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겁하고 무책임한 文편지” 北 피살 공무원 유족, 내일 반납한다
지난 2020년 10월 문재인 대통령이 서해 피살 공무원 아들에게 보낸 편지/서해 피살 공무원 유족 법률대리인 제공
지난 2020년 서해상에서 북한군에 피살된 공무원의 아들 이모(19)군이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받은 편지를 반납하겠다고 17일 밝혔다. 이군은 직접 작성한 입장문에서 “문 대통령이 편지로 ‘(피살 당시의) 진실을 밝혀내겠다’고 약속했지만 (이 약속은) 여태껏 지켜지지 않았고, 오히려 유족들의 정보 공개 요구를 묵살하고 있다”고 했다.
서해 피살 공무원 이모(당시 47세)씨 유족은 오는 18일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문 대통령으로부터 받은 편지를 반납하겠다고 이날 밝혔다. 이 편지는 이씨가 월북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해양경찰청의 발표에 대해 이씨 유족이 반발하자 문 대통령이 지난 2020년 10월 이군에게 보낸 것이다. 편지에서 문 대통령은 “아버지를 잃은 아들의 심정을 이해한다”며 “내가 직접 챙기겠다”고 했다.
유족 측은 문 대통령의 약속이 ‘공염불’에 그치고 있다는 입장이다. 이씨의 아내 권모(43)씨는 “청와대에서 연락은커녕 우리가 찾아가겠다고 해도 묵묵부답이었다”고 했다. 작년 11월 서울행정법원 1심에서 청와대 국가안보실에 피살 당시 보고·지시 사항을 유족 측에 공개하라는 판결이 나왔지만, 청와대 측이 항소하면서 공개가 미뤄졌다.
이군은 이날 공개한 입장문에서 “정부에서 사망했다는 사람이 아버지인지도 알지 못한 채 1년 4개월이 지났다”며 “견디기 힘든 시간이었지만 대통령님의 약속이 유일한 희망이었다”고 했다.
이어 “하지만 대통령님의 편지는 그 당시 비판적인 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면피용에 불과했고, 주적인 북한에 의해 아버지를 잃은 고등학생을 상대로 한 거짓말 일 뿐이었다”며 “힘 없고 억울한 국민을 상대로 항소하는 행동이 그것을 증명한다”고 말했다.
이군은 “무엇이 두려워 법 위에 군림하려는 것이냐”며 “제 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것들이 왜 국가기밀이며, 대통령 기록물로 저장되어야 하는지, 감추려는 이유가 무엇인지 제 의구심은 더 커질 수 밖에 없다”고 했다.
이군은 “저는 이제 대통령께 기대하는 것이 없다. 그래서 무책임하고 비겁했던 그 약속의 편지도 더는 제게 필요가 없다”며 문 대통령에게 편지를 돌려주겠다고 했다. 이군은 “기억조차 못하시겠지만 어떤 약속을 하셨는지 다시 한번 읽어보시고 제 분노를 기억하시길 바란다”고 했다.
이씨 유족 측은 18일 편지를 반납하고, 1심 법원이 공개를 명령한 청와대 국가안보실 자료를 요구하기 위해 청와대를 방문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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