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더나 물량 적은데 예약부터 시작…"주먹구구" 불만 터졌다
- 중앙일보
- 황수연.이우림
- 입력2021.07.12 19:33최종수정2021.07.12 20:02
당국 "55~59세 185만명 신청...예약 19일 재개"이달 말부터 시작될 50대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모더나 백신 접종을 앞두고 예약 첫날 큰 혼란이 빚어지고 있다. 12일 55~59세 352만여명 대상 접종 예약이 시작됐으나 확보된 백신 물량이 조기에 소진되면서 한나절만에 일시 중단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정부가 대상자 수보다 턱없이 적은 양의 백신을 확보한 채로 예약을 시작했다가 예약이 폭주하자 급히 중단한 것이다. 예약 못한 50대 사이에서 불만이 터져 나온다.
코로나19예방접종대응추진단은 12일 “이날 0시부터 진행한 55~59세 연령층에 대한 사전예약을 일시 중단했다”며 “백신 수급에 따라 확보된 예약분에 대해 진행됨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추진단은 당초 55~59세 352만여명을 대상으로 이날부터 17일까지 예약을 진행하려 했다. 그런데 예약자가 폭주하면서 예약 개시 하루도 안 돼 급하게 중단을 안내한 것이다.
12일 기준 모더나 백신 잔량은 80만7300회분으로, 40만명 정도에 맞힐 백신이 남았다. 여기에다 이달 중 추가로 들어올 예상 물량을 계산해 당국은 예약을 받았는데 순식간에 동났다. 추진단에 따르면 12일 자정 예약이 시작되고 15시간 반 여 만인 오후 3시 30분 기준 절반 넘는 185만명이 예약했다고 한다. 정은경 추진단 단장(질병관리청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공급 일정이 확정된 예약 물량이 일시에 마감됐다”며 “오늘 예약을 못한 대상자들은 추가로 예약할 수 있게 안내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간 단위로 물량이 확정되는 만큼 당국은 아직 예약하지 못한 이들은 다음달 2~7일 접종을 받는 일정으로 19일부터 다시 예약할 수 있게 안내할 방침이다. 다만 물량 공급에 따라 여의치 않으면 일부는 50~54세와 함께 맞는 식으로 접종 일정이 또 다시 밀릴 여지도 있다.
모더나 코로나19 백신. AFP=연합뉴스
질병청은 “50대가 이렇게 순식간에 몰릴줄은 몰랐다”고 한다. 질병청 관계자는“예약이 다소 늦어지는 것일뿐 접종이 늦어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추진단 관계자도 “백신 도입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며 “화이자와 모더나는 계약대로 도입되고 있어 50대 740만명이 예정된 8월 21일까지 접종하는데 문제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55~59세 예약이 이처럼 물량 소진으로 조기 마감되면서 50~54세 대상자들도 제때 백신을 맞을 수 있는지 우려한다. 추진단은 그러나 “50~54세의 사전예약 및 예방접종은 당초 안내한 일정대로 진행된다”고 말했다. 7월 접종계획에 따르면 50~54세는 이달 19~24일 사전예약을 하고 다음달 9~21일 접종받는다.
사실상 선착순 방식으로 이뤄진 예약에서 밀린 50대들 중심으로 “백신이 인원 만큼 준비도 안 된 상황에서 예약을 받은 것이냐. 이번에 예약을 못하면 언제 맞을 수 있는 거냐”는 불만이 터져나온다. 김모(57)씨는 “오늘 등산 일정이 있어 내일 예약하려 했더니 황당하다”고 말했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이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수도권 특별방역점검회의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시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물량에 맞춰 59세부터 58세, 57세 등 연령 순으로 대상자를 잘라 통지해줬으면 될 일인데 자식들까지 동원해 불필요하게 잠을 설치게 해놓고 빨리 한 사람이 우선순위라고 한 꼴”이라고 비판했다.
최재욱 고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주먹구구식 운영으로 국민적 신뢰감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야기했다”며 “수급 물량이 한정적이라 모두가 예약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사전에 예고를 하든가 연령을 더 세분화해 대상을 줄였어야 했다. 시스템의 문제이고 결국 정부의 실력”이라고 지적했다.
정기석 한림대 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 역시 “얀센 백신 사전예약 때 벌어졌던 열기를 생각하면 정부가 충분히 예측할 수 있었을텐데 이런 사태가 벌어졌다”고 꼬집었다. 4차 대유행이 본격화하면서 불안감이 커져 백신 접종 희망자가 몰릴 수 밖에 없는데 이런 점을 간과했다는 지적이다.
이날 빚어진 혼란은 이뿐 아니었다. 모더나 백신 접종 주기는 4주로 권고됐는데, 5주가 넘어서 2차 접종이 예약된 사례가 수두룩 나왔다. 2차 접종은 1차 접종 4주 뒤 시점으로 자동 예약되는데 서울 서초구의 김모(57)씨는 이달 29일에 1차 접종을 예약한 뒤 41일 지난 9월 8일에 2차 접종이 잡혔다. 1차 접종 이후 6주 뒤로 2차 접종이 예약된 것이다. 인터넷 카페에는 이날 “부모님을 예약해드렸는데 2차 접종이 6주 뒤로 잡혔다. 상관없는 것이냐”고 묻는 글이 올라왔다. 한 글쓴이는 “엄마는 정확히 4주 뒤로 2차가 예약됐는데 고모는 6주 뒤에 2차더라”고 썼다.
이에 대해 질병청은 “위탁의료기관에서 기존 아스트라제네카 예약으로 일정이 다 차있을 경우 2차 시기를 임의로 정하고 있다”며 “모더나 예약 완료 후 일괄적으로 예약 일정을 원래 간격으로 접종하도록 질병청서 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아스트라제네카 2차 접종 일정과 맞물려 부득이하게 일단 권고 주기와 관계없이 2차 접종일을 안내한 것으로 향후 이를 다시 조정하겠단 것이다.
김우주 교수는 “백신의 용법에 맞지 않은 것”이라며 “국민도 나름의 계획이 있을텐데 일단 정하고 나중에 다시 일정을 당긴다는 건 주먹구구식 조처”라고 지적했다. 정기석 교수도 “과학적 근거로 접종 간격을 4주로 잡은 것인데, 의료기관을 늘리는 것도 아니고 접종 기간을 늘리는 게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날 예약이 시작되고 나선 한때 접속이 마비되면서 불편이 잇따랐다. 부모를 대신해 예약을 진행한 자녀들은 자정이 남은 시각 “계속 대기하고 있는데 서버가 꺼져서 새로 해야 한다” “1시간째 대기만 하고 있다”고 글을 올리며 불만을 토로했다. 지난달 얀센 백신 예약 시에도 접종 희망자가 다수 몰리며 예약 사이트가 일시적으로 마비됐었다.
지난달 22일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 코로나19 예방접종센터에 코로나19 모더나 백신이 놓여 있다. 뉴시스
이상원 질병청 위기대응분석관은 예약 중단 사태와 관련, “소통이 짧았던 부분에 대해 송구하다”며 “일정에 대한 차질과 불편이 최소화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접속 마비에 대해서도 “미처 판단하지 못했다”면서 “네트워크의 부하를 분산시키는 시스템을 도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수연 기자 ppangshu@joongang.co.kr, 이우림 기자 yi.wool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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