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iting Articles

조롱과 저주의 굿판

Jimie 2022. 2. 16. 22:40
 
 
 

[신동욱 앵커의 시선] 조롱과 저주의 굿판

6,139 views
Feb 17, 2022
1.12M subscribers
 
떠돌이 노동자 찰리가 생산라인에서 쉴 새 없이 나사를 조입니다. 벨트 속도가 빨라지자 기계 속으로 빨려 들어갑니다. 톱니와 함께 돌면서 기계와 한몸이 됩니다. 찰리 채플린의 걸작 '모던 타임스'는 우스꽝스럽습니다. 하지만 슬프고 아픕니다. 기계가 지배하는 시대, 부속품으로 전락한 인간을 절묘하게 풍자합니다.

"기운을 내요. 포기해선 안 돼. 우린 잘해 나갈 수 있어"

찰리와 소녀가 희망을 말하며 길 떠나는 마지막 장면이 진한 여운을 남깁니다. 풍자란, 마음을 흔들고 가슴 깊숙이 무언가를 새기는 것입니다.

유교 고전에서도 풍자란 '보드라운 솜 속에 꽂힌 바늘'입니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겉은 부드러운 척하지만 속은 흉악하다'는 뜻으로 바뀌었지요. 풍자가 힘을 발휘하려면, 풍자하는 사람이 당하는 사람보다 도덕적, 지적으로 높은 경지에 있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은 풍자는, 악의와 증오로 가득한 독침일 뿐입니다.

"왜 그러는 거니. 뭘 꿈꾸는 거니. 바랄 걸 바라야지 대체, 정신없는 거니."

가수 안치환씨가 내놓은 신곡은 이렇게 '거니'로 끝나는 가사를 반복합니다. 거기에다 음원 표지 그림까지, 누가 봐도 윤석열 후보 부인 김건희씨를 겨냥합니다. 그러면서 마이클 잭슨처럼 얼굴을 여러 번 바꾸고 이름도 바꿨다고 노래합니다. 거짓 풍문에 고통받다 떠난 잭슨을 애꿎게 끌어들여, 선거판에 떠도는 저급한 풍문을 건드린 겁니다.

누군가의 외모는 공공연한 조롱의 대상이 될 수 없습니다. 유머도 해학도 없이 바늘처럼 찔러대기만 하는 풍자는, 그래서 전혀 아프지가 않습니다. 그가 내세우는 창작의 자유가 까발리는 건, 자신의 적나라한 민낯일 뿐입니다.

그런가 하면 장희빈이 밀짚으로 인현왕후 인형을 만들어 찔러댔다고 전해오는 저주의 굿판이 21세기 선거에 재현됐습니다. 민주당 선대위 인사가 윤 후보 인형에 저주를 퍼붓고 사지를 자르는 오살 의식을 한 겁니다. 윤 후보의 '열차 구둣발'사진이 구설에 오르자 국민의힘이 8년 전 이재명 후보 흡연 사진을 끄집어낸 것도 한심합니다. 그러고도 어제 공식 선거전의 휘슬이 울리자마자 두 당은 무속과 주술 공방에 열을 올렸습니다.

찰리 채플린은 말했습니다. "인생이란 가까이서 보면 비극, 멀리서 보면 희극" 이라고… 블랙 코미디의 천재가 인생을 꿰뚫어본 명언이지요. 웃기면서도 슬픈 것이 인생이라지만, 대통령 선거마저 음울한 블랙코미디로 흘러가는 이 시대, 그래도 어디에선가는 희망을 찾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렇지요? 우리는 잘 해 나갈 수 있겠지요?

2월 16일 앵커의 시선은 '조롱과 저주의 굿판' 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