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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순히 죽지 못해 죄송"···100개 대학가 붙은 대자보

Jimie 2021. 7. 8. 16:43

[단독]"순순히 죽지 못해 죄송"···100개 대학가 붙은 대자보

[중앙일보] 입력 2021.07.08 10:30 수정 2021.07.08 11:34

 

'합리적이고 투명한 사회를 원하는 청년모임'이 지난 7일 밤부터 8일 새벽까지 전국 100여개 대학에 대자보를 붙였다. 이 모임은 "문재인 정부 탈원전 정책 문제점을 지적하기 위해 대자보를 게재했다"고 했다. 사진 합리적이고 투명한 사회를 원하는 청년모임

"탈원전으로 파탄날 나라의 미래 걱정해 죄송"

“원전을 죽이고자 하시는 굳센 의중을 헤아리지 못한 점 반성합니다.”

 

"1년 남으셨습니다"…청년 모임, 전국 대학에 붙여


7일부터 한국과학기술원(KAIST)과 서울대·고려대·전북대·전남대 등 전국 100여개 대학가에 붙은 대자보 문구다.

‘죄송합니다’란 제목의 이 대자보는 “원하시는 대로 순순히 죽어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로 시작한다. 20대 남성은 “원자력 산업이 정권 뜻대로 아직 완전히 무너지지 않았다는 뜻”이라고 했다.

이어 대자보는 “원자력 분야 중소기업을 죽이시려는 분께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만이 원자력을 살릴 수 있다’며 쓸모없는 말씀만 드려서 죄송합니다”라는 문구로 이어졌다.

또 “하찮은 국민 주제에 원자력 산업이 몰락하면 파탄 나게 될 나라의 미래를 걱정해서 대단히 죄송하다”라고도 했다. 대자보에는 또 “무슨 불법적인 수를 써서라도 원전을 죽이고자 하시는 굳센 의중을 헤아리지 못한 점을 깊이 반성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하찮은 국민 주제에…깊이 반성”

서울 고려대학교에 '죄송합니다'란 제목의 대자보가 붙었다. 사진 투명하고 합리적인 사회를 원하는 청년 모임



이와 함께 대자보는 “높으신 분들의 원자력 죽이기에 감히 투명과 공정을 요구 드려 정말 죄송합니다”라고 한 뒤 “국가의 중요 정책이라도 추진 과정에 있어 적법하고 합리적으로, 투명하게 이루어져야 한다”는 최재형 전 감사원장 발언을 실었다.

대자보 게시에 참여했다고 밝힌 한 20대 남성은 8일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 문제점을 알리기 위해 나선 것”이라며 “대자보는 ‘합리적이고 투명한 사회를 원하는 청년 모임’이 만들어 게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남성은 "대자보는 7일 밤에 여러 대학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게시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대자보를 붙인 한 학생은 “탈원전 정책 문제가 최재형 전 감사원장 덕분에 세상에 본격적으로 알려진 거 아니냐”며 “최 전 감사원장의 공로를 인정하자는 차원에서 언급했다”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대자보는 “1년 남으셨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라는 문구로 끝을 맺었다.

신전대협, 지난 5월 반성문 게시하기도

신전대협이 전국 100개 대학에 부착했던 '반성문'. 사진 신전대협


한편 문재인 정부 들어 대학가 등에는 몇 차례 대자보가 붙었다. 신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신전대협)는 지난 5월 9일 문재인 대통령 모교인 경희대를 비롯해 전국 100개 대학가에 “대통령 각하의 심기를 거슬러 대단히 죄송합니다”라는 내용의 대자보를 게시했다. 신전대협은 이 대자보를 “대통령의 지시로 올리는 반성문”이라고 했다.

김태일 신전대협 의장은 당시 대자보를 게시한 이유에 대해 “성찰의 계기가 되길 바란다는 ‘청와대 지시’에 응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문 대통령이 자신과 가족에 대한 인신 모독성 전단을 뿌린 30대 남성에 대한 고소를 취하하라고 지시하면서,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이 ‘성찰의 계기가 되길 바란다. 개별 사안에 따라 신중하게 판단해 결정할 것’이라고 추가 고소 가능성을 열어둔 것에 대한 풍자다. 신전대협에는 전국 대학생 6000여명이 가입해 활동 중이다.

"원전 죽이고자 하시는 굳센 의중 헤아리지 못해 반성”

지난해 11월 녹색원자력학생연대가 붙인 대자보.


지난해 11월 9일에는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조작 의혹 사건을 비판하는 대자보가 전국 107개 대학가에 붙기도 했다.

 

녹색원자력학생연대가 게시한 이 대자보에는 “처음부터 청와대와 산업부는 월성 원전을 죽이기로 작정하고 원전 평가 보고서를 조작했다”며 “문재인 정부가 원전 중심의 발전 정책을 폐기했기 때문에 처음부터 답은 정해져 있었다”는 내용이 담겼다.


대전=김방현 기자 kim.banghy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