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iting Articles

세줄짜리 부고만 떴다…비운의 北2인자, 김일성 동생 김영주

Jimie 2021. 12. 15. 16:37

세줄짜리 부고만 떴다…비운의 北2인자, 김일성 동생 김영주

중앙일보

입력 2021.12.15 15:02

업데이트 2021.12.15 15:22

김일성(1994년 7월 사망) 주석의 남동생이자 한 때 북한 정권의 2인자였던 김영주 전 노동당 조직지도부장이 사망했다고 북한 매체들이 15일 전했다. 노동신문 등 북한 매체들은 이날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4일 조화를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김일성 주석의 남동생인 김영주 전 노동당 조직지도부장이 사망했다고 북한 매체들이 15일 전했다. 사진은 1994년 김일성 주석 사망 추모대회에 참석한 김영주(오른쪽)[중앙포토]

매체는 또 “김영주 동지는 당과 국가의 중요 직책에서 오랫동안 사업하면서 당의 노선과 방침을 관철하기 위하여 헌신적으로 투쟁하였으며, 사회주의 건설을 힘있게 다그치고 우리 식의 국가사회제도를 공고 발전시키는데 공헌하였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북한 매체들은 그의 사망 일시나 사인(死因)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단, 김 위원장이 14일 고인의 영전에 조화를 보냈다는 점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10주기(17일)을 앞둔 14일 또는 직전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정부 당국자는 “통상 북한의 고위 당국자들이 사망할 경우 북한 노동신문은 사망일은 물론이고 망자의 생전 이력을 상세히 소개하며 추모한다”며 “김영주의 경우 부고가 실리고도 남을 인물이지만 부고다운 부고가 나오지 않아 배경을 분석중”이라고 말했다.

 

실제 북한 노동신문과 조선중앙통신 등 관영매체는 이날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애도의 뜻을 표시하며 화환(조화)을 보냈다”는 김 위원장 동향 중심으로 세 줄 짜리 보도가 전부다.

 

1920년 생인 김영주는 김일성 주석의 막내동생으로 항일무장투쟁때 활동을 했고, 소련 유학(모스크바 종합대 정경학부)을 한 뒤 승승장구했다. 그는 6ㆍ25전쟁 이듬해인 53년 노동당 조직지도부 지도원으로 당 활동을 시작해 조직지도부 과장과 부부장을 거쳐 60년부터 조직지도부장을 맡았다.

김 주석이 20년 동안 정적을 제거하고 ‘김일성의 북한’을 만든 뒤인 60년대 후반엔 정치국 위원 겸 비서국 비서로 사실상 넘버 2역할을 했다. 남북 최초의 당국간 합의문인 7ㆍ4남북공동성명에 서명하고, 이 성명의 이행을 위해 설치한 남북조절위원회 북측 위원장을 맡는 등 김 주석의 복심역할을 했다.

 

무엇보다 그는 현재까지 북한 체제의 작동 논리인 유일사상 10대원칙을 67년도에 만들어 북한 체제의 특징인‘수령제 사회주의’ 건설의 설계자로 꼽힌다.

 

한 때 김 주석의 후계자로 인식됐던 김영주는 조카인 김정일과의 후계경쟁에서 밀리면서 73년 자취를 감췄다. 일각에선 그가 자강도에서 유배생활에 가까운 세월을 보냈다는 얘기도 있다. 20년이 지난 93년, 김 주석이 사망 직전 국가 부주석으로 정계에 복귀했지만 김정일 체제가 공식 출범한 98년 최고인민회의 명예부위원장으로 일선에서 물러났다. 또 김정은 위원장이 집권한 이후엔 명예 당원 1호로 사실상 당원 자격도 상실했다는 후문이다.

 

사망 전 마지막 공개활동은 2015년 7월 19일 지방의회 대의원 선거 때 투표했다. 조선중앙TV는 그가 투표를 마친 뒤 김일성ㆍ김정일 부자의 사진을 향해 절하는 모습을 방영했다.

 

정용수 기자 nkys@joogn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