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러, 우크라 침공하려 가짜깃발 작전” 우크라 軍-은행, 사이버공격 받아… 폭탄테러 허위 협박에 시민들 대피 러시아인 학살 등 가짜뉴스도 횡행… 英언론 “하이브리드 전쟁 시대로”
“러시아 침공은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이미 우크라이나는 전쟁이 발발한 것처럼 큰 혼란을 겪고 있습니다.”
16일(현지 시간) 수도 키예프 공항을 통해 우크라이나를 떠난 현지 한국인들은 이렇게 말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국경에 15만 명에 달하는 병력을 집결해 전쟁 공포를 조성하다 미국이 침공 디데이로 지목한 이날을 하루 앞둔 15일 국경지역 일부 병력이 철수를 시작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곧바로 “철군 주장은 가짜(false)”라며 러시아가 오히려 병력 7000명을 증강했다고 밝혔다.
공교롭게도 러시아 국영매체들은 17, 18일 이틀 연속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 내 친러시아 반군세력 지역에 우크라이나군이 먼저 포격을 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모두 친러 반군들의 주장을 인용하는 형식이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첫 포격 주장 이후인 17일 기자들에게 “그들(러시아)이 침공 구실을 만들기 위해 가짜 깃발(false flag) 작전에 관여하고 있다고 믿을 이유가 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정부 내부에서는 러시아가 대규모 침공만 안 했을 뿐 이미 ‘하이브리드 전쟁(hybrid warfare)’이 시작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미 월스트리트저널은 전했다.
우크라이나 사태에서 보듯 “21세기는 하이브리드 전쟁의 시대”라는 게 군사 전문가들의 평가라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보도했다. 실제 15일 우크라이나 국방부와 군 웹사이트가 디도스(DDoS·분산 서비스 거부) 공격을 받았다. 우크라이나 최대 상업은행인 프리바트은행과 대형 국영은행 오샤드은행 웹사이트도 수 시간 동안 집중적인 디도스 공격을 받아 인터넷뱅킹과 전국에 설치된 현금자동입출금기(ATM)가 일제히 마비됐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러시아의 소행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13일에는 러시아 정보기관인 연방보안국이 친러시아 성향의 정치인을 포섭해 정권 교체를 노린다는 첩보 내용이 공개돼 우크라이나 정치권이 큰 혼란을 겪고 있다. 우크라이나 경찰에 따르면 1월 한 달간 가짜 폭탄테러 협박 이메일이 1000건 이상 접수됐고 수백 명이 대피하는 혼란이 수시로 발생했다. 당국은 테러 위협 이메일의 발신지가 러시아로 나타났다고 했다.
독일 dpa통신은 17일 “러시아가 침공 명분을 만들기 위해 돈바스에서 우크라이나 정부군이 러시아인을 대상으로 인종청소를 벌이고 있다는 등 가짜뉴스를 양산하고 있다”며 “우크라이나 관련 가짜뉴스가 지난해 12월에 비해 약 3배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하이브리드 전쟁(hybrid warfare)
기존 재래전에 더해 가짜 뉴스, 심리전, 사이버 공격, 정치공작 등의 수단까지 총동원해 상대국에 공포와 혼란을 일으키는 현대전을 가리킨다.
가짜 깃발(false flag)
침공을 정당화하기 위해 상대국으로부터 공격받은 것처럼 조작하는 군사 작전 또는 정치 행위를 가리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