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10분전 푹꺼진 바닥...거푸집서 ‘딱’ 소리나며 붕괴 시작됐다
전문가들 “이때만 피했어도 실종사태 없었을 것”
광주광역시 화정동 현대아이파크 신축 아파트 붕괴사고 10여분 전 옥상 공사 상황이 찍힌 영상이 공개됐다. 영상 속 아파트 옥상 바닥은 콘크리트를 부어놓고 양생(보호·관리하며 굳기를 기다림)하는 상황이었는데, 이미 바닥 한가운데가 아래로 움푹 내려앉은 상황에서 ‘딱’ 소리와 함께 반죽 상태의 콘크리트가 거푸집 주위에서 배수구로 흘러내리듯 아래로 새어나가는 모습까지 포착됐다. 콘크리트 하중을 받치던 구조물이 부러지는 소리로 추정됐다.
전문가들은 “매뉴얼대로 했다면 있을 수 없는 일로, 콘크리트를 아래에서 받치는 구조물에 부실 시공이 있었던 걸로 보인다”며 “이 때에만 대피했어도 인명피해는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13일, 사고 당시 현장에 레미콘 트럭을 임대한 업체 측은 사고 직전 상황이 찍힌 40초와 1분 32초 분량의 동영상 2개를 언론에 공개했다. 이 업체 측에 따르면 해당 영상은 사고가 발생한 지난 11일 오후 3시 46분보다, 10여분 앞선 3시 35분 전후에 현장 작업자가 찍은 영상이다. 현장 상황을 관리자에게 전달하기 위해 찍은 것으로 추정된다.
영상 속에서는 또 벽면에 설치된 천막이 바람에 나부끼는 소리와 철 구조물의 삐걱거리는 소리, 작업자들이 “아이~”라며 짜증 섞인 탄식을 내뱉는 소리 등이 담겼다. 외국인 작업자로 추정되는 이들의 말소리도 섞여 있다.
영상에는 눈발이 흩날리고 바람이 부는 날씨에 작업자들이 최상층 39층 바닥에 설치된 거푸집에 콘크리트를 타설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장면이 찍혀 있다. 옥상 바닥을 만들기 위해 타설된 콘크리트는 이미 가운데 부분이 움푹 꺼져, 가장자리보다 낮아보였다. 전문가들은 “모든 바닥은 수평이 맞아야하는데 이미 시공에 문제가 생긴 것”이라고 했다.
시공 15년 경력의 대형 건설사 현장 관리자는 “지금껏 아파트를 수백동 지으면서 한번도 보지 못한 현상이자, 있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그는 “매뉴얼대로라면 바닥 전체가 수평이 맞아야 하는데, 가운데가 꺼진 것은 아래로 콘크리트가 흘러 내리고 있다는 의미”라며 “공사때 콘크리트가 굳을 때까지 그 무게를 받쳐줘야할 아래쪽 구조물에서 받침판 개수를 임의로 줄였거나, 판을 서로 연결하는 부위가 제대로 체결이 안 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그러다가 거푸집이 딱 소리와 함께 부러지고, 그 주위의 콘크리트가 마치 배수구로 물이 내려가듯 아래로 빠져나가는 장면도 포착됐다.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붕괴의 결정적 순간’이라고 해석했다. 또 다른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가운데가 내려앉아 반죽 상태의 콘크리트가 그 지점으로 몰리고, 그 무게를 견디지 못해 콘크리트 무게를 받치는 구조물 무언가가 부러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 현장 모든 근로자에 대해 대피 명령이 내려지지 않은 점을 이해할 수 없다”며 “옥상 바닥을 이루는 반죽 상태의 콘크리트가 아래로 쏟아지고, 그 무게를 견디지 못한 아래층 바닥이 연쇄적으로 부서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골조타설업체 관계자는 “아파트는 벽체가 천장의 무게를 받치도록 설계되는데, 영상의 ‘딱’ 소리는 벽체를 감싼 거푸집이 터지면서 나온 소리로, 당연히 벽체도 함께 무너졌을 것”이라며 “지금까지 언론에 나온 다른 원인이 다 없었다고 치더라도, 영상 속 상황이 벌어진 순간, 이미 붕괴는 피할 수 없는 운명이었다. 저 장면이 ‘스모킹건’”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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