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겨울올림픽]한국, 베이징올림픽 첫 금메달
석연찮은 판정으로 마음고생을 했던 남자 쇼트트랙의 간판 황대헌(23·강원도청)이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에서 한국 대표팀에 첫 번째 금메달을 안겼다. 황대헌은 9일 중국 베이징 서우두 실내경기장에서 열린 쇼트트랙 남자 1500m 결선에서 2분9초219로 결승선을 통과하면서 스티븐 뒤부아(25·캐나다)를 0.035초 차로 제치고 극적으로 금메달을 차지했다. 이로써 2018년 평창 대회 500m에서 은메달을 땄던 황대헌은 2개 대회 연속 올림픽 메달을 목에 걸었다. 황대헌은 이날 금메달 획득으로 7일 남자 1000m 준결선에서 편파 판정으로 탈락한 아픔을 씻어냈다. 이번 대회 쇼트트랙 판정 논란을 의식한 듯 황대헌이 금메달을 확정하자 다른 나라 선수들도 모두 황대헌을 찾아 축하 인사를 건넸다.
역대 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500m 역사상 가장 많은 10명이 이날 결선에 올랐지만 중국 선수는 한 명도 들어 있지 않은 것도 황대헌이 금메달을 따는 데 도움을 줬다. 1000m 금메달리스트 런쯔웨이(25)는 준결선 3조에서 팔로 상대 선수를 미는 반칙을 저질러 실격됐다.
황대헌의 금메달로 쇼트트랙 남자 1500m는 대표 효자 종목 지위를 더욱 굳히게 됐다. 한국은 지금까지 이 종목 올림픽 금메달 6개 가운데 4개를 차지했다. 황대헌의 금메달은 한국이 올림픽 쇼트트랙에서 따낸 25번째 금메달이기도 하다.
황대헌과 함께 이날 결선에 오른 이준서(22·한국체대)는 5위, 박장혁(24·스포츠토토)은 7위를 했다. 3000m 계주 3연패를 노리는 한국 여자대표팀도 준결선 2조 2위로 결선에 진출했다. 한국 여자대표팀은 13일 금메달에 도전한다.
쇼트트랙 남자 1500m ‘깔끔한 金’… 1000m 석연찮은 실격 의식한듯
준준결선부터 ‘열중쉬어’ 자세 유지… 9바퀴 남기고 1위 ‘클린 질주’
결승선 통과한 뒤 두 주먹 불끈… 中 1000m 金 런쯔웨이 실격 판정
韓선수단 IOC 항의 영향 미친듯… 여자 3000m 계주 결선행
실수, 석연찮은 판정. 이번 대회에서만 두 번 울었다. 하지만 세 번 실패는 없었다.
한국 남자 쇼트트랙의 에이스 황대헌(23·강원도청)이 9일 중국 베이징 서우두 실내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500m에서 2분9초219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번 대회 첫 출전 종목인 혼성계주(5일)에서 예선 탈락, 남자 1000m(7일) 준결선에서 심판의 석연찮은 판정으로 1등으로 결승선을 통과하고도 실격당한 그는 세 번째 도전 만에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섰다. 자신의 첫 올림픽 금메달이다.
이틀 전 추월 과정에서 뒤늦게 레인을 변경했다는 이유로 실격을 당한 황대헌은 이를 의식한 듯 준준결선부터 손동작을 자제하는 모습이었다. 직선코스에서 다른 선수들과 불가피한 신체 접촉이 생길 때도 소위 ‘열중쉬어’ 자세를 유지했다. 이날 경기를 앞두고 미국프로농구(NBA)의 마이클 조던의 명언인 ‘장애물을 마주했다고 반드시 멈춰서야 하는 건 아니다. 벽에 부딪힌다고 돌아서거나 포기하지 말라. 어떻게 벽을 오를지 뚫고 나갈지 또는 돌아갈지 생각하라’는 글을 올리며 투지를 불태운 그는 빙판을 휘저었다.
황대헌의 레이스는 마치 ‘물 위에 떠있는 오리’ 같았다. 코너링 동작 때를 제외하고 손동작이 전반적으로 크지 않았다. 하지만 하체의 사용은 터보 같았다. 준결선에서는 레이스 중반 아웃코스로 한꺼번에 4명을 제치며 1위로 올라섰다. 한번 1위에 올라선 뒤 계속 뒷심을 내며 경쟁자들과의 격차를 벌렸다. 결승선 부근에서 생길지 모를 불미스러운 일까지 차단하겠다는 포석이었다. 결승선을 통과한 뒤에도 손동작을 자제해온 황대헌은 ‘결선’ 결승선을 가장 먼저 통과한 뒤에야 두 주먹을 불끈 쥔 뒤 박수를 탁탁 치며 팔을 마음껏 휘둘렀다.
초등학교 1학년이던 2006년부터 황대헌의 꿈은 ‘숏(쇼트)트랙 국가대표’였다. 다섯 살 때 처음 빙상장에 놀러 간 뒤 스케이트에 푹 빠진 그는 3년 뒤 자신의 진로를 못 박았다.
국가대표의 꿈은 10년 만에 이뤄졌다. 주니어 무대에서 두각을 드러내던 그는 2016∼2017시즌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컵 시리즈를 앞두고 태극마크를 달았다. 미국 솔트레이크시티에서 열린 2차 월드컵 대회 1000m 준준결선에서 세계기록을 세웠고, 6차 월드컵 대회에서 성인 국제무대 첫 금메달을 획득했다. 2018년 평창 올림픽 당시 많은 기대에도 불구하고 은메달 1개(남자 500m)에 그쳤지만 결국 4년 뒤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남자 1000m 판정 논란 이후 대한체육회 차원에서 ISU,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강력하게 항의한 것도 이날 경기에 영향을 미친 듯했다. 이날 중국 선수 3명이 1500m에 나섰지만 준준결선을 통과한 선수는 1000m 금메달리스트 런쯔웨이(25)뿐이었다. 준결선에서 런쯔웨이도 손을 썼다는 이유로 실격 판정을 받았다.
황대헌의 금메달로 한국 쇼트트랙은 남자 1500m 종목 최강자임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2002 솔트레이크시티 올림픽 이후 6번 치러진 1500m에서 한국은 4번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1000m에서 황대헌과 함께 편파 판정의 고배를 마신 이준서(22·한국체대)는 5위(2분9초63)에 올랐다. 같은 날 준준결선에서 중국 선수의 스케이트 날에 왼손을 크게 베이는 부상을 당했던 박장혁(24·스포츠토토)도 부상 투혼을 발휘하며 결선까지 올라 7위(2분10초19)를 기록했다. 두 선수는 경기가 끝난 뒤 황대헌을 안아주며 축하해줬다. 은메달은 캐나다의 스티븐 뒤부아(25), 동메달은 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의 세묜 옐리스트라토프(32)에게 돌아갔다.
여자 3000m 계주 팀은 올림픽 3연패를 위한 기분 좋은 첫걸음을 뗐다. 한국은 여자 3000m 계주 준결선 2조에서 2위로 통과하며 결선에 진출했다. 3000m 계주 결선은 13일 열린다. 앞서 열린 여자 1000m에서는 최민정(24·성남시청), 이유빈(21·연세대)이 예선을 통과해 준준결선에 진출했다.
베이징=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
베이징=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넘버쓰리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