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2일 징계위 한 뒤 10일 감찰위 열겠다는 '秋 절차파괴'
[중앙일보] 입력 2020.11.26 14:53 수정 2020.11.26 15:10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중앙포토]
헌정 사상 초유의 현직 검찰총장 직무배제 사태가 벌어진 가운데 법무부 외부감찰위원회(감찰위)가 오는 12월 10일 개최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헌정 사상 초유의 현직 검찰총장 직무배제 사태가 벌어진 가운데 법무부 외부감찰위원회(감찰위)가 오는 12월 10일 개최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감찰위원 다수의 거센 반발로 조기 소집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감찰위 개최 규정이 위원 동의 없이 기습적으로 ‘선택사항’으로 변경된데다, 검사징계위원회(징계위) 이후 감찰위가 예정돼 사실상 ‘구색 맞추기에 불과하다’는 내부 비판이 잇따르는 탓이다.
감찰위 조기 소집 될까
당초 감찰위는 오는 27일이 예정일이었다. 그러나 이주 초 법무부가 신종코로나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이유로 들어 내달 10일로 연기됐다고 한다. 내달 2일 윤 총장에 대한 검사 징계위원회(징계위) 이후로 날짜가 잡힌 것이다.
위원들 사이에서는 조기 소집 요구가 나오고 있다. 현재 9명의 외부 감찰위원을 포함한 13여명의 감찰위원중 3명 이상이 감찰위가 조속히 열려야 한다는 의견을 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감찰위원 3분의1 이상의 요청이 있는 경우 임시회의가 개최될 수 있다. 그러나 법무부에서 우편 접수를 거론하는 등 극히 까다로운 조건을 언급했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감찰위에는 류혁 법무부 감찰관과 박은정 감찰담당관도 속해있다.
‘전례 없는 직무배제’에 ‘유명무실 감찰위’비판
이에 내부에서도 ‘노무현 정부 때 만들어진 감찰위가 이제 껍데기만 남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징계 여부와 그 수위를 결정할 징계위(내달 2일) 이후에 감찰위가 예정돼있기 때문이다. 징계위가 심의를 열고 감봉 이상의 징계를 의결하고,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이를 문재인 대통령에게 제청하면 징계가 결정된다.
이에 대해 복수의 감찰위원들은 “절차에 문제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통상 감찰위에서 구체적 징계 수위가 정해져왔다는 것이다. 아직 제대로 소명되지 않은 감찰 사유를 세세하게 외부에 알리고, 징계와 직무 집행 정지가 동시에 단행된 경우 역시 지극히 이례적이라고 한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 기자실에서 윤석열 검찰총장 감찰결과와 관련해 징계 청구 및 직무 배제의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앞서 추 장관은 지난 24일 윤 총장에 대한 법무부 감찰 결과 ▶언론사 사주와의 부적절한 접촉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건 등 주요 사건 재판부에 대한 불법사찰 사실 ▶채널A 사건 및 한명숙 전 국무총리 사건의 감찰 방해 ▶채널A 사건 감찰 관련 정보 외부 유출 ▶정치적 중립에 관한 위엄과 신망 손상 ▶대면조사 과정에서 협조 의무 위반 및 감찰 방해 등 6개 비위 혐의를 구체적으로 언급하면서 직무배제를 명령했다고 말했다.
한 위원은 “총장의 징계 청구권자가 법무부 장관인 것은 명백하다”면서도 “검찰총책임자에 대한 위중한 사안인 만큼, 절차에 조금도 흠결이 없게 하는 것이 맞다”고 지적했다. 특히 감찰 사유는 개인의 명예와 맞물려 있기 때문에, 감찰위에서도 보안을 유지하는데 장관이 먼저 외부로 알린 것이 섣부르다는 비판도 나온다. 또 다른 위원도 “어느 조직에서건 근로자들에 대한 직무배제를 이런 식으로 하지는 않는다”고 꼬집었다.
기습 조항 변경, 위원들도 몰랐다
이와 함께 법무부가 중요 사건에 대해 반드시 외부 감찰위원회의 자문을 받도록 한 감찰규정을 선택 조항으로 변경할 당시 위원들과 전혀 상의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조항 변경 시점은 윤석열 검찰총장의 징계 청구와 직무배제를 앞둔 시기였다.
개정 전 제4조는 ‘법무부 감찰위원회 규정에 따라 중요사항 감찰에 대해 법무부 감찰위원회의 자문을 받아야 한다’고 돼 있었다. 그러나 법무부는 이달 초 이를 ‘법무부 감찰위원회 규정에 따라 중요사항 감찰에 대해 법무부 감찰위원회의 자문을 받을 수 있다’로 변경했다.
윤석열 검찰총장 [뉴스1]
이에 따라 윤 총장에 대한 징계 청구 및 직무 집행 정지 결정도 감찰위를 거치지 않은 채 법무부에서 단독으로 결정됐다. 현재 위원 9명으로 구성돼있는 감찰위는 학계 등 외부 인사가 3분의 2 이상이다. 이에 법무부‧검찰 등 내부 논리에서 자유롭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를 놓고 한 위원은 “위원회 자문 의무 규정을 임의 규정으로 바꾸면서 당사자인 위원들한테 일언반구도 없이 기습 개정하는게 말이 되는 일인가”라며 “말도 안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성토했다.
결국 감찰위를 건너뛰고 윤 총장 직무배제 결정이 나온 것을 놓고 한 위원은 “이러려면 없애는 것이 낫다”고 쓴소리를 했다. 다른 관계자도 “감찰 강화의 대의에는 동의한다”면서 “그러나 ‘감찰 강화’라는 실질을 강화할 때조차 감찰의 형식과 절차를 준수했을 때만이 진정한 의미가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수민 기자 kim.sumin2@joongang.o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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