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파괴할 세계 유일한 군대"…20년 갈고닦은 '푸틴의 러시아군'
- 머니투데이
- 송지유기자
- 입력2022.02.16 06:06
[머니투데이 송지유 기자] ['침공임박' 잇단 경고에 전 세계 긴장…
우크라이나 국경 3면 포위한 러시아군,
미국도 우려하는 러 군사력 관심 커져]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국경에 유도미사일을 장착한 T-72B3 전차를 배치했다. /사진=로이터
# 1991년 소련이 붕괴되던 당시 러시아군은 그야말로 무기력했다. 군사 장비는 대부분 녹슬었고, 부품을 빼돌려 팔아먹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군비가 부족해 새로운 무기 설계나 기술 개발에 대한 자금 지원은 꿈도 못 꿨다. 곳곳에서 탈영병이 속출했다.
# 2022년 러시아군은 스텔스 항공기를 탐지할 수 있는 고도의 전투력을 갖췄다. 극초음속 전략 미사일, 대공 미사일 시스템 등이 즐비하다. 훈련된 병사들은 세계에서 가장 효율적인 군대로 평가받고 있다. 젊은이들은 직업군인이 되고 싶다며 군으로 몰려들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임박했다는 경고가 잇따르면서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마주하게 될 러시아군의 전투력에 대한 국제사회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세계 최강 군사력을 자랑하는 미국의 각종 회유와 경고에도 러시아가 흔들리지 않는 배경에 든든한 군사력이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문가 의견을 인용해 "러시아군은 현재 지구상에서 미국과 나토를 파괴할 수 있는 유일한 군대"라고 전했다. 뉴욕타임스(NYT) 역시 전문가 분석을 통해 "러시아군이 현대화를 통해 위협적인 군대로 변신했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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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련의 해체, 보잘 것 없었던 '핵 보유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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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군 재건에 나서기 전 러시아군 모습. 군 장비 대부분이 낡고 녹슬었다. /사진=AFP
소련 해체 당시 러시아군은 최약체였다. 군인들에게 월급을 주지 못할 정도로 자금 사정이 좋지 않아 탈영병이 급증했다. 일부 지역에선 징병제도 포기했다. 노태우 정부에 빌려간 차관을 갚지 못해 일부를 탱크(TU-80U)·헬기(ANSAT) 등 방산물자로 상환하던 때였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만들던 방위산업체는 자금이 부족해 철도역의 열차 도착·출발 시간표를 만들어 팔 정도였다.
소련 해체 후 가장 먼저 분리독립을 추진한 체첸지역의 이슬람 분리주의 반군을 진압하는 데 무려 5년 반의 시간이 걸렸던 것도 부실한 군대 때문이었다. 당시 체첸 지역 진압에 최소 6만5000명의 군인이 필요했지만 총 140만명 러시아군 가운데 전투능력을 갖춘 병력은 5만5000명뿐이었다. 군용 양말조차 제대로 보급되지 않아 러시아 군인들은 천으로 발을 두르고 군화를 신었다.
지난 2006년 러시아 의회에 제출된 보고서에는 "1996~2000년 단 한 척의 전함도 건조하지 못했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핵 보유국이라는 타이틀에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당시 러시아군의 사정이 얼마나 어려웠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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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갈고 닦았다"…푸틴의 '러시아군 재건' 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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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사진=로이터
지난 2000년 집권을 시작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러시아군 재건을 최우선 목표로 정했다. 사단 수를 줄이고 징집병과 직업군인을 분리해 특화 훈련을 실시했다. 군 기지마다 수영장, 체육관, 장애물 코스, 사격장 등을 설치했다. 러시아 국영 금융대학의 올레그 마트비체프 교수는 "푸틴은 군인들에게 필요한 모든 것을 갖추도록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군 재건은 단기간 달성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었다. 2008년 벌어진 조지아전쟁에서 러시아군의 문제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당시 러시아 지상군은 공군과 무선 송수신이 제대로 안 됐다. 이 때문에 러시아군은 여러 대의 자국 전투기를 격추했다. 전장에서 개인 휴대전화를 사용해야 했고, 탱크와 장갑차는 줄줄이 고장 났다.
푸틴은 조지아전쟁 이후 대대적인 군 개혁에 나섰다. 후임병 가혹행위로 악명 높았던 러시아군은 2008년 징병제에서 징병·모병 혼합형으로 전환했다. 직업 군인들에게 합리적인 급여를 주고 복지혜택을 강화했다. 일반 사병의 징집기간은 2년에서 1년으로 줄였다. 공수군·전략미사일군 등 병력은 모병으로만 충당해 전문성을 높였다. 이 결과 50%에 달했던 러시아군의 징집병사 비율은 30%로 낮아졌다.
특히 러시아 공수부대(VDV) 병력은 세계 최대 규모라는 평가다. 지난달 러시아 공수부대는 카자흐스탄에 투입돼 10일 만에 친러 정권을 지켜내고 철수했다. 민간 싱크탱크인 전략기술분석센터의 군사전문가 미하일 바라바노프는 "대규모 지상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지상군은 러시아군의 핵심"이라며 "러시아 지상군은 매우 숙련됐으며 미국과 나토를 파괴할 능력을 가진 유일한 군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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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미사일·항공우주 첨단기술 개발 몰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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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부터는 핵미사일 성능 개선과 항공우주기술 개발에 몰두했다. 때마침 유가가 올라 에너지 수출국 러시아의 국고가 늘자 푸틴은 재정 여유분을 모두 국방비로 돌렸다. 2018년엔 극초음속 대륙간탄도미사일인 '아방가르드'를 선보이며 "미국의 방어를 뚫을 수 있다"고 단언하기도 했다.
전략 미사일 운반 폭격기(Tu-95MS), 탄도미사일로 무장한 잠수함, 대공 미사일 시스템(S-400) 등도 실전 배치했다. 특히 S-400은 최신 스텔스 항공기를 탐지하고 400㎞ 거리에 떨어진 목표물도 요격 가능하다. 러시아 국방부는 지난해 러시아군에 5000개 이상 신형 무기, 군용 및 특수 하드웨어를 추가 배치했다고 밝혔다. 로켓 운반선과 미사일 요격 시스템 외에 900대의 장갑차와 수십 척의 공군 및 해군 함정이 포함됐다.
현재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국경에 유도미사일을 장착한 T-72B3 전차를, 흑해의 수상함과 잠수함에는 최대 사거리 2500㎞의 칼리브르 순항미사일을, 국경지대엔 회피기동으로 유명한 이스칸데르-M 미사일을 각각 배치, 전 세계에 힘을 과시하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최첨단 무기들을 국경에 세워놓고 명령만 떨어지면 바로 공격할 수 있도록 준비를 마친 상태다. 대부분 전문가들이 "우크라이나군이 서방으로부터 받은 무기로 무장했다고 해도 러시아군의 총공세를 견뎌낼 수 없다"고 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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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에 뒤져도 우크라 침공은 충분한 전투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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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개국의 국방 관련 정보를 추적하는 통계기반 웹사이트 글로벌파이어파워(GFP)에 따르면 러시아는 현재 극초음속미사일 경쟁에서 미국에 앞선 것으로 평가된다. 탱크·로켓 발사기·자주포·견인포 등 보유량도 세계 1위다.
전체 군사력을 평가하는 GFP 화력지수 순위에선 미국이 세계 1위이고, 러시아는 2위다. 경쟁력이 뛰어난 지상군과 달리 러시아의 공군과 해군은 미군과 중국군에 훨씬 못 미친다는 분석이다.
국방 예산 규모도 현저히 떨어진다. 세계은행 자료에 따르면 2020년 기준 러시아는 620억달러(74조원)를 국방비로 지출했다. 이는 미국 7780억달러(993조원)의 12분의 1, 중국 2523억달러(303조원)의 4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지난해 러시아의 국방비는 연방예산의 14.5%, 국내총생산(GDP)의 3% 수준이다. 미국이 연방예산의 11%, GDP의 3.2%를 국방비로 쓴 것과 비슷하다. 하지만 러시아의 재정이나 소득이 낮아 절대 금액에서 미국과 큰 차이가 벌어지는 것이다. 지난해 러시아 GDP는 국제통화기금(IMF) 명목금액 기준 1조6457달러로 세계 11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러시아군의 위력은 매우 위협적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러시아는 대규모 지상군 배치 없이도 우크라이나 정규군에 상당한 피해를 입힐 것이라고 WSJ는 봤다. 러시아가 미국처럼 한 건물의 오른쪽 창문을 파괴할 정도의 정밀 타격 기술은 없어도, 건물 전체를 날릴 정도의 공격력은 충분하다는 해석도 있다.
송지유 기자 cli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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