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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범계 장관님, 재산 신고 제대로 하신거 맞죠?

Jimie 2021. 11. 9. 12:07

[더블클릭]박범계 장관님, 재산 신고 제대로 하신거 맞죠? 제발..

최훈민 기자 입력 2021. 11. 05. 10:22 수정 2021. 11. 05. 14:16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3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2021 법무보호복지의 날 정부포상 전수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시스

 

존경하는 박범계 법무부 장관님께.

 

제가 엊그제 경찰서엘 다녀왔습니다. 장관님께서 ‘창립 주주’ 자격으로 몸담으셨던 법무법인 ‘명경’이 저를 허위사실 유포 명예훼손과 업무 방해 혐의로 고소했거든요. 그런데 조사를 받다보니 명경이 저에 대한 고소장에 허위 사실을 적시했을 뿐 아니라, 감히 주주이신 박 장관님을 비난하기까지 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어 이를 아뢰고자 펜을 들었습니다.

 

사건의 발단은 장관님께서 ‘장관 후보’ 신분이셨던 올해 1월 제가 쓴 <명경의 ‘박범계 팔이’> 기사였습니다. 장관님께서는 법무부·검찰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이셨던 2012~2014년 기간에도 명경의 주주 자격을 유지하셨고, 명경 역시 장관님의 이름을 대외적으로 노출했으며, 이후 명경의 매출이 급증한 바, 이것이 다 장관님 덕이 아니겠냐는 것이 제 기사의 취지였습니다. 국회 법사위원은 법조계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자리인 만큼, 공직자의 이해충돌 아니냐는 뜻이었습죠.

올해 1월 대전시 둔산동 한 빌딩에 로비(아래 사진)와 13층에 걸린 법무법인 명경 안내판. 

 

저는 기사에 “박범계 후보자가 출자한 명경은 2012년 설립 당시부터 2014년까지 연매출이 1000만원에 불과했지만 2019년 매출액은 약 32억8000만원으로 328배 늘었다”고 썼습니다. 명경은 이 문장 딱 한 줄을 가지고 저를 고소를 했습니다. 그러면서 증거자료를 첨부했더군요. 거기엔 제 기사와 달리, 명경의 연매출이 2012년 3억207만원, 2013년 9억8082만원, 2014년 12억120만원으로 각각 나와있었습니다.

 

저는 그 증거자료가 거짓이라고 감히 단언할 수 있습니다. 왜냐, 그 자료가 거짓이 아니라면 이 나라의 법무부 수장이신 장관님께서 법을 어겨가며 거짓말을 한 셈인데, 우리나라 법무를 총괄하시는 장관님께서 그럴 리는 없다고 믿는 게 정상 아니겠습니까.

 

제가 기사를 쓴 근거는 다름 아닌 과거 장관님께서 직접 신고하신 공직자 재산공개 내역이었습니다. 관보에 지금도 남아있는 이 자료를 보면, 2012년부터 2014년까지 명경의 매출은 매년 1000만원이었습니다.

관보에 게재된 박범계 법무장관의 2012~2014년 재산신고 내역. 

 

반면 명경이 증거로 제출한 매출 자료를 보면 장관님께서 신고한 금액보다 매출이 무려 2012년 30.2배, 2013년 98.1배, 2014년 120.1배나 많았습니다. 혹시 주주이신 장관님께는 매출을 축소 보고하고 자기들끼리 수익을 몰래 빼돌리기라도 했던 걸까요?

 

그런데도 명경은 고소장에 오히려 큰 소리를 치고 있습니다. 이렇게요.

“연매출 1000만원을 12개월로 나누면 월매출 80여만원인데, 그 자체가 황당한 주장”

감히 장관님의 신고 내용을 ‘황당한 주장’이라고 한 겁니다. 이래도 되는 건가요?

 

하지만 명색이 로펌인 명경이 워낙 당당하게 그것도 문서로 저렇게 큰 소리를 치는 걸 보면서, 법에 대해 무지한 저로서는 크게 위축이 되는 것도 사실입니다.

 

장관님, 그때 정말 제대로 신고하신 건 맞는 거죠? 장관님 인품 자체가 허위신고를 하실 분이 아니고, 그런 분이셨다면 애초 문재인 대통령께서 장관님을 임명하셨을 리도 없잖아요. 그렇죠? 재산 공개 자료 허위 신고는 공직자윤리법에 따라 최대 해임까지 될 수 있는 사항이지 않습니까.

 

하지만, 하지만 말입니다. 그래도 혹시 장관님의 재산 공개 내역을 믿고 기사를 쓴 제가 범죄자가 되면 어쩌죠?

그러니 이참에 장관님께서 명경의 매출 자료가 사실인지, 아니면 제가 인용한 장관님의 공직자 재산 공개 자료가 사실인지 판가름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장관님께서 이번 한번만 “나는 법을 어기지 않고, 내가 적은 자료도 모두 사실이다”라고 만방에 선포해주신다면, 저는 앞으로 남은 기간 정권에 의해 어떠한 법적 위기에 처하더라도 ‘그저 장관님의 판단은 모두 옳으시다’고 받들겠습니다. 건승하십시오!

 

2021년 11월 5일

기자 최훈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