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iting Articles

당 대신 후보만 봐달라? 李 유세 때 꼭꼭 숨은 ‘더불어민주당’

Jimie 2022. 2. 16. 16:49

당 대신 후보만 봐달라? 李 유세 때 꼭꼭 숨은 ‘더불어민주당’

입력2022.02.16. 오후 2:04
수정2022.02.16. 오후 2:47
 

 

李, 당명 가리고 ‘인물’ 강조에 집중
송영길 대표, 당명 없는 피켓 들기도
50% 넘는 정권교체 여론 의식

20대 대선 공식선거운동 첫날인 15일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가 서울 을지로입구역에서 출근길 시민을 상대로 유세를 하고 있다. 송 대표가 들고 있는 피켓을 보면 '더불어민주당' 당명을 찾아볼 수 없다. /송영길 페이스북


20대 대선 공식선거운동이 15일 시작한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통령 후보가 당명(黨名)을 최대한 드러내지 않는 캠페인을 구사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15일 부산을 시작으로 대구·대전·서울 순으로 진행된 ‘경부선 상행’ 유세에선 당 이름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50%가 넘는 높은 정권 교체 여론을 의식해 이 후보가 당이 아닌 후보 본인의 경쟁력을 강조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李 유세 속 꼭꼭 숨은 ‘더불어민주당’


20대 대선 공식선거운동 첫 날인 15일 부산 부전역에 마련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 유세 무대 모습. 이재명 후보 본인과 '경제 대통령' 같은 슬로건은 큰 글씨로 강조한 것과 달리, 당명은 오른쪽 구석에 작은 글씨로 적혀 있어 찾아보기가 힘들다. /이재명 유튜브 캡처


공식 선거운동인 첫 날 이 후보는 ▲부산 부전역 ▲대구 동성로 ▲대전 으능정이 거리 ▲서울 고속버스터미널 등 총 4곳에 설치된 무대에 올라 각 30~40분씩 즉석 연설을 했다. 이 후보는 이 자리에서 “위기를 극복하고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총사령관, 유능한 경제 대통령, 국민이 분열·증오하지 않고 화합할 수 있는 국민 통합 대통령이 되겠다”고 했다.

그런데 4곳에 마련된 유세 무대를 보면 ‘나를 위해 이재명’ ‘위기에 강한! 이재명’ ‘경제대통령’ 같은 문구들이 큰 글씨로 전면을 장식한 반면, ‘더불어민주당’ 당명은 오른쪽 귀퉁이에 박혀 거의 찾아보기가 힘들었다. 마이크를 잡은 사회자와 유세 지원을 나온 의원 일동, 지역위원회 관계자 및 선거 운동원들이 몸에 맨 플래카드 역시 ‘이재명’이라는 큰 글씨 크기에 가려 당명을 인지하기가 어려웠다. 연설에 오른 이 후보도 정장 위에 검은색 코트만을 입었는데 그가 오른 연단에는 당명 없이 ‘위기에 강한 경제대통령 1 이재명’이라는 문구만 적혀있었다.

당명을 감추고 이 후보 본인을 강조하는 이같은 선거 캠페인 경향은 15일 오전 을지로입구 앞에서 진행된 민주당 유세에서도 확인됐다. 출근길 시민을 상대로 유세를 벌인 이 자리에 참석한 송영길 대표가 든 피켓에는 이 후보 사진과 함께 기호(1번), ‘나를 위해 이재명’이란 문구만 적혀 있었다. 정치권 관계자는 “집권 여당의 이름을 찾아보기 힘든 희한한 선거”라고 했다.

與, 50% 넘는 정권 교체 여론에 李 본인 경쟁력 강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제20대 대통령 선거 공식 선거운동 시작날인 15일 오후 대전 중구 으능정이거리에서 유세를 펼치고 있다. /신현종 기자

 


이 후보 측이 이같은 선거 캠페인을 구사하는 것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50%를 넘고 있는 정권 교체 여론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후보와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오차 범위 내 박빙 승부를 벌이고 있지만, 유권자들은 문재인 정부와는 분명한 선을 긋고 있다는 경향성이 뚜렷하게 드러나고 있다. 문 정부의 대표적 실정으로 꼽히는 부동산 등을 이유로 ‘민주당 정권의 계승’ 내지는 ‘4기 민주정부 창출’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의사를 표시하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이 후보 측이 민주당보다는 성남시장과 경기도지사 행정 등으로 각인된 이 후보의 ‘실행력’에 방점을 둔 선거 캠페인을 구사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여권 관계자는 “당대당 구도보다는 인물 대 인물 구도로 가져가야 승산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했다. 이 후보는 15일 가진 4차례 연설에서 민주 정권의 계승보다는 유권자의 ‘도구’로서의 대통령이 되겠다는 점에 초점을 맞췄다. 그는 “필요하면 박정희·홍준표·유승민 정책도 가져다 쓰겠다” “국민이 증오·분열하지 않고 서로 화합할 수 있는 국민 통합 대통령이 되겠다”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발신했다.

당명을 숨긴 이 후보 측의 이같은 선거 캠페인이 주효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찬반이 엇갈리고 있다. 민주당은 LH사태로 문 정부에 대한 반대 여론이 고조됐던 지난해 4·7 재·보궐선거 때도 당명은 숨기고 후보 본인을 앞세우는 캠페인을 구사한 바 있다. 당시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였던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당명이 빠진 점퍼를 입어 정부·여당과 선을 긋는 캠페인을 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왔다.

김은중 기자 emailme@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