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iting Articles

‘D데이’ 하루 앞두고 러軍 일부 철군... 우크라 사태 변곡점 맞나

Jimie 2022. 2. 16. 06:23

‘D데이’ 하루 앞두고 러軍 일부 철군... 우크라 사태 변곡점 맞나

입력 2022.02.15 22:56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일로 지목한 16일을 하루 앞두고, 러시아가 돌연 “외교 협상을 지속하겠다”며 일부 병력 철수에 나서면서 우크라이나 정세가 변곡점을 맞고 있다.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의 동·남·북 3면을 13만명의 대규모 병력과 첨단 무기로 포위한 상황에서 이 같은 발표가 나오자 미국과 러시아 간 극적인 막후 타협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15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와 인접한 러시아 남부 역에서 훈련을 마친 탱크가 주둔지로 복귀하기 위해 열차에 실리고 있다. 러시아 국방부 대변인은 남부군관구와 서부군관구 소속 부대들이 훈련을 마치고 이날부터 주둔지로 복귀할 것이라고 밝혔다./AP 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각)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가진 뒤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 접경지대에 주둔하던 러시아 병력의) 일부 철군 결졍이 내려졌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긴장을 완화하기 위해 유럽 안보에 대해 서방과 더 협력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도 말했다.숄츠 총리는 “(러시아의 부분 철군 결정은) 좋은 징조”라고 했다. 푸틴의 발언에 앞서 러시아 국방부도 이날 대변인 성명을 통해 우크라이나 접경 주둔 병력의 일부가 본래 주둔지로 복귀한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그동안 우크라이나 접경 지역의 자국 병력 집결을 “예정된 군사훈련의 일환”이라고 주장해 왔다.

 

 
15일 러시아 국방부와 러시아 언론이 공개한 "Allied Resolve 훈련에서 군대의 철수" 영상에서 크림 반도 점령지인 크림반도 바흐치사라이에서 전차를 열차에 실은 모습이 공개되었다.크림반도 바흐치사라이에는 러시아군 여단급 부대가 배치되어있는 것으로 알려졌다./@Liveuamap

 

러시아의 이러한 조치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전날 “서방(미국)과의 외교적 협상을 지속하겠다”고 결정한 데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타스 통신은 “푸틴 대통령이 14일 외교적 협상의 성공 가능성을 따졌고, 라브로프 장관이 ‘가능성이 여전히 있으며 협상 계속을 제안한다’고 답하자 푸틴 대통령도 ‘좋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때마침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이날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은 꿈 같은 일”이라며 나토 가입 포기 가능성을 시사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불가는 러시아 안보 보장 요구의 핵심 내용이다. 러시아 입장에선 물러날 ‘명분’을 찾을 가능성이 엿보인 것이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여전한 불확실성이 있지만, 이번 사태의 분위기가 변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러시아군의 주력은 그러나 여전히 우크라이나 주변에 머물러 있는 상태다. 우크라이나 국가안보위원회와 미국 월스트리트저널 등에 따르면 러시아군은 14일까지 친러 반군이 장악한 동부 돈바스 지역 국경에 7만명, 북동부 공업 지역 하르키우 쪽 국경에 3만명의 병력을 두고 있다. 또 벨라루스군과 합동훈련 중인 우크라이나 북부 벨라루스 접경 지역에도 역시 3만명을 배치해 총 13만명의 대군으로 우크라이나를 둘러쌌다. 흑해에도 6대의 상륙함과 30여 척의 군함과 잠수함을 집결시켜 해상 훈련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이날 푸틴의 유화적 제스처로 현재의 군사적 긴장감이 누그러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그간 우크라이나에서는 우리 교민을 비롯한 외국인의 ‘엑소더스(탈출)’이 본격화하고 있었다. 미국은 키예프의 주우크라이나 대사관을 임시 폐쇄하고, 남아 있던 인력을 리비우로 보내 임시 대사관을 마련했다. 한국 교민들은 전날에 이어 15일에도 수도 키예프에서 출발하는 전세 버스로 우크라이나 서부 접경 도시 리비우까지 이동, 이곳에서 약 50㎞ 떨어진 폴란드로 넘어갔다. 항공편을 이용한 개별 철수도 이어지면서, 잔류 교민 340여 명 중 대부분이 이번 주 중 우크라이나를 떠날 예정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 포스코인터내셔널, 한국타이어 등 우크라이나에 지사를 둔 국내 기업 주재원들도 폴란드와 독일 등으로 몸을 피했다.

 

폴란드와 우크라이나 국경에는 14일 우리나라 외에도 미국과 영국, 네덜란드 등 여러 나라 시민들이 몰리며 교통 정체 현상도 벌어졌다. 육로로 폴란드로 입국한 한 현지 주재원은 “폴란드 바르샤바행 도로가 이어지는 코르초바 검문소에 1000여 대의 차량이 몰리면서 빠져나오는 데만 한 시간 이상이 걸렸다”고 전했다. 미국에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를 침공 이후 중국도 대만을 노릴 수 있다”며 “미국이 동시에 러시아·중국과 싸우는 ‘양면 전쟁’을 맞을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미국 CNN은 1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중국이 대만에 ‘대담한 행동’을 하도록 자극할 수 있으며, 이는 미국을 훨씬 더 심각한 전쟁으로 끌어들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은 이러한 우려에 대비해 우군(友軍)을 늘리며 대러시아 전선을 일본과 한국 등 아시아 동맹국으로 확대해 나가고 있다. 일본은 유사시 러시아에 대한 독자 제재 방안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14일 자민당 간부회의에 참석해 “미국, 유럽 주요국과 함께 러시아 제재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조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시다 총리는 이날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및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전화 통화하고 우크라이나 상황 등도 논의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러시아 주요 정부 요인의 자산 동결, 일본 대형 은행과 거래 및 여행 제한 등이 검토 대상”이라고 전했다.

 

한국의 경우 러시아 제재보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직접 지원에 무게가 실렸다. 미 국방부는 14일 브리핑을 통해 ”우크라이나 정부는 한국의 지원을 환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경제적 지원에 나설 것을 사실상 요청한 발언이다. 존 커비 미 국방부 대변인은 다만 “많은 동맹국이 우크라이나를 지원할 방법을 찾고 있지만, 이는 각국이 스스로 내려야 하는 주권적 결정”이라며 “(지원 여부와 관련해) 한국 정부를 앞서가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우리 국방부는 이에 대해 15일 정례 브리핑을 통해 “우크라이나 상황과 관련해 지원 요청이 오면, 재외국민 이송 등에 적극 협조할 예정”이라며 “프랑스 등 관련 국가와 정보를 공유하며 지속적인 협력 체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지 파병 등 미국이 요청한 직접적인 군사 지원은 아직 고려하지 않는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국방부 당국자는 우리 군의 우크라이나 파병 여부와 관련, “청와대와 정치권이 결단할 문제”라고 했다.

 

한편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15일 “(러시아 침공일로 지목된) 16일을 ‘국민 대통합의 날’로 지정하겠다”고 발표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이날 전국 각지에서 대규모 대중 집회를 열어 러시아에 대한 국민의 항전(抗戰) 의지를 과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