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장은 장관 부하 아니다”… 윤석열의 반격
세계일보 원문 | 뉴스줌에서 보기 |입력2020.10.22 18:00
국감서 秋법무 겨냥 격정 발언
“총장 지휘권 박탈 비상식적
중상모략은 가장 점잖은 단어
사퇴 압력에도 소임 다할 것”
법무부·검찰 충돌 격화 예고
대검 국감, 15시간에 종료…윤석열, 밤새도록 작심발언
뉴시스 원문 |입력2020.10.23 01:18 |수정 2020.10.23 01:38
秋 정면 비판 "총장은 장관 부하 아냐"
"文이 임기 지키라 했다…소임 다할 것"
'조국 낙마' 발언 설명…"선처 언급에"
김봉현 의혹에 '문제 없다' 취지 해명
의원과 충돌도 불사…"식물총장" 자평
추미애와 간접 설전…관계 악화일로
정치참여 여지 밝혀…"봉사 방법 생각"
[서울=뉴시스] 이윤희 김재환 기자 = 윤석열 검찰총장이 대검찰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 라임자산운용(라임) 사태 관련 비위 의혹 등 현안과 관련해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최근 현안뿐만 아니라 추 장관과의 인사 갈등, 자신에 대한 거취 논란, 아내 관련 의혹, 조국 전 장관 수사 등에 대해서도 그간 감춰왔던 속내를 거리낌 없이 드러냈다.
추 장관과 여당이 윤 총장에 대한 압박수위를 높이고 있는 상황에서 윤 총장이 국감을 반격의 장으로 활용한 모양새다.
[서울=뉴시스]김선웅 기자 =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해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언쟁을 벌이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0.10.22.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22일 오전 10시부터 23일 오전 1시께까지 약 15시간에 걸쳐 대검에 대한 국감을 진행했다. 윤 총장도 참석해 장시간 답변에 나섰다.
윤 총장은 평소 검찰을 둘러싼 현안이 불거져도 좀처럼 입장 표명을 자제해온 만큼 이날 국감 출석에 큰 관심이 쏟아졌다. 국감 시작에 앞서서는 라임자산운용 사태 수사 책임자인 박순철 서울남부지검장이 추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에 반발해 사의를 밝혔다는 사실이 전해져 국감을 둘러싼 긴장감이 더욱 고조됐다.
윤 총장은 오전부터 추 장관을 향한 날 선 비판을 쏟아내며 분위기를 달궜다. 야당 의원들이 추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 등을 거론하자 속내를 드러낸 것이다.
최근 법무부를 향해 "중상모략"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던 것에 대해 "중상모략은 제가 쓸 수 있는 가장 점잖은 표현이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1월 추 장관의 검찰 인사가 적정했냐는 질의에 "그런식으로 인사하는 법은 없다"고 정면 비판했다.
나아가 추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 관련 "중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의 얘기하나를 가지고 총장의 지휘권을 박탈하는 건 비상식적"이라고 평가했다. 또 "법리적으로 보면 검찰총장은 법무부장관의 부하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검찰총장의 2년 임기를 채우겠다는 입장도 분명히 했다. 윤 총장은 "임기라는 것은 취임하며 국민과 한 약속이다"며 "어떤 압력이 있더라도 제가 할 소임을 다 할 생각이다"고 말했다.
아울러 "임면권자인 (문재인) 대통령이 임기동안 소임을 다하라고 했다"라며 "여러 복잡한 일들이 벌어지고 나서 지난 총선 이후에도 아마 더불어민주당에서 뭐 사퇴하란 얘기가 나왔을 때도, 적절한 메신저를 통해 '흔들리지 말고 임기를 지키면서 소임을 다하라'고 전해줬다"고 털어놨다.
조 전 장관 수사와 관련한 의혹도 해명했다. 앞서 박상기 법무부 전 장관은 언론을 통해 조 전 장관 압수수색 당일 윤 총장으로부터 '조국은 장관후보에서 낙마해야 한다'는 취지의 말을 들었다고 폭로했다.
이에 대해 윤 총장은 "(박 전 장관이) 어떻게 하면 선처가 될 수 있느냐고 물어서 '야당과 언론에서 자꾸 의혹 제기를 하는데, 만약 여기서 사퇴를 하면 조금 조용해져 저희도 일 처리를 하는데 재량이 생기지 않겠느냐(고 말했다)"면서 "말씀을 하셨기 때문에 저도 의견을 드린 것이다. 제가 무슨 그분에게 그런 뜻에서 말씀드린 게 아니다"고 설명했다.
또 "이 수사를 해야 되는지, 말아야 되는지에 대해 개인적으로 저도 인간이기에 굉장히 번민했다"고 덧붙였다.
라임 사태와 관련해 불거진 의혹도 적극 해명했다.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0.10.22. (공동취재사진)
야권 정치인이 연루됐다는 의혹이 보고 체계를 따르지 않았다는 지적에는 "첩보 단계에서는 검사장에게서 직보를 받기도 한다"고 답했다. 여당을 중심으로 야권 정치인 사건을 뭉갠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이어졌지만, 첩보 단계라 문제가 없었다고 해명한 것이다.
또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검사 술접대' 의혹을 폭로한 것과 관련해 '사과할 용의가 있느냐'는 여당의 지적에는 "관련 수사 결과를 지켜본 뒤에 입장표명을 하겠다"고 대응했다.
공격적인 질의를 이어가는 의원들과는 충돌도 불사했다.
김진애 열린민주당 의원이 아내의 자산 등을 문제 삼자 "저희 집사람은 어디가서 남편이 검사라고 얘기 안 한다"며 "(부인의 재산은) 쭉 갖고 있었던 것이고 사업을 했다. 그걸 어떻게 하느냐. 그것으로 부동산을 사느냐"고 따져물었다.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을 언급하며 한동훈 검사장에 대한 감싸기 의혹을 제기했는데, 윤 총장은 다소 격앙된 태도로 항변했다. 그는 "저는 비호할 능력도 없다. 인사권도 없는 사람이다"며 "밖에서 다 식물총장이라고 하지 않느냐. 인사도 다 배제됐는데 제가 누구를 비호하느냐"고 언성을 높였다.
또 신동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검사 비위 의혹 관련 검사들이 나온 도표를 제시하자 "도표를 보니 1987 영화가 생각난다. 라인이라는 게 뭔지 모른다"며 우회 비판했다.
여당을 중심으로는 서울중앙지검이 지난해 방송통신전파진흥원이 수사의뢰한 옵티머스자산운용 관련 사건을 무혐의 처분한 것에 대한 문제제기도 높았다. 당시 윤 총장이 중앙지검장을 맡고 있었기 때문이다.
윤 총장은 자신이 보고받은 사안은 아니라고 해명하면서도 "제가 몰랐다고 해도 좀 더 살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국감을 계기로 윤 총장과 추 장관의 갈등 관계는 더욱 악화일로를 걷는 모습이다.
윤 총장이 "부하가 아니다"고 발언한 뒤 추 장관은 SNS에 "검찰총장은 법상 법무부장관의 지휘감독을 받는 공무원"이라고 썼다. 추 장관이 이날 검사 비위 의혹 무마 가능성을 감찰하라고 지시하자, 윤 총장은 "보통 수사가 끝난 뒤 문제가 있으면 이렇게 (감찰을) 하는데 서울남부지검에서 라임자산운용 사태 관련 수사가 박진감 있게 진행되고 있어 수사나 소추에 관여하는 것으로 보일 우려가 많이 있다"고 맞받아쳤다.
끝으로 윤 총장은 임기가 끝난 뒤 정치에 나설 계획이 있냐는 취지의 질문에 "향후 거취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면서도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많은 혜택을 받아온 사람이기 때문에, 소임을 마치고 나면 사회와 국민들에 대해 어떻게 봉사할지 천천히 생각해보겠다"고 답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sympathy@newsis.com, cheerleader@newsis.com
윤석열 총장 ‘사이다 발언’에 검사들 응원 댓글 폭주…
“드라마 속 하도야 검사” 비유하기도
아시아경제 |입력2020.10.22 16:39 |수정 2020.10.22 17:17
[아시아경제 최석진 기자] “검찰총장은 법무부 장관의 부하가 아닙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는 위법·부당하다는 게 대다수 검사와 법률가들의 생각이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22일 오전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평소 소신에 따른 사이다 발언을 쏟아내는 모습을 지켜본 검사들의 응원 댓글이 폭주하고 있다.
‘검언유착’ 사건에 이어 최근 또 다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수사지휘를 통해 윤 총장의 수사지휘권을 빼앗는 모습을 지켜보면서도 속내를 드러낼 기회가 없었던 많은 검사들이 전날 내부 전산망 이프로스에 올라온 정희도 부장검사의 추 장관에 대한 비난 글에 댓글을 다는 방법으로 윤 총장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22일 오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답변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불과 3일 만의 감찰조사 뒤 수사지휘를 내린 추 장관의 감찰능력을 ‘궁예의 관심법’에 비유하며 공개 비난한 정 부장검사의 ‘총장님을 응원합니다’라는 글에는 이날 오후까지 100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다.
특히 국회방송 등을 통해 국정감사 현장이 생중계된 이후에는 윤 총장을 응원하는 댓글이 쏟아지고 있다.
윤총장 지지·응원 댓글 이어져
우선 이날 윤 총장의 소신 발언에 힘을 얻었다며 감사의 뜻을 표시하는 검사들이 많았다.
“총장님, 검사들의 소신을 지켜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힘내십시오!”
“병든 가슴을 뛰게 해 주신 총장님,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지켜내기 위한 총장님의 소신을 응원합니다. 힘내십시오!”
“도끼로 찍히고, 저격을 당하시더라도, 외풍을 막아주는 든든한 버팀목의 책무를 완수해주시기 바랍니다. 버팀목이 원래 식물입니다.”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지켜내는 검찰총장의 책무를 다하시리라 믿습니다. 총장님, 응원합니다. 힘내십시오!”
“총장님! 외부의 어떤 압력과 위협에도 결코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정작 총장님의 외롭고 힘든 싸움을 지치게 만드는 건 서슬 퍼런 정치권력에 움츠러들어 결기와 당당함마저 잃어가고 있었던 저의 나약함이 아닐까 걱정하고 있었습니다. 정희도 부장님,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총장님! 힘내십시오.”
여러 검사들이 윤 총장을 뒤에서 응원하고 지지하고 있다는 댓글도 많이 보였다.
“총장님, 얼마나 고단하십니까. 그럼에도 우뚝 서 계셔주셔서, 뚜벅뚜벅 나아가주셔서 검사 이전에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감사드립니다. 힘내십시오!! 저를 비롯한 많은 검사들이 동행할 것이고, 함께 하고 있습니다.”
“총장님… 응원합니다. 힘내십시오. 전국의 검사들이 같은 마음으로 응원하고 있습니다.”
“한사람의 그릇 크기는 빛나는 순간이 아니라 고통과 핍박의 순간 진정한 가늠이 되는 거 같습니다. 총장님은 결코 외롭지 않습니다. 언제나 그러했듯 총장님을 응원하고 존경하는 전국의 검사들이 있습니다. 모두 힘냅시다.”
드라마 대물 속 ‘하도야 검사’,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 키팅 선생님 언급도
윤 총장의 모습을 드라마나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 속 주인공에 비유한 댓글도 눈에 띄었다.
“정의로운… 과거 드라마 속의 한 인물 하도야 검사!! ‘실제 하도야 검사가 있다’라고 소개 되신 분이 과거 남기춘 전 검사장님입니다. 그런데 그분과 똑같은 분이 또 계신데 그분이 바로 우리 검찰총장님이시라고 알고 있습니다. 이 세상의 악한세력들과 끝까지 싸워주셔서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정말로 감사드립니다. 감사합니다!!”
“부장님의 응원 글 덕분에 저희 후배들도 힘이 납니다. 댓글을 읽고 있으니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 마지막 부분에서 키팅 선생님이 교실에 들어오자 소심한 학생들이 한명씩 책상위로 오르며 함께 외친 ‘캡틴, 오 마이 캡틴!’이 떠오르네요. 총장님, 저희들과 함께 난국을 잘 헤쳐 나가시리라 믿습니다. 힘내십시오!!”
추 장관과 ‘추미애 라인’ 검사들에 대한 비난글도
한편 추 장관의 조치에 대한 불만이나 출세를 위해 현 정부의 입맛에 맞는 수사로 승진하는 일부 검사들에 대한 비난적 시각을 담은 댓들도 있었다.
“본인은 문자 보고가 있어도 무관. 총장은 ‘카더라’만 있어도 배제. 비상식에 함께 분노하고 아파하는 검사들이 많이 있습니다. 총장님, 힘내십시오!”
“사람들은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본다는데, 정치인들의 눈에는 모든 것이 ‘정치적’인 것으로 보이나 봅니다. 그들이 뭐라고 하든 법률가이자 검찰의 수장으로서 검찰이 그 본연의 역할을 담당할 수 있도록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주시리라 믿습니다. 총장님 응원합니다. 힘 내십시오~!!”
“주인에게 꼬리 살랑거리며 아부하는 강아지보다, 차라리 황금들판을 외롭게 조용히 지키고 서 있는 허수아비가 더 멋있습니다. 미력하나마 저도 힘을 보탭니다.”
“직을 걸고 정치를 하는 검사가 있는 반면, 직을 걸고 법과 명예를 지키려는 검사들도 있습니다. 응원합니다 총장님.”
검찰 내부 전산망인 이프로스는 현직 검사들이 실명으로 글을 올리게 돼 있다. 때문에 할 말이 있어도 막상 장관에 대한 불만을 담은 글을 올리기 위해서는 소위 ‘찍힐’ 각오를 해야 되는 게 사실이다.
이를 의식한 듯 한 검사는 “자신의 의사를 표시하는데 용기가 필요한 시기는 곧 지나가리라 믿습니다. 댓글을 다는 것 자체로 또 하나의 ‘편가르기’가 되질 않길 간절히 바랍니다”라고 적기도 했다.
박순철 서울남부지검장 사직글에도 ‘사직 만류’ 댓글 이어져
한편 라임 사건 수사를 총괄하던 박순철 서울남부지검장이 “정치가 검찰을 덮어버렸다”며 “검찰총장 지휘배제의 주요 의혹들은 사실과 거리가 있다”고 쓴 사직글에도 100개 가까운 댓글이 달렸다.
특히 박 지검장의 힘들었을 상황에 대한 공감과 사직을 만류하는 내용의 글이 많았다.
“검사장님, 개인의 수인한계와 검사라는 직업인으로서의 한계를 넘어선 무리한 요구에 너무나 힘이 드셨을 거 같습니다. 사직의사는 거두어 주셨으면 합니다.”
"‘비록 곧아 부러지는 칼이 될지언정 굽어 온전한 갈고리는 되지 말라’는 초임 때 부장님 말씀이 생각납니다…. 수사팀 검사들의 든든한 보호막이 되어주시길 기원합니다.”
“그 일을 하고 계시는 분이 자신의 일에 대해 분명하고 책임감 있게 하신 말씀이시니만큼, 그 앞에 억지로 꾸며낸 궤변이나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의 억측이 사라졌으면 합니다.”
앞서 추 장관은 수사지휘를 통해 남부지검이 수사 중인 라임로비의혹 사건에서 윤 총장의 수사지휘권을 박탈하고 서울남부지검장의 책임 하에 수사한 뒤 수사결과만을 총장에게 보고하도록 했지만, 박 지검장은 이날 ‘정치가 검찰을 덮어버렸다’는 글을 통해 사의를 표명했다.
최석진 기자 csj040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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