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범계 인사학살 예고… 고검장들 “이성윤은 놔두면서” 분노
朴 “인사적체 있다” 대놓고 사퇴 압박
입력 2021.05.28 03:00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검찰인사위원회가 개최된 27일 출근길에 “(검사장급에서) 인사 적체 문제가 있다”며 대규모 검찰 인사를 예고했다. 박 장관은 차기 검찰총장 취임 전인데도 이날 이례적으로 인사위를 소집했고, 인사위는 “고(高)호봉 기수의 인사 적체를 해소하려 보직 내에서 검사장급 이상을 탄력적으로 인사하는 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27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교정대상 시상식’에 참석해 박수를 치고 있다. 그는 이날“인사 적체 문제가 있다”며 대규모 검찰 인사를 예고했다. /뉴시스
박 장관의 언급과 인사위 결론을 두고 검찰 내부에선 “고검장급을 검사장급 자리인 고검 차장검사나 한직인 법무연수원 연구위원 등으로 ‘강등’하려는 것 아니냐, 결국 ‘사표 내고 나가라’는 메시지”라는 말이 나왔다. 한 검찰 간부는 “그래야 연쇄적으로 검사장 인사 폭이 커지고 거기에 친정권 검사들을 대거 심을 수 있기 때문일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일선 고검장들은 “기소된 이성윤(서울중앙지검장)도 직무배제 없이 검사장직(職)을 유지하는데 우리가 왜 나가느냐”며 반발하는 기류다. 이성윤 지검장은 ‘김학의 불법 출금 수사’를 무마한 혐의로 최근 재판에 넘겨졌다. 법조계에서는 “집권 말 정권 안정을 보장할 검찰 인사 판을 짜려는 청와대와 이를 거부하는 검찰 상층부가 충돌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제기됐다.
전국의 고검장급 자리는 총 8개로 현재 대구고검장만 공석인 상태다. 숫자는 적지만 이들이 ‘뭉치면’ 검찰 조직 전체의 분위기를 주도할 수 있다. 작년 11월 ‘윤석열 전 총장 징계 국면’에서 조남관 대검 차장을 제외한 고검장들은 추 전 장관이 검찰 중립성을 훼손하고 있다는 취지의 성명서를 냈다. 이는 당시 평검사들 반발이 ‘전국적인 검란(檢亂)’으로 번지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 법조인은 “지난 4월 사직한 장영수 전 대구고검장만 빼고 그때 고검장 모두가 그 자리 그대로 있다”며 “정권은 눈엣가시인 이들을 인사로 제거하고자 한다”고 했다.
이날 박 장관 발언에 대해 한 고검장은 본지에 “나갈 생각 없다. 이성윤도 안 나가는데 우리가 왜 나가느냐”며 “며칠 전 연수원 동기인 다른 고검장들과의 전화 통화에서도 같은 얘기를 나눴다”고 밝혔다. 또 다른 고검장은 “인사를 앞두고 사표를 고민한 고검장도 1~2명 있지만 동료와 후배들이 강하게 만류하고 있다”며 “생각 같아선 사표를 내고 싶어도 ‘남아서 외압을 막아달라’는 후배들과 국민 격려를 무시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했다. 한 검찰 관계자는 “고검장 대부분이 하루에도 몇 통씩 ‘남아 달라’는 전화를 받는다”며 “추미애 전 장관의 수사 지휘권 남발, 박범계 장관의 무리한 ‘한명숙 수사팀’ 감찰 지시 같은 상황이 반복될 수 있으니 방패막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검찰 내부에 퍼져 있다”고 했다.
일선의 한 검사장은 “검사 생활하면서 ‘검사장 인사 적체’라는 말은 처음 듣는다”며 “그동안 검찰 인사는 조국, 추미애 전 장관이 했는데 ‘인사 적체’가 문제라면 그들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했다. “옷 벗고 나갔던 연수원 20기(김오수 후보자)를 검찰총장으로 지명하고선 23~24기(고검장)를 가리켜 ‘적체'라고 하는 건 모순”이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검찰 일각에서는 “고검장들이 물러나지 않을 경우, 박 장관이 이들을 한직(閑職)인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이나 고검 차장 등으로 전보하는 극단적 인사를 할 수도 있다”는 말이 나왔다. 과거 2017년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당시 고검장급)이 ‘돈 봉투 만찬 사건’으로 부산고검 차장검사로 좌천된 사례가 있지만, 수사나 감찰 등 빌미가 될 현안이 있는 경우에 한정됐다. 이영렬 전 지검장의 경우 이후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돼 ‘불명예’를 벗었다.
그럼에도 이날 인사위에선 고검장을 검사장 보직에 보임하는 방안 등을 ‘탄력적 인사’라는 이름으로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식으로 밉보인 고검장을 쫓아내려는 것 아니냐”는 반대 의견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선 검사들은 “험한 꼴 당하기 전에 알아서 나가라고 고검장들을 겁박하는 것으로, 정권 수사를 차단하려 그런 무리수를 강행한다면 후폭풍은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했다.
검사의 기개는 어디 가고 [신동욱 앵커의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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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y 28, 2021
https://www.youtube.com/watch?v=xPa8EB5wfu4
'호피 위에서'… 1960년대 문단의 천재이자 괴짜, 김관식이 남긴 시입니다. 가난했던 그가, 방바닥에 바른 호랑이표 시멘트 부대를 호랑이 가죽, 호피라고 부른 겁니다. 거기에다 미국 원조 밀가루 부대로 이불 호청을 했어도, 자존과 기개가 하늘을 찔렀습니다.
"왕후장상 부럽지 않고, 백악관 청와대 주어도 싫다" 그는 가난과 병고에 치여 떠나면서도 자식들에게 "가난에 주눅들지 말라"고 했습니다. "사람은 우환에서 살고 안락에서 죽는 것, 백금 도가니에 단련할수록 훌륭한 보검이 된다" '아무리 흐물흐물한 국수라도 기개가 있어야 한다'는 어머니 말씀을 시인이 시로 받아썼습니다.
"푹 삶아지는 게 삶의 전부일지라도 찬물에 똑바로 정신 가다듬고는, 처음 국수틀에서 나올 때처럼 꼿꼿해야 한다. 입신양명, 끝내는 승천해야 한다"
그런데 날아오르라는 자리가 고관대작이 아닙니다. '가난한 입천장으로 후룩후룩 날아올라' 허기를 달래주라고 하십니다.
검찰총장이라는, 검사 최고의 영예이자 입신양명의 문 앞에 선 김오수 후보자는 지난 여덟 달 로펌에서 2억 원의 자문료를 받았습니다. 피해자 5천명, 피해 규모 2조 원에 이르는 라임, 옵티머스 사건을 변호했습니다.
그 여덟 달을 김 후보자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국민들의 애환을 가까이서 경험한 소중한 시간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어리둥절한 답변은 그뿐이 아니었습니다. "현 정부가 검찰 수사의 공정성과 정치적 중립을 보장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습니다.
"그런 측면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학의 전 차관 불법 출국금지 승인 의혹과 라임-옵티머스 변론에 대해서는 답변을 거부했습니다.
아들이 그의 직함을 입사지원서에 쓴 것을 두고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들의 취업이나 학업에 대해서 참 저는 무관심한 아빠입니다"
"아이 교육이나 집안 경제에 무관심했다"던 어느 분이 생각나면서 이게 성공한 사람들의 모범답안인가 잠시 머리속이 멍해졌습니다.
현직 대통령 아들을 처음 구속시켰던 강골 검사, 심재륜 전 중수부장이 몇 년 전 한마디 했습니다.
"정당하게 수사하다 목이 날아가면 어떻습니까. 검사 그만두면 먹고살 길이 없습니까"
김오수 후보자 청문회는 근래 어떤 청문회보다 흐리멍텅했습니다. 묻는 사람이나 대답하는 사람이나 서릿발 같은 기개는커녕 국숫발같이 흐물흐물했습니다. 더 정확히는 우리의 한끼 허기를 달래주는 국수 한그릇 만도 못했습니다.
검찰총장이라는 자리가 이제는 이런 값어치까지 떨어졌구나 하는 생각에 내내 씁쓸했습니다.
5월 27일 앵커의 시선은 '검사의 기개는 어디 가고'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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