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대신 후보만 봐달라? 李 유세 때 꼭꼭 숨은 ‘더불어민주당’
李, 당명 가리고 ‘인물’ 강조에 집중
송영길 대표, 당명 없는 피켓 들기도
50% 넘는 정권교체 여론 의식
20대 대선 공식선거운동 첫날인 15일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가 서울 을지로입구역에서 출근길 시민을 상대로 유세를 하고 있다. 송 대표가 들고 있는 피켓을 보면 '더불어민주당' 당명을 찾아볼 수 없다. /송영길 페이스북
20대 대선 공식선거운동이 15일 시작한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통령 후보가 당명(黨名)을 최대한 드러내지 않는 캠페인을 구사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15일 부산을 시작으로 대구·대전·서울 순으로 진행된 ‘경부선 상행’ 유세에선 당 이름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50%가 넘는 높은 정권 교체 여론을 의식해 이 후보가 당이 아닌 후보 본인의 경쟁력을 강조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20대 대선 공식선거운동 첫 날인 15일 부산 부전역에 마련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 유세 무대 모습. 이재명 후보 본인과 '경제 대통령' 같은 슬로건은 큰 글씨로 강조한 것과 달리, 당명은 오른쪽 구석에 작은 글씨로 적혀 있어 찾아보기가 힘들다. /이재명 유튜브 캡처
공식 선거운동인 첫 날 이 후보는 ▲부산 부전역 ▲대구 동성로 ▲대전 으능정이 거리 ▲서울 고속버스터미널 등 총 4곳에 설치된 무대에 올라 각 30~40분씩 즉석 연설을 했다. 이 후보는 이 자리에서 “위기를 극복하고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총사령관, 유능한 경제 대통령, 국민이 분열·증오하지 않고 화합할 수 있는 국민 통합 대통령이 되겠다”고 했다.
그런데 4곳에 마련된 유세 무대를 보면 ‘나를 위해 이재명’ ‘위기에 강한! 이재명’ ‘경제대통령’ 같은 문구들이 큰 글씨로 전면을 장식한 반면, ‘더불어민주당’ 당명은 오른쪽 귀퉁이에 박혀 거의 찾아보기가 힘들었다. 마이크를 잡은 사회자와 유세 지원을 나온 의원 일동, 지역위원회 관계자 및 선거 운동원들이 몸에 맨 플래카드 역시 ‘이재명’이라는 큰 글씨 크기에 가려 당명을 인지하기가 어려웠다. 연설에 오른 이 후보도 정장 위에 검은색 코트만을 입었는데 그가 오른 연단에는 당명 없이 ‘위기에 강한 경제대통령 1 이재명’이라는 문구만 적혀있었다.
당명을 감추고 이 후보 본인을 강조하는 이같은 선거 캠페인 경향은 15일 오전 을지로입구 앞에서 진행된 민주당 유세에서도 확인됐다. 출근길 시민을 상대로 유세를 벌인 이 자리에 참석한 송영길 대표가 든 피켓에는 이 후보 사진과 함께 기호(1번), ‘나를 위해 이재명’이란 문구만 적혀 있었다. 정치권 관계자는 “집권 여당의 이름을 찾아보기 힘든 희한한 선거”라고 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제20대 대통령 선거 공식 선거운동 시작날인 15일 오후 대전 중구 으능정이거리에서 유세를 펼치고 있다. /신현종 기자
이 후보 측이 이같은 선거 캠페인을 구사하는 것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50%를 넘고 있는 정권 교체 여론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후보와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오차 범위 내 박빙 승부를 벌이고 있지만, 유권자들은 문재인 정부와는 분명한 선을 긋고 있다는 경향성이 뚜렷하게 드러나고 있다. 문 정부의 대표적 실정으로 꼽히는 부동산 등을 이유로 ‘민주당 정권의 계승’ 내지는 ‘4기 민주정부 창출’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의사를 표시하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이 후보 측이 민주당보다는 성남시장과 경기도지사 행정 등으로 각인된 이 후보의 ‘실행력’에 방점을 둔 선거 캠페인을 구사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여권 관계자는 “당대당 구도보다는 인물 대 인물 구도로 가져가야 승산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했다. 이 후보는 15일 가진 4차례 연설에서 민주 정권의 계승보다는 유권자의 ‘도구’로서의 대통령이 되겠다는 점에 초점을 맞췄다. 그는 “필요하면 박정희·홍준표·유승민 정책도 가져다 쓰겠다” “국민이 증오·분열하지 않고 서로 화합할 수 있는 국민 통합 대통령이 되겠다”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발신했다.
당명을 숨긴 이 후보 측의 이같은 선거 캠페인이 주효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찬반이 엇갈리고 있다. 민주당은 LH사태로 문 정부에 대한 반대 여론이 고조됐던 지난해 4·7 재·보궐선거 때도 당명은 숨기고 후보 본인을 앞세우는 캠페인을 구사한 바 있다. 당시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였던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당명이 빠진 점퍼를 입어 정부·여당과 선을 긋는 캠페인을 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왔다.
김은중 기자 emailm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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