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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뜻밖의 선전…"러 작전실수 연발, 푸틴 분노했다"

Jimie 2022. 3. 1. 04:24

우크라이나 뜻밖의 선전…"러 작전실수 연발, 푸틴 분노했다"

중앙일보

입력 2022.02.28 18:01

업데이트 2022.02.28 19:33

26일 우크라이나 루간스크 지역 도로에 파괴된 러시아 탱크. 러시아는 개전 초기 병참에 차질을 빚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AFP=연합뉴스]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에서 뜻밖의 저항을 경험하고 있다. 서방 언론의 전언과 우크라이나군의 발표이긴 하지만 현재까지 우크라이나군은 예상과 달리 러시아군의 전면적 침공을 잘 막아내며 버티는 양상이다.

우크라이나군에 따르면 포로로 잡힌 러시아군 병사가 수백명에 달하며, 탱크·장갑차에서 내려 자진 항복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때론 연료가 떨어져 길에 서 있는 기갑병도 발견됐다는 게 우크라이나 측 얘기다. 서방의 군사 전문가들은 조심스럽지만 우크라이나군의 거센 저항을 꺾을 모멘텀을 러시아군이 현재까지는 찾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초기 전황을 전했다.

 

27일(현지시간) 가디언은 러시아군의 초기 공세에 대해 침공 후 첫 나흘 동안 러시아군은 이상하리만큼 계획성이 없고, 심지어 무모했다는 분석을 전했다. 로렌스 프리드먼 영국 킹스칼리지 교수는 가디언에 "이 전쟁의 첫 번째 놀라움은 러시아군 사령부가 군사력 증강을 고려한 효과적 전략을 설계하지 못한 점"이라며 그래서 "작전 실수를 연발 중"이라고 말했다.

 

27일 우크라이나 키예프 북부 이반키우 지역으로 이동 중인 러시아 병력. 러시아가 개전 초기 병참에 차질을 빚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EPA=연합뉴스]

 

초기 실수는 러시아군이 24일 키예프 인근 호스토멜 공항에 공수부대를 투입해 인근 지역을 장악하려던 작전이 포함됐다. 러시아군은 나흘 동안 교전했지만, 결국 물러났다. 또 27일 하르키우 도시 장악에 나서면서 탱크가 아닌 경장갑차만을 사용해 역시 수 시간 후 퇴각했다. 이는 전략 부재와 후방 지원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때문이라는 게 서방 군사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러시아군의 공군력도 의아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영국 싱크탱크 왕립연합서비스연구소(RUSI)의 저스틴 브롱크 연구원은 "대부분의 러시아 전투기가 활동 반경이 크지 않다는 사실이 놀랍고 혼란스럽다"고 했다. 우크라이나의 러시아제 Su-27이 여전히 상공에서 러시아군과 교전 중이라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

 

영국이 제공한 대전차 유도 미사일을 훈련하는 우크라이나군.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개전후 사흘간 146대의 러시아 탱크·장갑차를 파괴했다고 밝혔다. [AFP=연합]

펜타곤 “연료 부족에 병참 차질”

병참이 흔들린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은 익명의 미 국방부 관계자를 인용해 우크라이나군의 격렬한 저항과 연료 부족, 병참 차질로 인해 러시아군의 진격 속도가 늦어졌다고 보도했다.

'기름 없는 탱크'는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앞서 26일 가디언과 폭스뉴스 등은 우크라이나 동부 수미 지역에서 연료가 떨어져 길에 서 있는 러시아 탱크를 촬영한 한 우크라이나 운전자의 영상을 보도했다. 영상에서 러시아 기갑병들은 '어디로 가냐'고 묻자, "모른다"고 답했다. 이에 우크라이나 운전자는 "러시아까지 (탱크를) 견인해줄까"라고 말했을 정도다.

 

미 국방부에 따르면 러시아는 침공 후 27일까지 320발의 미사일을 발사했다. 그러나 앞으로 러시아가 쓸 미사일이 부족하다는 관측도 있다. 호주 육군 소장 출신의 믹 라이언은 WSJ에 "정밀 유도무기 고갈로 덜 정확하고 더 치명적인 구형 무기를 사용해야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때문에 앞으로 72시간 동안 전장에서 더 높은 치사율이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푸틴, 쉬운 전쟁으로 오판”

소셜미디어에 올라오는 전 세계 군사 전문가들의 분석은 더 부정적이다. 에스토니아 국방부 장관을 지낸 리호 테라스 유럽의회 의원은 지난 26일 우크라이나의 정보 보고서를 인용해 "푸틴은 우크라이나 침공을 '쉬운 전쟁'으로 생각하고 1~4일 안에 끝날 것이라 믿었지만, (그렇지 못한 데 대해) 분노하고 있다"며 "러시아군은 적절한 전술이 없는 데다 병참 차질을 빚고 있다"고 트위터를 통해 전했다.

또 "러시아군이 준비한 미사일은 3~4일 치라 아껴 쓰고 있는 중"이라며 "우크라이나가 열흘만 버티면 러시아는 협상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 개전 5일째인 28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벨라루스 고멜에서 첫 협상에 나선다. 이와 관련 폭스 뉴스는 테라스 의원의 트윗을 보도했으나 "(내용의 진위는) 자체적으로 확인되지는 않았다"고 단서를 달았다.

 

러시아는 21세기 들어 시리아 내전 등 다수의 전쟁에 개입했지만, 이번엔 규모와 양상이 달라 과거 전쟁의 경험을 활용하는 학습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 싱크탱크 랜드 코퍼레이션의 러시아군 전문가인 다라 마시코트는 WSJ에 "자원을 아끼지 않고 쓸 수 있으며, 비교적 실수가 적은 소수의 특수부대를 투입한 시리아 내전과 이번 우크라이나전은 다르다"며 "이 정도 규모의 병력은 러시아군 내의 준비 태세와 인력 문제를 숨기기에는 너무 크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군에 따르면 포로로 잡힌 러시아군 대부분은 20세 안팎이었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도 "러시아군은 계획이 없다"고 27일 주장했다. 매체는 푸틴 대통령의 3가지 실수로 적과 유럽연합을 과소평가한 것과 자신의 군대를 잘못 관리한 점을 꼽았다. 이 결과 러시아군은 막상 전장에서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는 군대"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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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재공세…전황 지켜봐야

단 이같은 서방 전문가들과 서구 언론의 관측은 아직 전쟁 초기인 만큼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러시아가 침공 초기의 전략적 자만을 수정하면서 전력을 추가로 투입해 대대적인 재공세에 나서는 모습이 포착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러시아가 전과를 거두지 못한 데 대한 대응으로 군과 민간을 가리지 않는 마구잡이 공격으로 전환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푸틴 대통령이 키예프 등 우크라이나 주요 도시를 포위하기 위해 예비군을 소집할 수 있고, 그 대가는 양측에 막대한 피해를 줄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이런 소모전을 벌여야 한다고 (고려)하는 순간, 푸틴 대통령은 이미 진 것"이라고 덧붙였다.

“푸틴, 잔인한 전쟁 감행 우려”

가디언도 푸틴 대통령이 도박을 감행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전했다. 가디언은 초기 전황에 불만을 품은 푸틴 대통령이 "더 높은 대가를 치르고서라도 승리를 거두기 위해 더 잔인하고 치명적인 방법을 택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WSJ는 미 국방부 고위 관리를 인용해 "러시아군은 초기 느린 진격 속도에 좌절했지만, 차질을 빚는 상황에서 전략과 전술을 조정하려 할 것"이라며 "러시아군은 연료와 물자, 지속력 측면에서 어느 정도는 그것을 해결해왔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 국방부에 따르면 24일 오전 5시(현지시간) 개전 후 지난 26일까지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군 항공기 46대와 헬리콥터 26대를 격추했으며, 탱크·장갑차 146대와 군 트럭 60대를 파괴했다. 물론 러시아 측은 이를 부인하고 있다.

 

김영주 기자 humanest@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