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는 안 했어요

 

굴비 /오탁번

* 시집 “겨울 강”에 수록된~ 시(詩).

 

 

수수밭 김매던 계집이 솔개그늘에서 쉬고 있는데

마침 굴비 장사가 지나갔다.

굴비사려, 굴비! 아주머니, 굴비사요.

사고 싶어도 돈이 없어요.

메기수염을 한 굴비 장수는

뙤약볕 들녘을 휘 둘러 보았다.

그거 한번 하면 한 마리 주겠소.

가난한 계집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품 팔러 간 사내의 얼굴이 떠올랐다.

 

 

저녁 밥상에 굴비 한 마리가 올랐다.

웬 굴비여?

계집은 수수밭 고랑에서 굴비 잡은 이야기를 했다.

사내는 굴비를 맛있게 먹고 나서 말했다.

앞으로는 절대 하지 마!

수수밭 이랑에는 수수이삭 아직 패지도 않았지만

소쩍새가 목이 쉬는 새벽녘 까지

사내와 계집은

풍년(豊年)을 기원하며 수수방아를 찧었다

 

 

며칠 후 굴비 장수가 다시 마을에 나타났다

그날 저녁 밥상에 굴비 한 마리가 또 올랐다.

또 웬 굴비여!

계집이 굴비를 발라 주며 말했다.

앞으로는 안했어요.

사내는 계집을 끌어 않고 목이 메었다

개똥벌레들이 밤새도록

사랑의 등 깜박이며 날아다니고

베짱이들도 밤이슬 마시며 노래 불렀다.

 

 

이 이야기는 허구(虛構)이고, 웃고 즐기자고 누군가가 만들어 낸 어른들의 우스개 소리일 뿐이다.

그러나 이런 음담(淫談)에도 삶의 진실은 있는 것이다.

그런 진실 앞에 어슬프게 정조(貞操)나 순결을 들이대며 힐난(詰難)만 할 수 없을 것이다.

웃다가 결국은 울고 마는 이야기, 그런 상식을 초월(超越)해 버리는 역설(逆說)은 이 시인(詩人)의 특유(特有)한 장기(長技)라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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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블로거

 

설(舌)푸는 자미(滋味)~...

 

수수 밭농사를 짓고 거기서 굴비 낚시까지 함은 모든 관계인들,

특히 당사자들에게는 공히 이익이 있는 현명하고도 탁월한 선택이 아닐 수 없다 하겠다.

 

교미한다는 것은 모든 동물들의 자연현상이거늘...

 

하물며 만물의 영장에게 무엄하게도 성스러운 성찬의식 성행위를 음행이니 음담이 패설이니 매우 음침한 단어를 삼가는 커녕 무단 차용하여 말 부조하는 것도 한갓 위선자들의 헛가락 놀음이요 추행이 아닐 수...ㅎ

 

사상, 표현의 자유도 있는 터에 수수밭 정경을 아름다이 그려내는 업무는 문학인, 특히 시인의 신성하고도 숭고하고 정당한 책무라 하겠다.

 

그러나 그의 생각이 그런 방면으로는 아주 잘 ...

그런 느낌을 지울 수 없음을 고백하는 것은 양심의 소리일 터!

 

ㅎ~

"앞으로는 안 했어요......................"

단연 굴비의 생명이요 압권이다.

 

얼마나 당혹했으면 말이 꼬였을까.

과거를 부정하고픈 심정과 미래를 다짐이라도 해보려는 다급함이 그만 미래적 과거 표현으로 얽히고 섥혀버린...?

 

한편 달리 이해하자면,

1. 앞으로는 안했다면? 뒤로 했ㅎ
2. 앞으로는 안하겠다? 뒤로는 하ㅋㅋㅋ

 

사내의 북받치는 감동? 

못 잊을 굴비 맛.....

 

산가의  소승(小生)

수수밭도 굴비도 부럽지 않다.

슬슬 설설(說) 썰(舌)푸는 재미(滋味)는 봄철 냉이 씹는 맛~ 입안 가득 향기로움으로 맴도는 이 ㅁㅅ~~~...

 

 

재미란 원래 자양분이 많고 맛이 좋은 음식을 가리키는 자미(滋味)에서 나온 말.

 

얽히고설키다 : 붙여쓰이는 하나의「동사」

'얽히다’는 '얽다'의 피동형 동사.

*'섥다', '설키다' '섥히다'라는 동사는 사전에 등재되어 있지 않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