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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다가 봉창을 두드리는 소리

Jimie 2022. 2. 26. 06:14

자다가 봉창을 두드리면 [신동욱 앵커의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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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b 26, 2022

https://www.youtube.com/watch?v=28S-K8xx-u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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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와 악당이 마지막 결투를 벌이는데 구경꾼이 불쑥 끼어듭니다.

"나 여기 아트박스 사장인데, 동네 난리 쳐놓고 어디가?"

마동석은 밑도 끝도 없는 소리를 던져놓고 20초 만에 사라집니다. 뜬금없는 등장과 퇴장으로 관객을 웃음 바다로 몰아넣고 영화의 양념 역할을 톡톡히 해 냈습니다.

세상에 넘쳐나는,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들을 시인이 질펀한 연작 사설시조로 나무랍니다.

"그건 또 무슨 육개장에 보리밥 마는 소리인가. 수숫대도 아래위 마디가 있는 건데 무슨 경우가 그 모양인가. 시먹은 소리 하들 말게"

'뜬금없다'의 '뜬금'에서 '뜬'은 '떠 있다', '금'은 돈을 뜻합니다. 그렇듯 그날 그날 시세 변동에 따라 매겨지는 시가를 가리키지요. 옛날 곡식시장에서 거간꾼들이 농간을 부려 뜬금이 터무니없어지는 것을 '뜬금없다'고 했다가 '갑작스럽고 엉뚱하다'는 의미가 된 겁니다.

민주당 송영길 대표가 총리 국회 추천제를 비롯한 통합정부, 선거제 개혁, 대통령 4년 중임제에 이르는 정치 개혁안을 내놓았습니다. 공정하게만 추진한다면 사생결단식 적대 정치와 승자 독식 같은 고질적 병폐를 웬만큼 극복할 수 있는 방안들입니다. 180석의 절대적 의석을 가진 여당이 이런 아름다운 개혁 방안을 내놓았다면 더 더욱 박수 받을 일이지요. 그런데 왜 하필 지금이었을까요? 송 대표는 굳이 속마음을 감출 생각이 없는 듯합니다.

"안철수 후보의 새로운 정치, 심상정 후보의 진보정치, 김동연 후보의 새로운 물결도 같은 방향을 향하고 있다…"

대선을 불과 10여일 앞두고 마침 야권 단일화 논의가 삐걱거리자 그 틈을 노려 윤석열 후보를 고립시키겠다는 의도가 너무 노골적이어서 제 손이 더 오그라드는 느낌입니다.

안철수 후보가 "그렇게 생각하면 하시면 될 일이지요" 한 것도 그래서 일 겁니다. 심상정 후보의 반응 역시 민주당이 이제 와서 이런 말 할 처지는 아니라는 것이었습니다. 지난 2년 압도적 의석을 무기처럼 휘두르며 입법 폭주를 해온 게 누구였습니까. 정치 야합으로 탄생시킨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위성 정당으로 전락시킨 건 또 어느 당이었습니까. 그래 놓고는 이제 와서 이렇게 말할 수 있는 용기가 부럽긴 합니다. 대선이 무섭긴 무서운 것이지요.

"지금 기득권을 내려놓고 정치 교체 못하면 180석 더불어민주당의 직무유기가 될 것입니다"

송 대표는 얼마 전에도 586 기득권을 버리겠다고 선언했다가 당내에서조차 뜬금없는 소리라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민주당은 대선 승패와 무관하게 당분간은 180석을 가진 국회 제1당의 지위를 유지할 겁니다. 마음만 먹는다면 못할 일이 없습니다. 그렇다면 직무유기를 면하는 길은 간단합니다. 뜬금없이 지금 이런 말씀 마시고 천천히, 대선 끝나고 승패에 관계없이 국민의 뜻을 물어 소신껏 추진하면 될 일입니다.

2월 25일 앵커의 시선은 '자다가 봉창을 두드리면' 이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