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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복지부동 탓, 당장 내동댕이쳐야 할

Jimie 2021. 11. 10. 01:11

이번엔 복지부동 탓 [신동욱 앵커의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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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v 10, 2021

 

https://www.youtube.com/watch?v=f3PRAlvwUA0 

뉴스TVCHOS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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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윌슨) 혹시 성냥 갖고 있니?"

무인도에 표류한 톰 행크스가 불을 피우려고 안간힘을 씁니다. 나무 홈에 막대기를 부리나케 비벼댑니다.

"불이야! 내가 불을 만들었다!"

부싯돌을 부딪치든, 성냥을 긋든 '불이 나게' 하려면, 손을 매우 재빠르게 움직여야 합니다. 그 '불이 나게'가 바뀐 말이, 아주 급하게 서두르는 '부리나케'지요. '불현듯'도 불을 켜는 데서 나온 순우리말입니다. '켜다'의 옛말 '혀다'가 살아남아, 갑자기 불을 켠 듯 '느닷없는 생각과 행동'을 가리킵니다.

불이 나면 다급하게 "불이야! 불이야!" 외치기 마련입니다. 그 외침이 줄어든 말 '불야불야'가 바뀌어 '부랴부랴'가 됐지요. 불난 지가 언젠데 손 놓고 있다가, 뒤늦게 허겁지겁 허둥지둥 부리나케 부라부랴 부산을 떨면 그 불이 잡힐까요.

"요소수 공급 차질 문제가 시급한 현안이 됐습니다"

중국이 요소수 수출을 제한하기 시작한 게 벌써 한 달 전입니다. 하지만 주중 한국대사관은 "통상적 절차가 진행 중이니까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했습니다. 화물 운송업계는 당장 '불이야'를 외쳤습니다. 재고와 수급상황을 정부에 알려 도움을 요청했지요. 하지만 정부가 뒷짐만 지고 있는 사이, 온 나라에 비명이 요란합니다.

부랴부랴 베트남과 호주에서 요소와 요소수를 들여오겠다고 발표했지만 하루 이틀치에도 못 미치는 양입니다. 이런 걸 가리켜, 신발 신고 발바닥 긁기, 언 발에 오줌 누기라고 하지요.

그런데 어제 청와대 관계자는 "처음엔 비료 문제쯤으로 생각해 이렇게 크게 될지 몰랐다"고 했습니다. "경고가 청와대로 오지 않았다"며 임기 말 공무원 복지부동 탓으로 돌리기도 했습니다.

요소수만이 아닙니다. 중국산 원자재 가격이 뜀박질하고, 글로벌 공급망 차질까지 겹쳐 세계가 원자재 확보 생존경쟁을 벌이고 있는데, 늘 이런 식입니다.

거기에다 암울한 거시경제 지표까지 날아들었습니다. 한국 경제가 10년에서 40년 뒤까지 이룰 수 있는 잠재성장률은 OECD 꼴찌이고, 나랏빚 증가 속도는 선진 서른다섯 나라 중 일등이랍니다.

국정이 제대로 돌아갔다면 나올 수 없는 암담한 미래상 이게 바로 현 정권 5년의 성적표라고 봐도 과언이 아닐 듯 합니다. 청와대는 이제 와서 공무원의 복지부동을 탓할 게 아니라 그렇게 만든 이유가 어디에 있었는지 가슴에 손을 얹고 돌아보시기 바랍니다.

11월 9일 앵커의 시선은 '이번엔 복지부동 탓' 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