
군주론을 쓴 마키아벨리는 이미 500년 전에 “애매한 중립은 파멸을 부른다”고 경고했다. 최근 미중 갈등 구조가 깊어지면서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받는 상황으로 몰리는 한국은 생존과 번영을 위한 현명한 선택을 해야 한다. 그런데 미국의 반도체 공급망 재편 구상과 그에 따른 실행 계획을 보면 우리에게 과연 여러 개의 선택지가 허용되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
기존의 반도체 공급망에 참여한 나라들의 면모를 보면 반도체 산업이 본궤도에 진입하기 시작한 1970년대 기준으로 볼 때 미국의 최우방국들로 구성돼 있다. 설계는 미국이 하고, 주요 생산 장비는 일본과 네덜란드가 공급하고, 생산은 한국과 대만이 담당하는 구조로 공급망이 만들어져 있다. 21세기 들어 대만과 한국의 반도체 공장이 중국에 진출하면서 이런 미국의 최초 구상이 차질을 빚기 시작했다. 게다가 중국이 반도체 굴기를 선언하면서 반도체산업 발전을 위한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하고 극초음속 미사일을 개발하게 되자 위협을 느낀 미국의 입장에 변화가 생겼다. 정밀 유도무기의 핵심 부품인 반도체의 설계부터 생산에 이르기까지 자기 완성형 공급망을 미국 영토 안에 확보하고, 반도체 공급망에서 중국을 제외하는 것이 중국의 군사적 도전을 견제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판단에 이른 것이다. 한국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미국에 공장 건설을 요청받은 이유이다.
세계에서 군사적 긴장도가 가장 높은 지역의 하나인 한반도에 사는 우리에게는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 없다. 한국 경제는 현재 수출을 주도하는 대규모 장치산업의 국제경쟁력을 높이는 노력과 함께 첨단산업으로의 이행을 질서 있게 추진해야 지속가능한 경제를 만들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한미동맹을 견고히 하여 튼튼한 안보를 유지하고 미국이 새로 그리는 국가 간 첨단산업 협력 네트워크에서 의미 있는 위상을 확보해야 한다.
새 정부는 선거 과정에서 공약한 대로 무너진 한미동맹을 복원하고 강화하는 데 적극 나서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한미 연합 군사훈련에 소극적이었고 전임 로버트 에이브럼스 한미연합사령관 겸 주한미군사령관의 재임 중 미 국방부가 제안한 새로운 한미 연합 군사작전계획의 채택도 미루면서 한미 군사 공조체제의 퇴행을 불렀다. 미국의 새로운 동아시아태평양 방위전략 구상에도 적극적인 참여를 거부하고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하여 미국이 신뢰할 수 없는 파트너로 전락했다. 새 정부는 출범 후 가급적 빠른 시일 안에 한미 정상회담을 열고 한미동맹 정상화를 위한 구체적이고 실행 가능한 로드맵을 제시하여 미국의 신뢰를 회복하고 한미동맹에 대한 미국의 전폭적인 지지를 재확인해야 한다. 새 정부는 변화된 한미동맹 정책에 대한 미국의 확고한 신뢰와 한미동맹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를 바탕으로 미국이 주도하는 글로벌 공급망 재편 계획의 실행 과정에서 주요 파트너로서 참여하고 긴밀하게 협조해 한국 경제의 탄탄한 미래를 열 수 있어야 한다. 새 정부의 활약에 큰 기대를 건다.
최중경 한미협회장 약력 |
△경기 화성(66) △경기고, 서울대 경영학과, 미국 하와이대 경제학박사 △기획재정부 제1차관 △주필리핀대사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 △지식경제부 장관 △동국대 석좌교수 △한국공인회계사회장 △서비스산업총연합회장 △한국가이드스타 이사장 △고려대 세종캠퍼스 행정전문대학원 석좌교수 |
최중경 한미협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