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ted From [이동순의 가요 이야기]
‘단장의 미아리고개’의 가수 이해연(李海燕)
흐느끼는 듯 슬픔을 안으로 안으로 응축한 음색과 창법
가수 이해연(李海燕`1924∼2019)을 흔히 민요가수라고 합니다만 모든 노래를 민요풍으로 부른 것은 아닙니다. 다만 음색과 창법이 유난히 구성지고 감기며 휘어지는 맛이 마치 바람에 사운대는 버들가지처럼 요염한 맛이 있음은 확실합니다. 이해연의 한자이름을 보노라면 해연(海燕), 즉 바다제비의 유연한 날갯짓과 지저귐이 그대로 눈과 귀에 들어오는 듯합니다.
이해연의 대표곡이 여럿 있지만 사람들은 대개 ‘단장의 미아리고개’를 먼저 손꼽습니다. 1984년 언론에서 6`25 노래에 대한 대중들의 선호곡 통계를 내었을 때 ‘단장의 미아리고개’는 1위에 선정될 정도로 이미 민족의 노래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 노래를 찬찬히 음미하면서 들어보면 가수 이해연의 음색과 창법이 대단한 경지에 들어가 있음을 확인하게 됩니다.
마치 흐느끼는 듯 슬픔을 안으로 안으로 응축하면서도 기어이 조금씩 가슴의 틈을 비집고 터져 나오는 신음은 거의 통곡의 수준입니다. 한국전쟁의 상처를 겪지 않은 한국인은 그 누구도 없을 것입니다. 그만큼 6`25는 민족의 의식과 바탕에 깊고 어두운 수렁의 몸서리치는 기억으로 남아있습니다. 바로 그 때문에 해마다 여름이 되면 이 노래는 TV와 라디오의 단골노래로 여기저기서 들려오고, 이 노래를 듣는 사람들은 기어이 울먹울먹해진 가슴을 참다 못해 눈가에 눈물이 맺힙니다. 그런데 이해연이 이 ‘단장의 미아리고개’를 완벽한 슬픔의 창법으로 승화시켜 노래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가수로서의 오랜 경험과 자질이 밑바닥에 자리 잡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가수 이해연은 1924년 황해도 해주에서 출생했습니다. 어린 시절의 성장과정에 대해서는 알려진 자료가 없습니다만 해방 직후 데뷔해서 ‘황혼의 엘레지’(1955)를 불렀던 가수 백일희(白一姬)와는 친자매였지요.
이해연은 17세인 1941년 10월에 콜럼비아레코드사를 통해 데뷔했습니다. 하지만 이해연이 전속가수가 되었던 시기는 일제강점기 말 군국주의 체제가 극악한 몸부림을 보이던 암흑기를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그 불똥이 어린 가수의 노래 취입에도 떨어지지 않을 수 없었을 것입니다.
첫 데뷔곡은 일본인 작곡가 코가마사오(古賀政男)의 작품에 한국인 작사가 이가실[李嘉實(본명;趙靈出,타명;趙鳴岩)]이 가사를 붙인 번안가요 ‘백련홍련(白蓮紅蓮)’입니다. 말하자면 일본 엔카 원곡의 번안가요인 셈이지요.
<浦口의 女子;C.40876/金英椿노래>와 같이 발매된 이 노래는,40년에 개봉된 映畵 "熱沙の盟誓"의 두 主題歌 가운데 한 곡으로 만들었던 이 노래는 리샹란(李香蘭, 山口淑子)이 부른 ‘紅い睡蓮’을 그대로 번안한 노래입니다. *
古賀 政男(こが まさお、1904年11月18日 - 1978年7月25日)、昭和期の代表的作曲家.
또 다른 主題歌 <熱沙の盟誓>,역시 李嘉實님이 飜案하여,
가수 李圭南님이 1943년 1월에 <熱沙의 盟誓>라는 제목으로 취입하게 됩니다.
‘백련홍련(白蓮紅蓮)가사를 보면 ‘행복 찾아 가자네’ ‘사꾸라의 사나이’ ‘꽃이 피는 아세아’ 따위의 군국주의적 특성이 느껴지는 구절들이 눈에 거슬립니다. ‘청란(靑蘭)의 꽃’ 가사에도 ‘새 살림 새 깃발’이라든가 ‘동아의 새 세상’ 같은 대목이 확인됩니다. ‘고향산천’에도 ‘나랏님께 충성’이란 표현이 보입니다. ‘꽃 실은 양차’ ‘안남 아가씨’에도 이른바 대동아공영권의 이상이 반영된 흔적이 엿보입니다. 일제강점기 말 일본의 패전이 임박한 가운데 이해연이 발표했던 음반 중에는 ‘아리랑 풍년’이란 것도 있습니다. 일제가 식량을 비롯한 모든 것을 공출(供出)이란 이름으로 수탈해갔던 그 모진 궁핍의 시절에 이게 무슨 망발입니까? 말도 되지 않는 모독에 불과한 내용입니다. 가장 희극적이고 난센스라 할 만한 노래는 1943년, 역시 리샹란과 함께 부른 ‘영춘화’일 것입니다. 전체 3절로 구성된 이 노래는 각 절이 한중일 3개국의 언어로 다채롭게 펼쳐갑니다.
창문을 열어치면 아카시아의/ 새파란 싹이 트는 늦은 봄 거리
페치카 불러다오 이별의 노래를/ 봄바람 불어 불어 영춘화
一朵開來艶陽光/ 兩朵開來小鳥唱/ 滿洲春天好春天/ 行人襟上迎春化
春お知らせる花ならば/ 人の心もおかる苦
今宵彼の君何おか想う/ 我にささやけ迎春化
‘소주 뱃사공’ ‘뗏목 이천 리’ 등 가요팬들의 기억에 오래 남아
가수 이해연이 군국가요만 불렀던 것은 아닙니다. 1941년 가을에 데뷔해서 8`15까지 약 21곡의 가요 작품을 발표하고 있는데 이 가운데서 아직도 가요 팬들의 기억에 남아있는 좋은 노래들은 바로 ‘소주(蘇州) 뱃사공’과 ‘뗏목 이천 리’ ‘황해도 노래’ 등입니다.
‘소주 뱃사공’ 원곡에는 일제의 대륙침략을 떠올리게 하는 구절이 들어 있습니다. 그래서 광복 이후에 반야월이 ‘제주 뱃사공’이란 제목으로 가사의 상당한 부분까지 고쳐서 재취입하기도 했지요. 이 노래는 1959년 1월 23일 자 동아일보에서 ‘백만인들에게 불리워진 흘러간 옛 노래-힛트 파레이드 20’에서 15위로 선정될 만큼 그때까지도 대중들의 인기를 얻었습니다. ‘뗏목 이천 리’는 압록강을 뗏목으로 유유히 흘러가는 실감을 그대로 느끼게 합니다.
눈 녹인 골짜기에 진달래 피고/ 강가에 버들피리 노래 부르니
어허이야 어허어야 어야디야/ 음 ~ / 압록강 이천 리에 뗏목이 뜬다
전통적인 느낌이 드는 창법으로 유장한 민족사의 현재성과 슬픔을 잔잔하게 풀어가는 애잔한 여운이 감돕니다.
‘황해도 노래’는 목포 출신 가수 이난영이 불렀던 ‘목포의 눈물’처럼 황해도 출신의 가수가 부르는 참으로 구성지고도 아름다운 고향 테마 노래입니다.
재령 신천 나무릿벌 풍년이 들면/ 장연 읍내 달구지에 금쌀이 넘치네
어서 가세 어서 가세 방아 찌러 어서 가세/ 우리 고을 풍년방아 연자방아 돌아간다
해주 청풍 바람결엔 달빛도 좋아/ 연안 백천 모래 틈엔 더운물이 넘치네
어서 가세 어서 가세 머리 빨러 어서 가세/ 참메나리 캤었다고 섬섬옥수 못될 손가
신계 곡산 명주 애기 분단장하고/ 봉산 탈춤 구경 가네 오월이라 단옷날
어서 가세 어서 가세 탈춤 구경 어서 가세/ 망질하는 평산 애기 황소타고 찾어가네
< 2017.12.12 수정됨>
좌로부터 안다성 , 곽순옥, 이해연, 박춘석, 손인호, 000. 최갑석
이해연(李海燕`1924∼2019)의 대표곡
*백련홍련 (白蓮紅蓮)
이가실(본명 趙靈出 타명 趙鳴岩); 작사, 古賀政男(こが まさお )작곡,노래 이해연 (1941년 10월 ,데뷔곡) *<紅ぃ睡蓮-李香蘭>을, 李嘉實님이 번안.
*뗏목 이천리 ; 유도순 작사, 손목인 작곡 이해연 노래(1942년 11월)
*소주(蘇州)뱃사공 ; 조명암 작사, 손목인 작곡, 이해연 노래 (1942년 12월) *1997년에 해금
*제주 뱃사공 ; 작사 반야월 개사, 작곡 손목인, 이해연 노래(1942년)
*황해도 노래 ; 이가실 작사, 손목인 작곡, 이해연.강홍식.전옥노래(1943 년 4월)
*迎春花 ; 詞:西條八十 白文會 曲:古賀政男 李香蘭.李海燕노래(1943년)
*야루강 인사 ; 함경진작사, 손목인작곡,이해연노래(1943년)
*아리랑 풍년 ;(1943년8월)
*단장의 메아리 ; 이해연노래 (1956년) *〈울어라 대동강〉1957년 *〈압록강 칠백 리〉1960년
소주(蘇州)뱃사공
조명암 작사, 손목인 작곡,
이해연 노래 (1942년 12월)
白蓮紅蓮
컬럼비아(1941年9月)
詞:이가실(李嘉實) 曲:古賀政男(코가 마사오) 唄 : 李海燕
꽃피는 北京에 靑紗燈이 켜질제
나는요 꿈을꾸는 中國아가씨
蓮꽃을 바라보면 그사람이 그리워
꽃닢은 여덜아홉 꽃닢은 여덜아홉 하소연은 한줄기
새빩안 蓮꽃마다 바람결에 흔들려
그대의 검은머리 향그러웁다
사랑의 조각배를 저어가는 두사람
물결은 찰랑찰랑 물결은 찰랑찰랑 행복찾어 가자네
그대는 해뜨는곳 사쿠라의 사나히
이몸은 내고향의 하얀 水仙花
꽃이야 다를망정 마음만은 한가지
언제나 기다리는 언제나 기다리는 꽃이피는 亞細亞
紅い睡蓮.李香蘭
(映画「熱砂の誓ひ」主題歌)
1940年
作曲:古賀政男 作詞:西條八十
李香蘭의 紅い睡蓮
--李海燕의 데뷔곡 '白蓮紅蓮'의 원곡--
“女汉奸”李香兰旧照:
战后被捕时,她道出真实身份,被无罪释放
山口淑子13岁时被沈阳银行经理,也是父亲的中国同学李际春收为义女,便改名李香兰;
由于李香兰在中国出生,在中国长大,所以汉语说得非常标准,同时也未公开自己的身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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