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째 17만명 확진, 세계 2위 ‘쇼크’… “대선일엔 37만 나올 수도”
다른 나라는 정점 찍었지만 우리는 증가세, 美·日 추월
사망 99명, 중증 512명 급증
예상보다 빠른 확산… “대선일엔 확진 37만명 나올수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17만 1,452명 발생한 23일 오전 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 고양종합운동장 부설주차장에 마련된 드라이브스루(DT) 임시선별진료소를 찾은 시민들 차량이 줄지어 검사순서를 기다리고 있다./뉴스1
코로나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확산으로 국내 하루 신규 코로나 확진자 수가 세계 2위 수준까지 급등했다. 100만명당 확진자 수는 인구가 일정 규모(1000만명 이상)인 국가들 중에선 1위다. 22일 하루 국내 확진자는 17만1452명. 역대 최다이면서 전날보다 7만명 이상 늘었다. 상승률이 72%에 달한다. 70%대 상승률은 코로나 사태 초기를 제외한 2021년 이후 가장 높다. 23일에도 오후 10시 현재 16만명을 넘어 자정까지 집계하면 또다시 17만명대 이상을 기록할 전망이다.
통계사이트 아워월드인데이터에 따르면 22일 국내 확진자 17만1452명은 독일 22만1478명 다음으로 전 세계에서 둘째로 많았다. 100만명당 확진자 수로 따지면 3342명으로 인구가 상대적으로 적은 덴마크·싱가포르 정도를 제외하면 세계 1위다. 독일(2640명)은 물론, 프랑스(1444명), 영국(606명), 일본(551명)을 훨씬 앞질렀다.
앞으로가 더 문제다. 다른 나라들은 확진자 수가 정점을 찍고 내려오고 있지만 우리는 그 반대이기 때문이다. 올 초 100만명 이상 확진자가 발생했던 미국은 이날 9만9820명까지 내려갔고, 지난달 23만명을 넘었던 영국도 4만1353명에 그쳤다. 일본은 6만9447명이다.
이런 급등세는 방역 당국 예상을 뛰어넘는 속도다. 당초 2월 23일 13만명, 3월 2일 18만명을 예측했지만 열흘가량 빠르게 현실화됐다. 국내·외 연구기관들은 이달 말에서 다음 달 초 최대 37만명 확진자가 발생하고 중증 환자는 3000명을 넘을 것으로 전망한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이날 “확진자 수만 가지고 두려움이나 공포감을 가질 이유가 전혀 없다”면서 “위중증률과 사망률도 비교적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다”고 말했지만, 중환자·사망자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22일 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코로나 중환자는 512명. 지난 18일 400명을 넘어선 후 나흘 만에 500명대로 올라섰다. 500명대는 35일 만이다. 코로나 사망자는 99명으로 전날(58명) 2배 수준이다. 박영준 방역대책본부 역학조사팀장은 “오미크론 치명률은 계절 독감과 비슷한 수준이지만 발생 규모가 크다면 비상 상황이 초래될 수 있다”고 말했다. 오미크론 중증화율과 치명률은 각각 0.38%와 0.18%. 델타의 4분의 1 수준이다.
이달 초까지만 해도 국내 인구 100만명당 하루 신규 확진자는 395명 정도로 독일·영국·러시아·프랑스·미국 등 인구 1000만명 이상 주요 국가들 중 가장 적었다. 이 나라들이 오미크론 확산으로 고전하는 동안, 우리는 상대적으로 선방하고 있었던 셈이지만 오래 가지 못했다. 이후 국내 오미크론 확산이 본격화하면서 지난 5일에는 100만명당 확진자가 미국을 넘어서고, 17일 2140명으로 독일(2564명)에 근접했다. 19일(2043명)부터는 독일(1354명)을 제치고 1위가 됐다.
이 같은 폭증세가 유행 정점 초입이라는 게 더 문제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다음 주 30만명에 도달해 1주일간 고점을 유지하다 3월 중순 이후에야 감소세로 전환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재욱 고려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확산 속도가 예상보다 빠르다”며 “2주 뒤 25만~30만명까지 나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국가수리과학연구소는 최대 확진자 규모를 다음 달 2일 23만명, 대선일인 9일에는 37만명까지 예상하고 있으며, 코로나 중환자는 3월 중순 3000명 이상까지 나올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더 큰 고민은 숨은 확진자다. 유전자증폭(PCR) 검사 체계를 고위험군 위주로 전환하면서 PCR 검사를 받지 않고 감염 상태로 통계에 잡히지 않은 사람이 많다는 지적이다. 천은미 교수는 “현재 확진자가 17만명이라고 하면 검사를 받지 않은 감염자까지 고려해 2~5배 더 숫자가 많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역학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에 실제 확진 규모는 이미 25만명 이상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재택치료 환자는 이날 52만명까지 늘었다. 재택치료를 담당하는 지역 보건소들은 대부분 업무를 중단하고 방역에 집중해야 하는 처지다. 지방자치단체들은 다른 부서 직원들까지 동원해 재택치료 공백을 메우고 있다.
경남 진주시청은 전체 공무원 1800명 중 1200여 명을 재택치료 업무에 투입한 상태다. 안간힘을 쓰지만 쏟아지는 재택치료자들을 감당하기엔 역부족이다. 재택치료 대상자들이 “보건소와 연락이 닿지 않는다” “응급 치료를 받아야 하는데 병원을 못 찾고 있다”는 등 문의와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이형민 경희의료원 응급의학과 교수(대한응급의학의사회장)는 “재택치료 환자들이 보건소와 연락이 안 돼 응급실에만 하루 100통 넘게 전화를 걸어와 간호사들이 전화 받느라 다른 일을 못 하고 있다”고 말했다. 보건소와 연락이 닿지 않아 격리 지침을 어기고 직접 응급실로 찾아오는 확진자도 있다. 박향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중앙 부처 공무원도 일선 방역 현장에 배치해 기초 역학 조사 등 지원 업무를 담당하게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방역 당국은 연일 유행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단기적으로 확진자가 지나치게 증가하면 중증 환자와 사망자도 늘어나기 때문에 위험한 요인으로 보고 있다”면서도 “중장기적으로는 오미크론이 델타보다 치명률이 상당히 낮아 일상 회복을 위한 긍정적인 요인들도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방역 당국이 확진자 13만6000명을 분석한 결과, 3차 접종 완료자에 대한 오미크론 치명률은 0.08%로 나타났다. 계절 독감 치명률인 0.05~0.1%와 비슷한 수준이다. 하지만 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경우 오미크론 치명률은 0.5%에 달했다. 특히 고위험군인 60세 이상이 백신을 접종하지 않았다면 오미크론 치명률은 5.39%까지 올라갔다. 김우주 교수는 “확진자·입원환자·중환자·사망자 등 모든 수치가 악화하고 있다”며 “델타 유행 당시 병상 부족이 문제였다면 지금은 병상뿐 아니라 의료진 확진으로 수술이 지연되는 등 업무 마비가 오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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