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인국공 사장 “대통령과 싸우겠다”
해임된 구본환 사장, 1심 승소후 복귀… ‘한지붕 두 사장’ 체제로
지금 인천국제공항공사는 ‘한 지붕 두 사장’ 체제다. 구본환(61) 전 사장이 지난해 9월 해임됐다가 재판에서 이겨 사장 자리에 복귀했기 때문이다. 구 전 사장 해임 이후 김경욱 현 사장이 지난 2월 취임해 재직 중이다. 구 사장은 23일 기자간담회에서 “나는 대통령과 싸우는 것이지 경영진이나 김 사장(김경욱 현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과 싸우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구 사장은 이날 인천공항공사에 업무를 나눠 달라고 요구했다. 재판에서 이겨 형식적으론 사장 지위를 회복했지만 아직 아무런 일을 맡지는 못하고 있다. 구 사장은 “인천공항공사로부터 봉급과 외부 사무실과 차량 등을 지원 받지만 사실은 ‘식물 CEO’”라면서 “출입증도 없고, 인트라넷에 접근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 항공교통정책실장을 지낸 구 사장은 2019년 4월 3년 임기로 인천공항공사 사장에 취임했다. 원래 임기는 2022년 4월까지였다. 지난해 인천공항공사 보안검색원 1902명을 정규직화하라는 정부 방침을 대변하며 총대를 메고 진행하다 갑자기 해임됐다. 당시 인천공항공사는 보안검색원을 자회사 정규직 등으로 정규직화하는 방안을 추진하다가, 갑자기 “보안검색원 신분을 청원경찰로 바꿔 직접 고용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공사의 다른 정규직 직원들이 반발하면서 문제가 커졌다. 이른바 ‘인국공 사태’다.
이후 구 사장은 ‘태풍 때 비상 대비 태세를 소홀히 했다’ ‘공사 직원을 부당 직위 해제했다’ 등 이유로 해임됐다. 공사 안팎에서 ‘사실상 인국공 사태 책임을 지고 경질됐다’는 말이 돌았다.
이에 대해 구 사장은 “(당시) 청와대 고용노동비서관실에서 갑작스럽게 ‘5일 뒤 보안검색원을 청원경찰로 직고용하는 방안을 발표하라’고 하기에 ‘큰일 날 소리다. 좀 더 시간을 갖고 검토할 기일을 달라’고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인국공 사태’에서 나를 희생양으로 삼고 꼬리 자르기를 했다”며 “모든 누명을 뒤집어쓴 셈이다. 명예를 회복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그는 “정부의 지시를 따랐을 뿐”이라면서 “이 사태에 대해 직접적인 책임을 질 것은 없다”고 했다.
구 사장은 이후 서울행정법원에 해임처분 집행정지신청을 냈고 7일 법원이 이를 인용하면서 8일부터 사장으로 복귀, 지금까지 출근하고 있다.
그는 김현미 당시 국토부장관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높였다. “무리하게 인국공 사태를 밀어붙인 게 당시 김 장관”이라며 “영장도 없이 국토부 직원을 시켜 사택을 탈탈 털었다. 김 전 장관 정도는 저에게 사과하셔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국토부 2차관이 ‘장관님의 뜻’이라며 당장 나가라기에 거부했더니, 감사 결과를 가지고 해임 처리했다”고 했다.
공사 경영진과 노조는 구 사장 복귀를 반기지 않는 분위기다. 경영진은 “현 김경욱 사장을 중심으로 차질 없이 공항 운영 및 공사 경영을 해나갈 것을 분명히 한다”는 건의문을 냈다. 인국공 노조도 성명을 내고 “일방적인 정규직 전환 추진으로 대한민국을 혼란에 빠뜨린 것도 모자라 노동조합을 고소하는 등 비상식적 경영을 했다”며 “출근을 안 하는 것이 공항 조직을 위한 마지막 보은”이라고 했다.
1심은 끝났지만 문 대통령 측이 항소한 상태라 2심 결과는 구 사장 임기 종료(2022년 4월) 이후 나올 것으로 보인다. 인천공항공사처럼 정부 산하 기관 중 소송으로 사장이 2명이 된 사례는 이 정부 들어 두 번째다. 역시 국토교통부 산하 한국국토정보공사(LX)에서도 최창학 전 사장이 문 대통령을 상대로 낸 해임처분 취소소송에서 이겨 올 초 복직했다. 그는 7월 임기까지 김정렬 사장과 함께 업무를 수행하다 퇴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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