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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달에 태양광 설치…200억 사업 방치한 한수원

Jimie 2021. 4. 7. 04:50

응달에 태양광 설치…200억 사업 방치한 한수원

200억들인 보성강 태양광사업
인수 당시 예상 발전시간보다
실제론 일평균 30분넘게 짧아
감사 결과 패널 일부에 그늘
초기 인지하고도 2년간 방치

고정비용 커 25년간 저수익
중국산 모듈사용 사실로 확인

  • 오찬종 기자 입력 : 2021.04.06 17:37:45 수정 : 2021.04.06 22:02:20

한국수력원자력이 최초로 진행한 200억원대 태양광 사업이 주먹구구로 진행된 것으로 감사 결과 확인됐다. 실제 가동 시간이 당초 사업 검토 때보다 15% 넘게 떨어져 조사해 보니 패널에 그림자가 드리워지는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수원은 이 같은 사실을 이미 인지하고도 해당 태양광발전소를 인수한 이후 2년이 넘도록 별다른 조치 없이 방치해 왔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에너지 정책에 경제성이 아닌 이념이 개입하며 무리하게 과속으로 추진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6일 한수원에 따르면 이 같은 내용의 `보성강 태양광 인수 관련 경제성 평가 적정성` 감사보고서를 확정하고 담당자들을 경고 조치 등 처분 요청했다. 한수원은 정부 신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에 따라 2018년 10월 민간 업체가 운용하는 보성강 태양광발전소를 사업 인수 형태로 사들여 운영을 시작했다. 탈원전 정책에 따라서 원전 비중을 낮추고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이라는 요구 때문이었다.

하지만 첫 신재생에너지 발전의 뚜껑을 열어 보니 당초 전망과 달리 발전 실적이 크게 떨어졌다. 인수 당시인 2018년 예측했던 하루 평균 발전 시간인 3.84시간보다 2019년 실제 발전 시간이 3.32시간으로 30분 이상 짧았다. 태양광은 하루 평균 발전 시간이 가치 평가에서 가장 중요하다. 이 때문에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윤영석 국민의힘 의원은 실태 조사를 요청하며 한수원의 보성강 태양광에 대한 경제성 평가가 엉터리라고 지적했다.

한수원은 자체 감사를 벌이며 원인 판명에 나섰다. 감사를 진행한 결과 실제 현장 태양광 패널 하단 부분이 음영 지역인 것으로 확인됐다. 더 큰 문제는 인수 초기 이 같은 문제를 확인했음에도 최근까지 방치돼 있었다는 사실이다. 한수원 감사를 담당하는 측에서는 "담당자가 변경되는 과정에서 인수인계서가 제대로 작성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가동 시간이 과대 평가된 덕에 인수가액도 뛰었다고 지적한다. 한수원은 1㎿ 보성강 태양광 2개소를 각각 19억4000만원에 구매했고, 3MWh짜리 에너지저장장치(ESS) 2개도 17억7000만원을 들여 매입했다. 시설투자 비용만 74억2000만원이다. 여기에 한수원은 이미 운영하던 민간 태양광발전소를 인수하면서 발전소 용지는 사지 않고 25년간 임차하는 방식을 취했다. 한수원은 매년 토지 임차비용 3000만원과 운영 유지·관리비용 4646만원을 고정적으로 지출하고 있다. 여기에 임차 종료 후 철거해야 하는 설비 감가상각비 등을 더하면 해마다 고정비용만 5억원에 달한다. 이에 비해 수익은 6억8520만원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한수원 측은 "경제성 평가 당시 고정비 항목을 반영했고 실제로 연간 2억원 이상 순수익이 났다"고 설명했다.

한편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의혹이 제기된 중국산 모듈 사용도 사실인 것으로 확인됐다. 한수원 측은 "민간 사업자가 한수원 인수 전부터 중국산 모듈을 사용해 발전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2019년부터 진행된 한수원의 다른 태양광 사업에서는 중국산을 사용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고도의 원전 기술력을 갖추고도 전공을 살리지 못하게 되면서 생긴 한수원의 비극으로 판단했다. 온기운 숭실대 교수는 "한수원은 소형 원자로 개발과 보급에 전력투구하는 것이 국가적으로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오찬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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